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억울한 옥살이"…'8차 화성 살인사건' 윤씨, 오늘 재심 청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8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옥고를 치른 윤모(52)씨가 13일 재심을 청구한다. 1989년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한 지 30년 만이다.

중앙일보

질문에 답하는 억울한 옥살이 논란의 윤모씨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씨와 윤씨의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 수원시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 3층 대강당에서 재심 청구 사유 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기자회견 이후엔 수원지법에 윤씨에 대한 재심 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윤씨의 재심은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 소속 김칠준·이주희 변호사가 돕고 있다.



윤씨 "경찰의 가혹 행위로 거짓 진술했다"



8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의 한 가정집에서 여중생 A양(당시 13세)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경찰은 범행 현장 인근에 사는 농기계 수리공 윤씨를 이 사건의 범인으로 구속했다.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하다가 2009년 가석방됐다. 윤씨는 옥중에서도 "과거 경찰의 고문 등 가혹 행위로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이춘재(56)가 8차 화성 살인 사건을 비롯한 14건의 살인을 자백하면서 진범 논란이 일었다.

과거 수사가 부실했다는 정황도 속속 나오고 있다. 8차 화성 살인 사건 과거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는 머리카락 5개와 음모 5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수사 결과 B형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B형 남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국과수도 "윤씨와 용의자의 체모 형태가 비슷하고 방사성 동위원소 검사 결과 현장에서 발견된 용의자의 체모와 윤씨의 체모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현장의 체모가 모두 동일인의 것인지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이 중 하나를 윤씨의 체모와 비교해 결론을 낸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방사성 동위원소 결과도 비슷한 환경이나 지역에서 일한 사람이라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8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 A양의 집[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실·가혹 수사 정황도 속속 드러나



과거 수사 과정에서도 수상한 점이 발견됐다. 윤씨가 경찰 조사를 받았던 1989년 7월 26~27일 3차례 작성한 진술 조서엔 '피해자', '주거지', '후문 방향' 등 한자어가 나온다.

윤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10장의 진술서에도 틀린 맞춤법 투성이다.

그런 윤씨가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도 아닌 한자어를 썼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윤씨의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박준영 변호사는 "당시 윤씨의 진술서를 보면 한글을 쓰고 읽는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며 "진술서 작성과정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자료는 없지만, 경찰이 사건 관련 정보를 불러주거나 보여줘 탄생한 증거라는 사실은 진술서의 형식·문구·내용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씨의 과거 판결문엔 "윤씨가 담을 넘어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갔고 책상을 넘고 들어갔다"고 돼 있다. 하지만 윤씨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하다.

더욱이 피해자 집의 담은 얇은 조립식 콘크리트 담으로 높이가 15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리가 불편한 윤씨가 넘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게 윤씨 측 주장이다.

중앙일보

과거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가 차려진 화성경찰서 태안지서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경찰관들은 "가혹 수사는 없었고 국과수 조사 결과에 따라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수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씨는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을 찾아 최면수사도 받았지만 의미 있는 진술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화성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의 진술에도 신빙성이 있고 윤씨의 진술도 과거 기록과 맞춰보니 임의성(기준이나 원칙이 없음)이 있다"며 "법원이 윤씨에 대한 재심 개시를 결정하기 전까지 8차 화성 살인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