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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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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몸에 좋다는 약·식품 맹신하다간 해독 책임지는 간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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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나쁘면 출혈 잦고 지린내 심해

피로 원인은 간 손상 비롯해 다양

커피는 간암 발생 위험 줄일 수도

간 건강 오해와 진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모임 약속이 늘고 있다. 과음·과식하기 쉬운 송년회 시즌에 가장 걱정되는 건 간 건강이다. 잦은 술자리와 과도한 음주, 고칼로리 위주의 회식 메뉴는 간에 큰 부담이 되는 탓이다. 간은 70% 이상 손상돼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간 건강에 관심은 크지만 정보가 부족하거나 잘못된 상식을 맹신하는 이도 적지 않다. 간 건강 정보를 둘러싼 오해를 풀어 건강한 연말연시를 준비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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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간이 안 좋으면 출혈이 잦다?

○. 간은 혈액 응고 인자 생성에 관여한다. 혈액 응고 인자는 혈관·조직이 손상을 받으면 작용해 지혈을 유도하는 물질이다. 간 질환이 진행돼 간세포가 혈액 응고 인자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면 출혈이 잦아진다. 만성 간 질환자에게 지혈 장애가 동반되는 이유다. 간경변증 등 간 질환이 많이 진행된 환자에게 출혈은 주요 합병증 중 하나다. 사망 원인의 약 20%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게 정맥류 출혈이다. 간경변증에 이르면 식도나 위에 분포하는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정맥류가 잘 생긴다. 정맥류의 크기가 클수록 파열 위험성이 커진다. 정맥류 출혈이 아니더라도 간 기능에 이상이 있으면 잦은 코피 혹은 치아를 뽑은 후 지혈이 잘되지 않거나 쉽게 멍이 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Q : 피로의 원인은 간 때문이다?

△. 피로감은 간 질환의 흔한 증상이다. 간 질환 초기엔 어깨나 목이 뻐근하고 전신이 나른하며 피로 해소가 잘 안 된다고 호소할 수 있다. 그러나 피로감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빈혈이나 갑상샘기능저하증, 당뇨병, 우울증 등이 있어도 피로감을 동반할 수 있다.

피로감을 느낀다면 유발 요인이 뭔지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의 변화나 과로가 원인이라고 생각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런 노력에도 피로감이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간이 안 좋으면 피로감뿐 아니라 전신 쇠약, 식욕저하, 메스꺼움, 구역질, 구토, 소화불량, 복부 불편감이 동반될 수 있다.

Q : 배변 색으로 간 건강을 가늠할 수 있다?

○. 간에서 생산하는 담즙은 적혈구가 죽어 생긴 빌리루빈이란 색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간이 나빠지면 담즙을 통해 빌리루빈이 밖으로 나가기 힘들다. 빌리루빈이 몸속에 쌓이면 눈과 피부가 누렇게 변하는 황달이 생긴다. 일부 빌리루빈은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면 소변에 거품이 많아지고 소변 색은 황색·다갈색처럼 진해지며 지린내가 많이 난다.

간 질환이 있는 사람의 대변은 색이 옅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일반적인 대변 색이 갈색인 이유는 담도를 통해 장으로 흘러내려 간 담즙이 대변의 색을 물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 질환이 있으면 담즙의 생산·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대변의 색이 옅은 갈색이나 회색을 띨 수 있다.

Q : 커피는 간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X. 지난해 발표된 국내 간세포암종(간암)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간암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확인된 식품은 커피가 유일하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 약 18만 명을 18년 동안 분석한 결과, 하루에 커피를 1~3잔 마신 사람은 그보다 덜 마신 사람에 비해 간암 발생 위험이 29% 낮았다.

다른 메타분석·코호트 연구에서도 커피를 마시는 것은 소비량이나 간 질환 상태, 원인 등과 관계없이 간암 발생 위험을 의미 있게 줄였다는 결과가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커피에 들어 있는 항산화제·폴리페놀·카페인이 간암 예방과 지방간 완화, 항섬유화 작용과 관련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억지로 커피를 마실 필요는 없다. 과다 섭취하면 칼슘 흡수를 방해해 골다공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고, 설탕·크림을 첨가해 마시면 체중 관리나 대사증후군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Q : 간 질환 부르는 음주량이 있다?

○. 알코올성 간 질환은 일주일에 남성 210g, 여성 140g의 알코올을 섭취할 때 유발될 수 있다. 한 병에 49.5g 정도의 알코올을 함유한 소주(알코올 도수 17.5도)로 따지면 한 주에 남성 4병, 여성 3병 이상이다. 또한 두 시간 안에 남자는 5잔 이상, 여자는 4잔 이상 마시는 폭음은 알코올성 간 질환 발생과 관련이 있으므로 삼가는 게 좋다.

Q : 간 건강에 특효인 약·식품이 있다?

X. 헛개나무·상황버섯 등 간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식품이라도 사람마다 해독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효능을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런 식품을 맹신하고 계속 먹다 보면 독성 간염에 이를 수 있다. 약도 마찬가지다. 어떤 약이든 함부로 먹지 않아야 한다. 쉽게 구해 먹을 수 있는 진통제도 장기간 먹거나 지나치게 많은 양을 복용하면 해독을 책임지고 있는 간이 견뎌내지 못하고 독성 간염을 일으킬 수 있다.

요즘 많이 선호하는 건강기능식품도 과유불급이다. 이미 간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질병이 있는 상태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예상치 못한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삼간다.

도움말=박지원 한림대 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도영석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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