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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뉴스AS] ‘북주민은 모두 우리 국민’ 어디까지 유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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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주민은 우리 국민…추방은 위헌”

한국당이 근거로 삼은 헌법 3조

2000년대 이후 대법 해석 변화

“협력 동반자이자 반국가단체”

남북관계 이중성·특수성 인정

추방기준·절차 명문규정 없는데

야당 설명·국회협조 없이 처리한

정부태도엔 보완 필요성 지적 나와


한겨레

동료 선원 16명을 선상 살해했다는 북한 어민 2명을 추방한 정부 조처를 둘러싼 논란은 상충하는 헌법 조항(3조와 4조)으로 상징되는 ‘남북관계의 이중성’과 추방 선례가 없다는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일 북한 어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추방하면서 밝힌 근거는 ①“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보호 대상이 아니며” ②“우리 사회 편입 때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③“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세 가지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북한은 (헌법 3조 영토 조항에 따라) 우리 헌법상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라 북한 주민 모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정부의 추방 결정은 “위헌”이라고 맹비난한다.

‘북한 사람=대한민국 국민’이라 판단한 대법원 판결(1996년 11월12일)도 위헌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북한 지역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어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칠 뿐”이라며, 헌법 3조를 근거로 북한의 법적·정치적 실체를 부인했다. 여러 법률가들이 정부의 추방 결정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짚는 배경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남북관계의 이중성’을 인정해온 대법원의 헌법 해석 변화에 비춰, 1996년 판결이 지금도 유효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북한을 줄곧 “반국가단체”로만 간주하던 대법원은 2004년 “북한은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자 반국가단체”라며 ‘남북관계의 이중성’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판결(2004년 8월30일, 2004도3212)을 내렸다. 대법원은 두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치른 직후엔 한발짝 더 나아가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로서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는 헌법적 근거인 4조(평화통일원칙 조항)의 규범력을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판결(2008년 4월17일, 2003도758)을 내놨다.

헌법재판소가 1993년부터 ‘남북관계의 이중성’을 인정하며 헌법 3조와 4조의 균형 잡힌 해석을 추구해온 것처럼, 대법원도 시대 변화에 맞춰 헌법 해석을 조정해온 셈이다. “헌법과 법률에 대한 최고의 유권적 해석 기관”인 헌재와 대법원은 2000년대 들어 북한을 외국에 준하는 지역으로, 북한 사람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볼 수 있다고 판시(대법원 2004년 11월12일 2004도4044, 헌재 2005년 6월30일 2003헌바114)하기도 했다.

헌재와 대법원의 이런 시차를 둔 헌법 해석 변화는, 남과 북이 국제사회에서 ‘독립된 두 개의 주권국가’(1991년 9월17일 유엔 동시·별도 가입)이면서도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남북기본합의서 전문)로 규정한 한반도의 모순되고 상충되는 복잡한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더구나 ‘북한 사람=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유한국당 등의 주장은, 역대 정부가 동해로 표류해온 북한 어민과 선박을 북으로 돌려보낸 사례가 185건에 이르는데도, 그때는 ‘송환은 위헌’이라고 문제제기하지 않은 사실과도 상충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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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논란거리는 북한 어민 2명의 이른바 ‘귀순 의사’에 대한 판단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들이 정부 합동심문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자필 문서로 밝혔는데도 ‘자유의사에 반해’ 추방했다고 맹비난한다.

반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나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흉악범이며 이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연철 장관은 “이들은 보호를 요청하는 취지를 서면으로 작성해 제출했으나 조사 결과 범죄사실 진술, 북한 내 행적, 나포 과정 등 관련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이들이 동료 선원 16명 살해 뒤 “일단 돌아가자. 죽더라도 조국(북)에서 죽자”고 결의했고, 도피 자금을 마련하러 김책항으로 갔다가 공범 1명이 잡혀 동해 북방한계선(NLL) 쪽으로 남하하면서도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사흘간 숨바꼭질 식으로 도주하다 해군 특전대에 강제 나포됐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김 장관은 “2명의 분리 신문 진술 결과와 북한 반응 등이 모두 일치해 범죄행위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며 “국내 사법 절차에 따른 처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가 북한 어민 2명을 추방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국내 여론의 반발은 물론 남북관계에 중대한 현안·장애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추방의 기준과 절차를 담은 명문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야당 등에 사전에 상황을 설명하고 국회의 협조를 얻어 처리하지 않은 점은 민주주의와 법치의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이 적잖다. 이와 관련해 김연철 장관은 “흉악범죄의 기준, 귀순 의사의 객관성 확보, 남북 형사사법공조(범죄인인도), 관련 매뉴얼 등 중장기적으로 법적·제도적 보완을 추진 검토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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