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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일주일 뒤면 철도파업인데...'4조 2교대' 쟁점 놓고 노사는 공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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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철도노조, 11월 20일 무기한 파업 예고

4조 2교대 내년 시행 등 4개 조건 제시

지난해 오영식 사장때 4조 2교대 약속

노조 "4000명 충원해 합의지켜야" 요구

코레일 "적자인데 대규모 충원 어렵다"

정부 차원의 명확한 입장 정리 필요

중앙일보

철도노조가 지난 9일 청와대 앞에서 총력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철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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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철도노조가 예고한 파업 날짜다. 꼭 일주일 남았다. 앞서 철도노조는 지난달 중순 3일간의 시한부 파업을 벌인 뒤 정부와 코레일 측이 책임 있는 답을 내놓지 않을 경우 11월에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코레일과 노조가 여러 차례 교섭을 벌이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철도노조가 내건 요구조건은 크게 4가지다.

▶총인건비 정상화(임금 4% 인상) ▶4조 2교대 내년 시행을 위한 인력 충원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 개선 ▶KTXㆍSRT 연내 통합 등이다.

이 중에서도 철도노조는 특히 '4조 2교대 내년 시행'에 방점을 찍고 있다. 현재 3조 2교대인 근무 체계를 안전 강화 차원에서 '4조 2교대'로 바꾸고 이를 위해 필요한 인력 4000여명을 더 충원하라는 요구다.

철도노조가 이렇게 4조 2교대 전환을 강하게 요구하는 건 지난해 6월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과 철도노조가 맺은 '교대근무체계 개편을 위한 노사합의서'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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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코레일 노사는 '2018년 10월 1일부터 노사합의로 정한 희망소속에 대한 시범운영을 2019년 말까지 시행하고, 2020년 1월 1일부터 근무체계를 개편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면서 '근무체계 개편은 4조 2교대를 기본으로 하며 시범운영의 시행과 결과를 바탕으로 근무체계를 개편한다'라고도 했다. 이 문구로만 보면 내년 1월 1일부터 4조 2교대가 기본이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코레일도 이 요구를 무조건 거부하진 못한다. 김명환 코레일 노사협력처장은 "4조 2교대 전환과 관련해 외부기관에 용역을 준 결과 1900명가량의 추가 채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서 이를 자체적으로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또 "당시 합의서에는 4조 2교대가 기본으로 적혀있지만, 여건과 직종에 따라서 3조 2교대 유지 등 다른 대안도 찾아보자는 의견을 노조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비록 노사합의서가 있긴 하지만 적자 상태인 코레일의 경영 구조상 새로운 수익 창출 없이 대규모 인원을 늘리기도 어렵고, 인력충원을 정부에 요청하기도 난감할 것"이라며 "지난해 노사합의가 너무 많이 양보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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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는 특히 4조 2교대 내년 시행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진 철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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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철도노조는 전면적인 4조 2교대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0일 전면 파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철도노조는 이미 임금협상과 관련해선 합법적인 파업 돌입을 위한 절차를 모두 마쳤다.

또 4조 2교대 시행과 관련해서도 쟁의권 확보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이 과정까지 끝나면 철도노조는 두 가지 사안 모두에 대해 합법적으로 파업을 벌일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철도노조는 우선 수능(14일)이 끝난 직후인 15일부터 준법투쟁(태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열차의 출고 검사를 늦추는 등의 방식을 쓸 경우 열차 운행이 순차적으로 지연된다.

실제로 파업에 들어가게 되면 KTX는 물론 ITX-새마을,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와 광역전철 운행도 상당 부분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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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파업 당시 서울역에 내걸린 대형플래카드.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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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움직임에 국토교통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창희 철도운영과장은 "4조 2교대 요구와 관련한 자료를 코레일로부터 받아 검토 중"이라며 " 코레일의 경영상황 등을 고려해 대규모 인력 충원이 맞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또 파업에 대비한 비상수송대책도 마련 중이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 차원의 명확한 원칙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금 인상, 대규모 인력 충원 등이 모두 코레일의 권한을 넘어선 사안인 탓이다.

지난 9일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이 청와대 앞에서 가진 결의대회에서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가 즉각 노정 협의에 나서도록 청와대가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할 경우 국민만 철도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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