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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사설] 한·미동맹 흔들리는데 연합공중훈련까지 연기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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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회담서 전격 연기 결정 / 지소미아·방위비협상 이견 여전 / ‘퍼펙트 스톰’ 막는 비상대응 긴요

세계일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이달 예정된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이달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연례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를 대대급 이하 훈련으로 대체한 것도 모자라 아예 연기한 것이다. 북한이 13일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분별없는 행태에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며 연합공중훈련 중단을 요구한 것을 수용한 셈이다. 에스퍼 장관은 “외교적 노력과 평화를 촉진하기 위한 선의의 조치”라며 “북한이 상응하는 성의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했다.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는 조치지만 한·미동맹 약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는 북·미 협상 이후 각종 연합훈련을 사실상 폐지하거나 규모를 대폭 줄여왔다. 그런데도 북한은 비핵화 조치 없이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거나 막말을 쏟아내며 주변국을 겁박했다. 훈련 연기 이전에 북한의 도발 중지 약속을 받아내는 게 마땅하다. 동맹의 결속력은 지속적인 연합훈련을 통해 다져지고 안보태세도 강화되는 법이다.

가뜩이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어제 태국에서 한·일,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이 열렸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지소미아 이견 해소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한다. 정 장관은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 “원론적 수준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일본은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 조건으로 내건 수출규제 철회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최종 방침을 정하고 미국에 통보했다고 한다.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에 구멍이 뚫릴 게 불 보듯 뻔하다. 여기에 미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오늘 한·미 방위비분담금 3차 협상이 열린다. 한반도 안보 지형에 ‘퍼펙트 스톰’이 몰아칠 것이라는 걱정마저 나오는 판이다.

문재인정부는 엄중한 한반도 외교안보 현실을 직시하고 비상한 각오로 꼬일 대로 꼬인 현안들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안보 가치와 경제 부담 등 여러 차원에서 국익이 무엇인지 정하고 우선 순위와 경중을 따져보면 나아갈 길이 보일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국가 안위에 직결되는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한·일은 지소미아 종료가 양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할 뿐 아니라 자칫 파국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양국 모두 전향적 자세로 대화를 이어간다면 지소미아 종료 시한 전 해법을 찾는 게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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