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원희복의 인물탐구]tbs(교통방송)사장 이강택, 국감 '사이다 발언' 진상 밝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회 국정감사가 끝날 즈음이면 대부분 언론은 ‘국감스타’를 선정한다. 그러나 올해 국감은 ‘조국 정국’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여·야 모두 주목할 만한 의원이 떠오르지 않는다. 대부분 언론도 예년과 달리 눈에 띄는 국감스타를 선정하지 않았다. 정책검증이 실종된 국회의 처량한 단면이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 ‘튀는’ 인물이 한 명 나왔다. 국정감사 주역인 국회의원도 피감기관 국무위원도, 국감 증인도 아니다. 그는 이강택 tbs(교통방송) 사장(57)이다. 그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그의 발언은 대부분 언론에 화제가 됐으며 ‘tbs사장 사이다 발언’이라는 제목의 유튜브는 조회 수가 수십만 건에 이르고 있다. 그를 올해 ‘국감스타’로 지명해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그가 이번 국감에서 주목을 받게 된 이유를 듣기 위해 10월의 마지막 날 상암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경향신문

tbs 이강택 대표 /이상훈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 조회 수 수십만 건 ‘국감스타’

-10월 21일 국감에서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이 ‘tbs 프로그램 정말 심각하다, 좌파해방구가 되어 있다’라는 지적에 ‘한 번도 안 들어보셨죠’라며 반박하는 모습은 아예 작심한 것 같더라.

“뉴스나 짧은 동영상에 그 대목만 비치니까 그런 것이다. 우리는 이번 국감 타깃이 될 것이라 각오는 했다. 국감을 앞두고 자료요구가 엄청 쏟아져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 쭉 지켜본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매우 공손하고 차분하게 답변했다. 그러나 저녁때가 되자 질문이 너무 정략적으로 변했다. 특히 우리 방송국을 ‘좌파해방구’라는 표현에 tbs 구성원을 대표해 할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편파방송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씨는 스스로가 ‘편파방송가’임을 자임하는 사람 아닌가.

“그것은 반어적 표현 아닐까.”(웃음)

-최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tbs가 편파방송이라면 편파보도 일삼은 <조선일보>는 폐간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그것도 전후 맥락이 있다. 우리가 가을 개편을 했는데 <조선일보>가 대대적으로 비난 기사를 썼다. 국감을 앞두고 그런 기사를 쓴 것은 야당에 문제를 제기하라는 주문으로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미디어오늘> 기자가 전화를 해 한 5분 통화했다. 음악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규리씨에게 광우병 공포 책임을 묻는다면 오보를 많이 한 <조선일보>도 폐간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앞뒤 설명보다 이 대목만 부각된 것이다.”

-폐간하라는 <조선일보>에서 반응이 있던가.

“없었다. 서로 다 알고 있을 텐데….”

적잖은 국민은 이 대표의 ‘사이다’ 발언에 환호했다. 여기서 간과해서 안 될 대목이 있다.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집중포화 대상이 됐다는 것은 그만큼 ‘거물’이라는 것을 웅변한다. 사실 tbs는 수도권 대상의 군소방송국이 아니다. 아침 시사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프로그램별 점유청취율이 14.5%로 KBS, MBC, SBS, CBS 등 막강한 전국 네트워크 방송국을 제친 전체 1위이고 아침 종합뉴스는 3위다. 수도권 21개 라디오 채널 중 tbs의 점유청취율은 SBS에 이어 2위다.(코리아리서치 조사) 뉴콘텐츠 약진도 만만치 않다. 이 대표는 “지금은 미디어융합시대로 tbs라디오 방송은 케이블 TV, 유튜브와 팟캐스트로 올라가는 다(多)미디어 전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구독자 수는 65만명으로 1년간 누적 다운로드 수가 9억2000만회, 팟캐스트 팟방의 누적 조회 수는 23억9900만회에 이른다. 정치인들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별도 ‘로비’를 해야 할 정도라는 후문이다.

이는 엄청난 인력과 장비 그리고 전국을 커버하는 기존 공중파 방송과 언론이 ‘시기’할 만큼 영향력을 가진 것이다. 게다가 현재 공영방송은 낮은 시청·청취율로 연간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는 경영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불과 1~2년 사이에 벌어진 것으로 그 중심에 이 대표가 있다. 이 정도면 tbs의 광고·협찬 수익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tbs는 서울시로부터 매년 350억원을 지원받는 사업소다. 사실상 지방공기업 성격이다. 그래서 상업광고를 할 수 없고 일부 협찬만 가능하다.

매년 350억원 지원받는 지방공기업

tbs 행정부문은 서울시에서 파견된 일반직 공무원, 기자·PD·아나운서는 임기제(계약직) 공무원, 연출보조·작가·그래픽 등 TV업무에 필요한 인력은 비정규직이다. 이들 이외에도 프리랜서 작가 등 다양한 직종에서 500명 정도가 일한다. 자체 협찬으로 100억원 정도 수익을 내고, 서울시 지원이 350억원 정도이니 1인당 매출이 1억원도 안 된다. 매체의 영향력에 비해 수익구조가 열악하다. 이 대표는 “다른 회사에 비해 임금도 낮지만 제작비도 훨씬 낮다”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사장에 취임해 갑질 논란과 부당대우 많이 받은 작가의 권익을 위해 방송사 최초로 근로계약서를 체결해 4대 보험을 보장했다. 막내작가의 임금도 최저임금보다 20% 높은 서울시 ‘생활임금’에 맞추도록 했다. 사실 현재 공영방송 사장도 그렇지만 노조위원장 출신 사장은 ‘경영능력’이 떨어진다. 수익보다 ‘고용안정과 연대’에 익숙한 탓이다. 그런데 tbs와 <뉴스타파>만 좀 예외인 듯하다.

tbs는 현재 재단법인으로 탈바꿈 중이다. 이 대표는 “tbs는 내부적으로 관료적 체질과 서울시에 대한 의존성이 강하고 비정규직은 조직에 대한 충성도·역량 축적이 안 되는 굉장히 비정상적인 구조”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공무원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재단법인 형태로 정상화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 7월 11일 서울시의회는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공포안’을 의결했다.

