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6321761 0512019111756321761 04 0402001 6.0.18-RELEASE 51 뉴스1 0 false true true false 1573962411000 1573982336000

[르포]홍콩 대학가 시위대 "저도 경찰이 무섭습니다"

글자크기

홍콩대·홍콩이공대 현장취재…"우리는 자유 위해 싸운다"

한국 기자 반기고 방독면 직접 씌워주기도

뉴스1

16일(현지시간) 홍콩이공대 앞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시위대. ©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1

16일(현지시간) 화살을 쏘며 걸어가고 있는 홍콩이공대 시위대. ©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홍콩=뉴스1) 한상희 기자 = "저도 경찰이, 그리고 우리를 향하는 총구가 조금은 두렵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우리에겐 지킬 것이 있으니까요. 저희는 홍콩의 미래와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경찰을 쏜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걱정어린 말을 건네자 19살 시위 참가자는 이런 말과 함께 씩 웃었다. 지하철역에 불을 지르고 불화살을 쏜다는 과격 시위대는 '폭도'라기엔 너무 앳된 10대 후반 20대 초반 소년들이었다.

16일 저녁 7시반쯤 기자가 도착한 홍콩대 정문 앞을 지키던 열댓명의 학생들은 "경찰은 방금 전에 떠났어요"라고 말을 건네왔다. 이에 기자가 탄식을 내뱉자 재밌다는 듯 키득키득거리며 웃는, 다른 대학생 또래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취재팀에게 시위대는 "그럼 학교 안으로 들어가서 보실래요?"라며 학교 안을 직접 안내했다.

검은 옷에 검은 모자, 검은 마스크에 눈만 드러낸 모습이었지만 "들어올 때 머리 조심하세요"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캠퍼스 안은 학생들이 구축한 요새였다.

평소라면 수업이 한창이었을 강의실과 동아리방엔 최루탄을 막는 고글부터 컵라면, 휴지 등 각종 생필품이 가득했다. 시위를 이끄는 학생들이 그곳에 상주하는 듯 했다. 엘리베이터와 벽엔 '시대혁명' '광복혁명' 등 각종 낙서들이 그려져 있었다.

사진 촬영은 엄격하게 금지했지만 한국 기자라는 말에는 호감을 드러냈다. 영화 '1987년' 등으로 한국을 접했다는 시위대는 한국이 이뤄낸 민주주의를 부러워했다. 심지어 한국에서 취재와줘서 고맙다며 물병을 건네는 학생도 있었다.

정문 앞 망치로 벽돌을 파내는 소리에 놀라자 시위대 중 한 명은 "우리는 당신들을 해치려는 게 아니에요. 경찰로부터 우리의 학교를 지키는 것뿐입니다"라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가장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홍콩이공대. 이곳은 지난주 발생한 첫 시위 사망자가 다니던 대학이다. 몽콕에서 이공대까지 걸어가는 길에 만난 5~6명의 사람들은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이공대를 향한다고 하자 "그쪽은 너무 위험하다"며 가지 말라고 한사코 손을 내저었다.

사람들의 우려대로 이공대 정문 앞은 벽돌과 난간, 우산으로 쌓은 바리케이드 때문에 진입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가까스로 진입을 했지만 또 가파른 난간을 두 번이나 뛰어넘어야 했다. 학교 안을 들어갈 수 있었던 건 홍콩 진압당국으로부터 '시민들에게 테러 행위를 하고 있다'고 묘사되는 '과격 시위대'(?)가 손을 잡아줘서 가능했다. 이들은 손을 내밀며 "괜찮아요"라고 한국말을 건넸다.

뉴스1

17일 오후 홍콩 이공계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홍콩 경찰들이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2019.11.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캠퍼스 안은 말 그대로 전쟁 중이었다.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온갖 낙서들과 바닥에 가득한 화염병, 가스통을 들고 정문으로 향하고 쇠파이프를 든 학생들. 최루탄인지 학생들이 지른 불 때문인지 기분 나쁜 냄새가 계속 코를 찔렀다.

캠퍼스 벽에는 "모두가 혁명을 원한다. 하지만 아무도 설거지하길 원치 않는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점차 과격한 양상으로 흐르는 시위대를 향한 반발 여론에 이들이 내놓은 답인 듯 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쉬고 밥을 먹는 학생식당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마스크를 벗고 식사하던 이들은 언제 경찰이 올지 모르는 긴장된 분위기에서도 잡담을 하고 가끔씩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학생식당은 시위에 필요한 온갖 준비물과 음식들로 가득했는데 이는 모두 시위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보낸 것이라고 했다.

물론 충돌이 없진 않았다. 식당 내부를 찍으려는 사진 기자에게 소리를 지르며 밀치기도 했고, 갑자기 큰소리가 나 헬멧을 착용해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독면을 찾아주거나 심지어 직접 씌워주기도 했고 "경찰을 조심하라"고 여러 차례 당부하는 시위대는 '극악무도한 폭도'거나 일반 시민들이 두려워하는 '정신 나간 아이들'이라고만 볼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들은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까. 시위에서 만난 한 30세 여성 참가자는 "정부가 5대 요구를 들어주기 전까진 싸움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 홍콩을 다시 방문해도 똑같은 모습일 것 같다"고 했다.

24주 연속 시위가 열리는 홍콩에서는 최근 5개월간 3600명이 체포됐다. 소강 상태를 보이던 시위는 지난 8일 경찰의 최루탄을 피하던 대학생이 숨지고, 11일 경찰이 쏜 실탄에 맞은 중상자를 계기로 더 격화됐다. 갈수록 시위대의 분노가 더 커지면서 홍콩 혼돈의 출구는 더욱 희미해지는 모습이다.
angela0204@news1.kr

[© 뉴스1코리아( 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