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영상]여성 건설노동자가 현장에서 듣게 되는 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여성 건설노동자 전경미씨(왼쪽)와 남한나씨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최유진 인턴PD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제가 작업자가 아닌 그저 ‘여자가 건설현장에 온 것’으로 비춰지는 거에요. 괜히 옆에 와서 말을 걸어요. ‘몇 살이냐’, ‘오빠라고 불러 봐라’‘뭐 하러 여기까지 왔냐. 그냥 집에서 쉬지.’ 그런 분들한테는 저는 그냥 아줌마인 거죠.”

건설현장은 여성들에게 안전한 일자리가 될 수 있을까. 어떤 일터가 ‘안전한 직장’이 되기 위해서는 물리적 사고의 위험도 낮추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특정 성별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노출되는 성폭력·성희롱의 위협을 제거하는 일도 필수다. 그래야 일할 능력을 충분히 갖춘 여성 노동력이 부담없이 발을 들일 수 있어 산업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다.


13일 경향신문의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은 두 명의 여성 건설노동자, 전경미씨와 남한나씨의 두 번째 인터뷰 영상을 소개한다. 이들에 따르면 무거운 자재를 드는 일처럼 신체의 능력치는 의외로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전씨는 “일을 하다 보면 같은 자재도 더 쉽게 들 수 있는 요령이 생긴다. 건설 노동에 맞춰 몸에도 변화가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의 업무 능력은 완력보다는 맡겨진 일을 얼마나 꼼꼼하게, 진지한 태도로 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아이 셋 둔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남한나씨가 ‘못 주머니를 찬 지’ 2년 만에 남성 목수 10여명을 진두지휘하는 반장 자리에 오른 것이 그 증거다.

오히려 일터에서 마주치는 차별적인 시선이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더 높은 장벽으로 다가온다. 인터뷰를 진행한 경기 안산의 건설기능학교에는 곳곳에 “성희롱 행위자가 되지 않으려면?”“음담패설 자제, 사적인 만남 강요 금지” 등 글귀가 쓰인 팜플렛이 붙어 있었다.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이 운영하는 이 학교는 시공사나 하청업체들도 잘 하지 않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놓은 데다가, 주로 같은 조합원들끼리 팀을 이뤄 일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성폭력에 노출되는 일이 비교적 적다. 하지만 여전히 전반적인 현장의 분위기는 마초적이다. “처음 본 작업자들이, 내가 남자였다면 굳이 꺼내지도 않았을 이야기”들을 종종 듣는다. ‘몇 살이냐’‘술 한잔 하자’ 같은 추파는 예사이고 싱글 여성의 경우 이성적인 만남을 요구하는 남성 동료들도 많다고 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게다가 ‘건설 노동자’라서 겪는 안전사고의 위험은 타 업종보다 월등히 높다. 지난해 국내 산재 사망자 971명 가운데 485명이 건설현장에서 변을 당했다. 이 가운데 추락으로 인한 사망자는 60%(290명)를 차지한다. 대부분 3m 안팎의 작업발판이나 가설구조물에서 떨어지는 사례들이다. 콘크리트가 타설되기 전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 맨 처음 거푸집을 짜야 하는 형틀목수들은 항상 추락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전경미씨는 “현장에 나가기 전에는 항상 ‘안전하게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 발을 들이는 여성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건설산업 여성 비율은 11% 정도다. 많지는 않지만 드물다고도 할 수 없는 숫자다. 여성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남성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면서 건설사들이 잡역 등 보조 업무는 저임금 여성 노동력으로 채우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두번째는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으로 남·녀 차별 없이 단가를 맞춰 놓은 업종에 남씨와 전씨처럼 출산·육아로 경력이 끊긴 여성들이 두번째 커리어를 시작하기 위해 몰리는 경우다. 건설업이 힘든 일자리이긴 하지만 그만큼 고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경신 건설산업연맹 부위원장은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 경력단절 여성들은 서비스·돌봄 등 최저임금 일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고, 지역 고용지원센터에서도 그런 일자리 위주로만 알선하고 있어 인맥이 없는 여성들은 건설업에 접근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에게도 선택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넓혀 줄 필요가 있다”라며 “성희롱 예방교육의 확대 등으로 현장 노동자들의 성차별적인 인식 개선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범 기자·최유진 인턴PD ksb1231@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