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정치9단도 "모르겠다"는 패스트트랙 3법 처리 경우의 수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어둡다.”

‘무릎탁도사’‘정치9단’등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이 지난 11일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 시사’에 출연해 내놓은 패스트트랙 3법(선거법·공수처법·수사권조정법) 처리 전망이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109석)이 여당이 내놓은 3개 법안 모두에 반대하는 데다 선거법에 대한 야4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생각도 더불어민주당과는 차이를 보이는 현실을 짚은 것이다.

한국당이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 자체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3개 법안 처리 가능성은 민주당이 나머지 4당과의 합의점을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본회의 불참과 반란표 가능성을 감안해 160표 정도를 헤아릴 수 있는 상황이 되면 한국당도 무조건 반대를 외치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어서다. 4월 패스트트랙 지정에 합의한 4개 정당은 현재 민주당이 128석, 바른미래당 28석(당권파 13석, 비당권파 15석),대안신당 11석, 정의당 6석, 평화당 4석으로 나뉘어 모두 177석이다. 민주당의 선거법 협상 실무를 맡고 있는 김종민 의원은 “한국당이 합의할 수는 없어도 크게 반발하기 어려운 묘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경우의 수를 나눠 가능성과 파장을 따져본다.

중앙일보

지난달 23일 선거법 관련 '3 3 회동'에 모인 여야 교섭단체 대표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 변선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①3개 법안 모두 가결



민주당 내부의 반발을 차단하고 군소 4당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안을 찾을 수 있다면 가능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되면 공수처는 굳이 필요 없다”(오신환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를 제외하면 4당 중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크게 반대하는 당은 없고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한 이견의 폭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법과 관련해서도 한국당과 통합 협상 중인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는 “한국당과 합의 없는 안을 강행 처리하면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것”(유의동 의원)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바른미래당 비당권파까지 덜어낸 나머지 162명의 응집력이 관건이 상황이다. 선거법을 둘러싼 동상이몽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민주당이 여론을 의식해 “의원정수 확대는 절대 불가”(김종민 의원)라는 전제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이견을 조율할 공간이 넓지 않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지역구 225석-비례 75석(현행 253석-47석)’안에 대해선 민주당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역구 250석-비례 50석’안으론 “비례대표 숫자가 70석은 돼야 연동형 비례대표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여영국 의원)는 정의당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바른미래당 당권파(13석) 역시 연동형 비례대표제만은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평화당과 대안신당은 농촌이나 중소도시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일이 없어야 비례대표 확대가 가능하다는 태도다.

중앙일보

심상정 정의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이자스민 전 국회의원 입당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 전 의원에게 당원 조끼를 입혀주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②공수처·수사권조정 가결, 선거법 부결



사실상 4당과의 합의에 실패했지만 민주당이 표결을 강행해 일정한 성과를 내는 경우를 의미한다. ‘검찰개혁’에 이념적으로 동의하는 정의당이 갑자기 반대로 돌아설 수 없고,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 찬성 여론이 높은 호남의 민심을 대안신당·평화당 그리고 바른미래당 당권파가 외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있다. 호남 지역의 한 무소속 의원은 “선거법이 부결돼도 공수처에 반대표를 던지기는 어려운 게 지역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안신당 소속의 한 의원은 “선거법 합의가 분명하지 않으면 본회의 표결 자체에 참석하지 않는 의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결과가 현실화되면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올인한 성과를 얻는 셈이지만 총선 이후가 간단치 않을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이미 잃은 게 많은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들이 총선에서 생환한다면 협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③공수처·수사권조정 부결, 선거법 가결



공수처법과 수사권조정법이 선거법 협상의 종속 변수로 보이는 협상 국면을 볼 때 상정하기 어려운 구도다. 어렵사리 선거법에 대해 4당과 합의했지만 공수처법과 수사권조정 법안의 쟁점들이 좁혀지지 않은 채 표결에 들어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이때 바른미래당 당권파들이 ‘검찰개혁’에 관해 애초의 당론이던 ‘권은희안’을 따르고 민주당 내 소신파들이 반란표를 던지면 나올 수 있는 결과다. 성향은 다르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우리공화당(2석)도 선거법 개정에는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법 개정을 ‘개혁 성과’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민주당으로선 ‘실익’이 크게 없을 수 있다. 개정 선거법은 1·2당의 의석을 줄이고 군소정당의 의석수를 늘려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지도부 책임론이 불붙을 수 있다.

중앙일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④모두 부결



박지원 의원은 같은 인터뷰에서 “문희상 의장이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법 설치 법안을 11월에 직권 상정할 수 있도록 했으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었다”며 “(12월 초) 예산안까지 겹치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이 4당과의 선거법 협상에 실패하면 공수처와 수사권조정 법안 처리도 어려워지기 쉽다. 민주당 밖에서 검찰개혁안에 크고 작은 불만이 있던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찬성표를 던질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선거제 개혁과 협치를 위해 기득권을 포기했다’는 명분마저 사라지면서 입게 되는 여권의 상처는 깊이를 헤아리기 어렵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라며 “당 지도체제가 급변할 수밖에 없고 결국 선거에선 개인기가 유일한 승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그러나 “여당이 의석수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안정의석을 달라고 호소할 순 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이 4당과 3개 법안 모두에 대해 강한 합의를 이룬다면 ‘게임의 룰’을 홀로 걷어차는 처지가 되는 자유한국당도 선거법 협상에는 임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당내 협상파들이 생겨날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써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선거법도 문제지만 자칫 공수처법 처리를 위한 자리를 깔아주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믿어서다. 한국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법안 통과 시) 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해야 한다는 게 중심 기류”라고 전했다. 한국당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어떤 타협안도 범여권의 자의적 결정일 뿐”이라며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임장혁·한영익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