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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구글, 이번엔 美 수백만명 환자 의료정보 수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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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 프로젝트' 극비 추진

미국 21개주 환자 건강 정보 수집

환자·의사 수집 사실 모른채 진행

위법은 아니지만 정보 유출 우려

중앙일보

구글은 최근 나이팅게일 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추진하며 미국 환자 수백만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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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구글이 미국에서 개인 의료정보 수집 논란에 휩싸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이 지난해부터 이른바 ‘나이팅게일 프로젝트(Project Nightingale)’를 극비리에 추진해왔고, 이를 위해 미 환자 수백만명의 의료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가 확보한 구글 내부문서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미국 2위 헬스케어 시스템 업체인 어센션(Ascension)과 제휴를 맺고 어센션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환자 정보를 수집했다. 가톨릭 계열 비영리 의료법인인 어센션은 미 전역에 2600개 병원과 각종 의료 시설을 갖고 있다. 구글이 수집한 데이터는 환자 이름과 생년월일을 비롯해 의료 검사 결과와 의사 진단 내용, 입원기록 등이었다.

최근 미 실리콘밸리의 IT 대기업들은 헬스케어 사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보고 있다. 구글 이외에도 아마존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하지만 WSJ는 “(나이팅게일 프로젝트처럼) 환자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한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미국 21개 주에 있는 환자 수백만 명의 의료정보를 수집했다.

구글은 프로젝트를 통해 수집한 환자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통합적인 의료 검색 도구와 새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타리크 쇼캇 구글클라우드 사장은 “헬스케어 부문에서 우리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환자 치료를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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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추진중인 나이팅게일 프로젝트 개념도. 구글은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 환자 수백만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자료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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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구글과 어센션 모두 환자나 의사에게 의료 정보가 수집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부 문서에 따르면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어센션의 직원 일부가 데이터 수집과 공유 방법에 대해 기술·윤리적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젝트에서 수집된 의료정보는 최소 150명의 구글 직원이 접근할 수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직원들과 과학 연구 부문인 ‘구글 브레인’ 일부 직원이 환자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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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플러스는 지난해 소프트웨어 오류로 사용자 520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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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구글과 어센션의 환자 정보 수집이 불법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구글은 “나이팅게일 프로젝트는 미국 연방법을 따르고 있다”며 “환자 데이터 보호를 위한 조치도 취했다”고 해명했다. 1996년 제정된 미 연방법 ‘의료보험의 상호 운용성과 설명 책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환자 정보가 헬스케어 분야에서만 쓰인다면, 병원이 환자에게 알리지 않고 기업 파트너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대체로 허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정보 수집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구글이 벌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 지난해 11월 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해 구글의 SNS 프로그램 구글플러스는 사용자 520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 개인정보 유용 가능성도 있다. 구글의 자회사인 유튜브는 아동 개인정보 불법 수집 혐의로 지난 9월 1억7000만 달러(약 1980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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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구글은 웨어러블 기기 업체 핏비트(왼쪽)를 인수하기로 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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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치권에서도 구글의 개인정보 수집 문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글은 지난 1일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 핏비트를 21억 달러(약 2조45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민주당 소속 데이비드 시실린 미국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 위원장은 “구글이 핏비트 인수로 미국인의 가장 민감한 정보에 깊숙이 관여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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