-최근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대표이사 1명 등 임원 6명을 공개 모집하는 공고가 떴다. 사장에 응모할 것인가.

“응모하겠다.”

-본인이 다시 대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1년간 변화를 시도해봤다. 라디오 청취율 전체 2위, <뉴스공장>은 1위다. 악조건에서도 케이블TV 시청률 순위와 유튜브 구독자 수도 비약적으로 올렸다. 무엇보다 조직이 가진 다양한 정체성이나 취약·경직성도 많이 보완됐다. 이는 우리 구성원들이 많이 노력한 결과로,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됐다. 내가 다시 응모하는 이유는 이미 시작된 변화를 최소한 안착시키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재단법인으로 전환되면 서울시 지원은 안 받나.

“방송국 허가요건이 어떻게 되느냐가 관건이다. 광고를 전면 허용해주면 안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방송사의 과잉 견제도 있다. 우리가 광고시장에 들어가면 제한된 파이를 나눠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tbs 대표가 되면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가.

“기존 공영방송은 시민을 주체로 세운다며 시청자·청취자위원회나 옴부즈맨을 만들었지만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 우리는 진정성 있게 시민의 참여와 표현의 자유에 임하려 한다. 신설한 <우리동네 라디오>는 마을 미디어활동가가 직접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것을 발전시켜 ‘시민기자’까지 만들 계획이다. 그리고 수도권은 전국민 절반 이상이 사는 곳이다. 그런데 진정한 수도권 뉴스가 없다. 그 역할을 우리가 할 것이다.”

경향신문

이강택 사장이 10월 21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사이다’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강택 대표는 1962년 서울 출신이다. 경복고를 나와 81년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3학년 때 강제징집돼 군대에 갔다. 제대 후 등록을 않다가 제적됐고 나중에 재입학해 졸업했다. 왜 복학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90년 KBS에 PD로 입사해 <세계는 지금>, <KBS스페셜>, <추적 60분> 등 주로 시사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가 제작한 대표적인 프로는 2008년 <KBS스페셜>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이다. 그러나 그는 <추적 60분>에서 만든 조작간첩 박동운 사건의 진실을 밝힌 프로를 더 소중히 여긴다. 그는 “사내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프로를 만들었다”면서 “묻혀진 진실을 찾고 내가 사회적 역할을 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그는 엠네스티 언론상을 받았다.

이 대표는 2003년 한국PD연합회장을 맡는 등 활발히 활동했지만 2008년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사장 임명에 반대하다 KBS수원연수원으로 ‘좌천’됐다. 혈기왕성한 PD는 울분을 삭이며 연수원을 관리했다. 그러다 2011년 전국언론노조위원장으로 정권을 겨냥한 ‘대반격의 시대를 열겠다’며 야심찬 계획에 착수했다. 바로 KBS, MBC, YTN, 연합뉴스까지 동원한 1~7월 연대파업이다. 그는 이 ‘대반격’이라는 표현에 대해 “검열과 징계 등 정치적 억압에 종편으로 대변되는 자본의 억압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저항의 선을 긋고 언론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파업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노조 핵심인사에게 해고·징계·유배라는 보복이 가해졌다. 언노련 위원장을 마치자 회사는 그를심의실에 ‘유배’시켰다.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지난해 10월 그는 tbs 사장으로 전직했다. 그는 가짜뉴스가 횡행하면서 언론불신 시대가 온 것에 우려하고 있다. 그는 특히 “불행하게 내가 몸담고 있던 KBS에 대한 비판이 많다”고 말했다.

언노련 위원장 시절 연대파업 이끌어

-조국 사태 보도에서 KBS 사회부장이 쓴 장문의 글을 봤다. 검찰 취재와 보도, 자산관리인 인터뷰를 검찰에 확인한 것 등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맥락이다. 우리가 언론의 자유로 금과옥조처럼 얘기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 ‘의회는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는 대목 원문을 보면 개인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발언할 자유가 먼저이고, 언론사가 자유롭게 취재하고 보도할 자유는 그다음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KBS 사회부장은 그 진정한 의미를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조국 보도 문제를 두 가지 관점으로 본다. 하나는 KBS가 독재정권시대의 특권적 지위가 아직 관성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KBS 구성원은 이를 성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공영방송이 지난 10년 정도 정치·경제적 압력을 받았다. 이 시기 현장에서 강제로 배제되다보니 대처하는 인식이나 감각이 떨어지는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지상파 뉴스 시청률이 바닥을 헤매는 이유를 보면 뉴스의 선택과 보도관점·방법 등에서 선배에게 충분히 훈련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명박·박근혜 10년이라는 시간이 보도감각을 빼앗아버렸다. ‘각주구검(刻舟求劍·칼을 물에 빠뜨린 뒤 뱃전에 빠뜨린 자리를 표시하는 어리석음)’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배는 저 멀리 가버렸는데, 우리는 배 위에서 금을 긋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서서히 그 갭이 줄어들긴 할 텐데….”

그는 하고 싶은 말, 특히 얼마 전까지 몸담았던 KBS에 할 말이 많은데 애써 참는 모습이 역력했다.

글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사진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