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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만 나갈 수 있는 철창 속 사육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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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웅담 채취용’ 곰사육 농장 가보니

경향신문

경기 용인시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새끼 반달가슴곰이 철창 밖으로 앞발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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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 속 120마리 사육

계속 머리 돌리며 ‘이상 행동’


지난 13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한 사육곰(반달가슴곰) 농장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3.3㎡(한 평) 남짓한 좁은 사육장은 곰이 땅을 파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중에 설치됐고, 대소변은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져 수북이 쌓여 있었다. 곰들은 비바람과 햇빛을 가려줄 지붕조차 없는 창살 안에서 빙빙 돌거나 선 자리에서 계속 머리를 돌리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새끼곰 10여마리는 3개의 사육장이 연결된 곳에서 소리를 내며 뛰어다니고 주둥이로 쇠창살을 물어뜯거나 매달리기도 했다. 이곳 사육곰들은 죽어야만 좁은 철창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오로지 ‘웅담 채취’를 위해 태어나 길러지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정부, 81년부터 농가에 권장

‘웅담 채취 합법’ 한국·중국뿐

동물학대 논란에 수요도 ‘뚝’

“정부, 모두 매입 보호대책을”


이러한 사육곰 문제의 심각성과 곰 사육 사업 종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 탓에 사육곰의 근본적 문제 해결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친환경적 보호시설을 만들고 사육곰을 매입해야 한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지만 정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이에 웅담 채취용 곰 사육이 합법인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중국뿐이라는 오명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국내 곰 사육 사업은 정부가 1981년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곰 증식과 재수출용으로 수입을 허가하며 시작됐다. 이후 웅담 채취가 동물 학대 논란을 일으켜 정부가 수출을 금지하자 사육농가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자 정부는 농가를 달래고 곰 사육 사업 종식을 위해 2005년 웅담 채취용 곰 나이를 기존 24살에서 10살로 완화했다. 하지만 동물 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웅담 소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까지 높아지자 최근에는 수요가 거의 없는 상태다.

시민단체는 사육곰 인식 개선 운동과 함께 사육곰 보호시설 예산 확보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동물연대 관계자는 “현재 농장 대부분의 환경이 열악해 사육곰은 갖은 질병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사육곰 개체수와 상태를 파악하고 보호구역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사육곰 사업 종식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모금활동을 통해 모은 돈으로 지난해 12월 강원 동해시의 한 사육곰 농가에서 5살 된 곰 3마리를 구출해 충북 청주동물원과 전북 전주동물원에 보내기도 했다.

곰 사육농장주들도 불만이 높다. 용인과 안성에서 35년간 사육곰 농장을 운영 중인 ㄱ씨(72)는 “정부가 이 사업을 권장한 지 얼마 안돼 규제를 하는 바람에 빚만 쌓였다”며 “곰들을 보고 있으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곰을 키울수록 적자지만 그렇다고 이를 처분할 방안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도, 곰 사육농장주도, 사육되는 곰도 모두 불안 속에서 지내고 있지만 관계당국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강 건너 불구경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육곰을 안정된 환경에서 보호하기 위해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수렴,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사육곰 보호시설 건립을 위한 예산 90억원을 편성해 기획재정부에 올렸으나 전액 삭감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예산이 다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동성 기자 est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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