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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인재(人災)공화국'?" 무시된 경고음과 교훈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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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강원도 산불, 세월호 참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대한민국은 '인재(人災)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이유는 무엇일까?

사고 발생 전 크고 작은 경고를 무시한 것도 문제지만, 사건 이후에만 잠시 떠들썩했을 뿐 정작 제대로 된 사고 수습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시간이 흐른 뒤 결국 유사한 사건·사고가 또다시 발생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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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들이 2년째 임시 생활하고 있는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 설치된 텐트들. 현재 205명의 이재민이 이곳에 등록돼 있다.


2017년 11월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인재'(人災)라는 조사 결과가 올해 초 발표된 가운데, 수차례 나타난 전조 현상을 간과해 강진을 막을 기회를 놓쳤다는 주장이 재차 제기됐다.

세르지 샤피로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15일 밀레니엄힐튼서울에서 열린 11.15 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 주최 '2019 포항지진 2주년 국제심포지엄'에서 "(2016년 12월 23일) 규모 2.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유체주입을 멈췄으면 포항지진의 발생확률을 1% 미만, (2017년 4월 15일) 규모 3.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유체주입을 멈췄으면 포항지진 발생확률을 3% 미만으로 낮출 수 있었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그는 "이는 간단한 가정에 기반해 계산한 초기적인 연구 결과"라고 전제하며 "다른 요소를 더 반영해서 연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샤피로 교수는 이어 "EGS(심부지열발전) 자극 같은 경우 지진 활동을 촉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면서 "스위스 바젤에서 일어난 규모 3.2 지진이 대표 사례"라고 설명했다.

올해 3월 정부조사연구단은 2017년 포항에서 발생한 강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의 활동으로 촉발됐다고 발표했다. 지열발전소에는 시추공(지열정) 2개(PX-1·PX-2)가 있는데, 조사단은 PX-2로 유체(물)를 주입할 때, 그 영향으로 단층이 어긋나며 강진이 발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연구단장을 맡았던 이강근 서울대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이런 결과를 다시 소개하며 "5차 수리 자극 뒤 포항지진의 전진과 본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조사단의 공식 발표 당시에도 이 강진이 일어나기 전 규모 3.0 내외의 지진이 발생한 것을 '위험 신호'로 포착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포항 지진 막을 기회 수차례 있었는데 놓쳤다"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당시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진을 막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놓쳤다. 이수(진흙 등이 포함된 물) 누출이나 미소지진 발생 등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는 과정이 있는데, 그게 미흡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도 김 교수는 "PX2 약 3800m 깊이에서 652㎥의 이수가 누출됐을 때, 수리자극을 할 때마다 지진이 있었을 때 조사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추 이전단계에서도 지진 위험성, 위해성 분석이 미비했고 지하 단층 조사도 부족했다"면서 "10번 이상의 '경고음'이 있었는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조사연구단에 해외연구진으로 참여한 시마모토 도시히코 일본 교토대 교수도 "미소지진을 모니터링하는 게 EGS의 표준 도구임에도 포항지열발전소 팀은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같은 의견을 냈다.

이 밖에도 그는 포항EGS 연구진을 향한 의혹을 여럿 제기했다. 시마모토 교수는 "기록이 잘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연구진이 시추공 근처의 단층에 존재를 알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도 "위치 분석은 완전히 틀렸고 단층암 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진이나 지질학적인 기초 없이 어떻게 지열발전 프로젝트 추진이 승인됐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국가의 경우 EGS 프로젝트 기간이 20년 정도인데 비해 포항의 경우엔 2013년부터 2017년으로 기간이 짧은 것도 의아하다고 말했다.

