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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9년 동안 전기·수도요금만…” 유학생에 ‘집’ 주는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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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아산초등학교, 문의하는 전화 100여통 폭주해

“최대 9년 입주 가능, 전기·수도 등 공과금만 부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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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유학 오면 집도 준다’고 홍보하자, 전국에서 폭발적인 반향이 일고 있다.

전남 화순 아산초등학교는 12일 “열흘 전 유학 오는 학생의 가족한테 주택을 제공하겠다는 홍보를 시작한 뒤, 서울 경기 강원 경남 광주 등에서 하루 20여통 이상 줄잡아 100여통의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밝혔다. 학교 쪽은 “교육 환경, 교원 현황, 학급 편성, 입주 조건 등을 묻고,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학교는 전남 화순군 북면 이천리 해발 810m의 백아산 자락에 둥지를 틀고 있다. 화순읍에서 35∼40㎞ 떨어진 면 소재지로, 차량을 이용하면 40분쯤 걸린다. 1922년 개교해 97년 동안 졸업생 4349명을 배출했다. 100년 가까운 전통을 이어왔지만 급격한 이농 탓에 현재 규모는 6학급 27명으로 줄었다. 내년 2월 10명이 졸업하고 2명이 입학하면, 전체 19명으로 더 작아진다. 위기에 몰린 학교는 교직원 관사를 헐고 유학생 주택을 신축하는 등 파격적인 특혜까지 내놓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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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의 교육환경은 도시에 못지 않다. 250m 높이의 구릉지이고 상수원 보호구역이어서 오염원과 미세먼지 등이 거의 없는 생태교육의 적지다. 널따란 운동장에는 천연잔디가 깔렸고, 전교생이 개인용 노트북과 태블릿을 갖고 있다. 학생들은 정규수업과 돌봄교실을 마치고, 오후 5시 넘어 집으로 돌아갈 정도로 텃밭 가꾸기와 자전거 타기 등 방과후 활동도 활발하다. 더욱이 동복댐 수몰지역에 주는 혜택 덕분에 2년마다 모든 학생이 국외 연수를 떠날 수 있다.

학교는 자연친화적 교육여건엔 만족하면서도, 거주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전학을 포기하는 사례를 보면서 팔을 걷어붙였다. 먼저 학교 살리기와 인구 늘리기를 연계하자고 화순군을 설득했다. 인근 북면중학교도 학생이 3학급 14명뿐이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협의를 통해 화순군이 건축비 2억8000만원, 교육청이 철거비 1억여원을 대기로 했다. 지난달 관사를 헐고 지상 1층 면적 66㎡인 주택 2동을 착공했다. 공사는 연말까지 마치고, 내년 3월 이전에 희망자한테 내주기로 했다. 이 건물들은 방 2칸과 거실, 부엌, 화장실, 다용도실을 갖추고 있어 4~5인 가족이 충분히 살 수 있다.

희망자는 중학교 졸업 때까지 최대 9년 동안 입주할 수 있다. 임대료는 없고 전기·수도 등 공과금만 내면 된다. 가족 형편에 따라 부모나 조부모랑 살 수 있다.

김경순 교장은 “희망자가 많으면 다른 기관의 관사들을 개축해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려 한다. 학교와 지역을 살리는 데 주택도 필요하지만, 청년층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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