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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TF초점] 전 국정원장 4명 복역·​​​​​​​재판 중 …'흑역사' 언제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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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김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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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2심 막바지…"국정원도 국민 통제 받아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1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523호 소법정 방청석에는 구속수감 중인 원세훈(68) 전 국가정보원장을 호송한 교도관 2명만이 자리했다. 전직 국정원장이 서울시장을 제압할 문건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다는 사안의 중대함이 무색할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정원장 법정 피고석에 앉는 건 생소한 일이 아니었다.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를 거쳐 국가안전기획부, 국정원에 이르기 까지 33명 중 15명이 기소돼 옥살이를 했다. 현재 4명이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국가 정보기관으로서 본업보다 정치적 공작에 깊숙이 개입했던 과거로부터 탈피하겠다는 취지로 개명까지 했지만, '흑역사'는 끝나지 않고 있다.

◆"과거와 결별하겠다"며 이름 바꿨지만

국정원이 지금의 명칭을 갖게 된 건 국민의 정부 때였다.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군사정권 시대 인권유린의 온상이던 국가안전기획부를 개편해 지금의 '국가정보원'으로 재출범시켰다. 정권 연장 수단이 아닌 순수 정보기관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도 잠시였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며 청와대 비서실에 몸담기도 했던 임동원(85) 제24대 국정원장은 불법 도‧감청을 지시하거나 묵인한 혐의로 2005년 기소됐다. 후임이었던 신건 제25대 국정원장 역시 함께였다. 정치사찰을 금지한 김대중 정부의 지시를 정면으로 어긴 행위였다. 이들은 유선 중계망 감청을 목적으로 알투(R2), 휴대 전화 감청을 위해 카스(CAS) 등 전문 장비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지만 징역3년‧집행유예4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도 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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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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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에 줄줄이 기소된 국정원장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장을 각각 역임한 원 전 원장과 남재준(75) 제31대 원장은 현재 감옥에 있다. 전직 국정원장이 대거 수감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의 결과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행정 부시장을 지내며 인연을 맺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제30대 국정원장으로 취임하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2014년 1월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만기 출소한 후에도 △국정원 댓글팀을 운영비로 국정원 예산 65억 원을 끌어 쓴 혐의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만든 우파 단체에 국정원 자금을 지원한 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혐의 △'MBC 정상화 추진'을 위해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간섭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원 전 원장의 후임들 역시 말로가 좋지 않다. 남재준(75) 제31대 원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공작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2018년 5월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남 전 원장은 재임 중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 지원했다는 혐의로도 기소됐는데, 지난 3월 대법원이 징역 3년6개월 형을 확정해 복역 중이다. 이병기(72) 제32대 국정원장, 이병호(79) 제33대 국정원장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병기 전 원장은 지난 6월 만기 출소했으나 세월호참사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 절차를 밟고 있다. 이병호 원장은 구속취소로 풀러났으나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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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관련자 김재규(전 중앙정보부장) 피고인이 1980년 육군본부 계엄 보통군법회의(재판장 김영선 중장)에서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포승에 묶여 걸어오며 웃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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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보기관장 절반 옥살이…악순환 끊어야

서훈(65) 현장 국정원장을 제외한 33명의 국가정보기관 수장 중 16명이 정치적 이유로 불행한 말년을 보냈다. 박정희 대통령을 거스르는 행보를 보이다 1979년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된 김형욱 제4대 중앙정보부장,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해 사형 당한 김재규 제8대 정보부장을 제외한 14명 역시 징역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했다.

11일 원 전 원장의 재판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제22형사부(이순형 부장판사)는 12월 중 사건을 병합해 재판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의 혐의가 인정돼 죗값을 치른다고 해도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국정원장이 법원 문턱을 넘을지 알 수 없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청와대 주인이 바뀔 때마다 해당 정권의 권력을 키우기 위한 '하수인 조직'으로 국정원을 악용해 왔다. 은밀하게 운영되는 기관 특성상 수사기관 압수수색은 물론 국정감사도 받지 않아 국민의 감시에서 자유로운 기관"이라며 "민주주의 국가의 모든 권력기구는 국민의 감시와 국회의 견제를 받아야 하는데 국정원 내 비리를 감시할 기구가 지금은 사실상 부재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문재인 정부를 있게 만든 '촛불 민심'에 화답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을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제자리로 되돌려 놔야 한다"고 제언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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