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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8살 때 잃어버린 딸, 40년만에 유전자 등록 통해 극적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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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에 잃어버린 딸 "어릴때 버릇 그대로"

세계일보

아버지 김모(76)씨 지난 1일 서울역다시서기센터에서 39년 전 잃어버린 셋째 딸(파란 스웨터 입은 이)과 상봉하는 장면. 수서경찰서 제공


70대 노부부가 1980년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잃어버렸던 셋째 딸을 40년 만에 유전자 등록을 통해 극적으로 찾게 됐다.

11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아버지 김모(76·당시 36세)씨는 지난 1980년 12월 24일 충남 천안에서 셋째 딸 김모(48·당시 8세)씨를 잃어버렸다.

3급 지적장애를 앓고 있던 딸은 평소에 집을 나가는 버릇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교회를 간 사이 집을 나간 것이다.

김씨는 부인과 함께 그 길로 천안과 주변도시의 보육시설과 고아원을 모두 뒤졌지만 결국 딸을 찾지 못했고 경찰서에 미아신고를 했다.

이후 40년 가까이 딸의 소식을 알지 못했던 아버지 김씨는 올해 6월 한 경찰 지인에게서 '유전자 등록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고 실날같은 희망을 걸고 유전자를 채취해 등록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10월 31일 김씨는 경찰로부터 "딸로 추정되는 사람을 찾았다"는 기적같은 전화를 받았다.

화상통화를 하자마자 "딸이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거주하던 천안시 목천읍에서 부인과 함께 한달음에 서울로 올라왔다는 게 아버지의 말이다.

아버지는 "보자마자 아내와 함께 통곡했다. 딸도 우리를 보자마자 직감했는지 눈물을 흘렸다"며 "손톱을 깨무는 것, 양손잡이 등 어렸을 때 아이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며 당시 순간을 회상했다.

이어 "딸이 집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데 오늘도 집에서 김장한다고 엄마를 도와 파를 다듬고 있다"며 "아이가 앞으로 행복하게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게 목표다"고 최근 소식을 전했다.

이같은 부녀의 극적 상봉이 이뤄지기까지는 경찰의 도움이 컸다.

아버지의 유전자 등록 후 경찰은 딸의 신원을 확인했지만 소재지 파악에 애를 먹었다.

딸은 지난 2017년까지 서울시여성보호센터에 거주하다 퇴소하고 이후 중구 소재 한 고시원에 머무른 뒤 행적이 묘연한 상태였다. 휴대전화와 장애인 카드도 없어 추적이 불가능했다.

이에 서울 수서경찰서는 '서울역다시서기센터'에 딸의 얼굴 사진을 보내고 발견 시 즉각 통보하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서울역에서 배회하던 딸을 발견했다는 연락이 센터 측에서 왔고 40년 만의 '극적 상봉'이 이뤄질 수 있던 것이다. 아버지는 경찰의 노력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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