◆"10번 이상의 경고음 있었는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

시마모토 교수는 또 "연구하는 입장에서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자료를 얻기 어려웠다"고 토로하며 "모든 관련 자료를 즉시 공개해야 하며, 이를 활용한 국제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의 영향이라는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이진한 고려대 교수 역시 "물이 (단층에) 직접 주입되면 적은 양으로도 큰 규모의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포항지진을 일으킨 단층은 복잡한 구조로 이뤄졌다"고 추가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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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섭 부경대 교수는 이날 포항지진의 여진 모니터링 결과, 규모 2.0 이상의 여진이 100회 정도 발생했지만, 발생 빈도가 점차 줄어 작년 4월부터는 이런 규모의 여진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현재까지 이 부지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어서 추가 장비를 구축한 뒤 연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봄철 화마 휩쓸고 간 강원…가을철 산불 비상 걸려 동해만 주민 근심 高高

지난 4월 강원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준 대형산불의 원인 규명을 위한 검경의 수사가 수개월째 지지부진한 가운데, 벌써 가을철 산불 조심 기간이 다가와 피해 주민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강원도 동해안산불방지센터는 11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를 가을철 산불조심기간으로 정해 본격적인 산불방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봄철 발생한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본 속초·고성산불 이재민들은 계절이 두 번 변하는 동안 검경의 수사 발표만을 기다리며 7개월 넘게 거리를 전전하고 있다.

검거한 산불 실화자에 대해서도 여전히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재판에 넘겨졌더라도 건강상의 문제로 정상적인 공판 진행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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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에 발생한 산불의 원인 규명이나 피해 보상이 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을철 산불 비상이 걸려 동해안 주민들의 걱정만 커지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가을철은 실효습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계절 특성에다 동해안은 잦은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산불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가족 잃은 유가족·시민들, 박 전 대통령 등 고소·고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침몰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해 참사에 책임이 있다며 고소·고발했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15일 오전 박 전 대통령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당시 법무부장관) 등 40명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등 혐의로 고소·고발장을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에 제출했다.

이번 고소·고발 대상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청와대·정부책임자 5명 ▲해양경찰 등 현장 구조·지휘 세력 16명 ▲세월호 참사 조사 방해 세력 10명(박 전 대통령 및 황 대표 중복) ▲세월호 참사 전원구조 오보 보도 관련자 8명 ▲세월호 참사 피해자 비방·모욕 관련자 3명 등이 포함됐다.

장훈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고소·고발장 접수 전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참사 직후부터 지금까지 정부와 정치권이 외면한 진상 규명을 위해 우리 가족과 국민이 뜻을 모아 377명의 피해자 가족과 5만4416명의 국민 고발단이 모였다"고 밝혔다.

그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팽목항으로 달려간 우리가 애타게 아이들을 찾아 헤매고 있을 때 국가는 잔인한 거짓말을 했다"라며 "한시가 급한 아이를 방치하고 해경 지휘부가 한 짓은 거짓 기자회견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거짓 기자회견보다 아이들과 국민의 생명을 더 중시했더라면 더 많은 생존자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가 재난이었던 세월호 침몰을 국가 범죄로 만든 것은 2014년의 대한민국 국정을 운영한 모든 책임자들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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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목포신항에 인양돼 있는 세월호 앞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장 위원장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우리 피해자들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진행해야 한다"면서 "검찰은 성역 없는 과감한 진상 조사와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협의회는 이날 1차로 선발된 40명에 대해 우선 고소·고발하고 추가 명단을 정리해 고소·고발할 예정이다.

지난 11일 공식 출범한 특수단은 이날 접수된 고소·고발건과 더불어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수사 의뢰한 고(故) 임경빈군의 구조 지연 의혹에 대해 검토할 방침이다.

◆"크고 작은 참사 겪고도 우리 사회 '불치 수준의 안전불감증' 앓고 있어…안전 분야 특별법 필요"

이창원 한국행정개혁학회장은 최근 문화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안전이 사회를 지탱하는 최우선의 가치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최근에 발생한 사고들을 살펴보면, 사고 현장의 대응 시스템은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 탄핵 배경으로도 작용한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우리 사회는 '불치 수준의 안전불감증'을 앓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전 분야의 윤창호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안전 분야의 관리 감독은 복수의 공공기관이 관리 대상 기관을 다차원적으로 상호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1개의 브레이크가 고장 날 확률이 100분의 1일 경우, 이런 브레이크를 2개 장착한 자동차의 두 브레이크가 동시에 고장 나 사고로 이어질 확률은 1만분의 1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여튼튼 한 안전관리를 통해 불치 수준의 안전불감증이 치유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언제쯤 '사고(事故)공화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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