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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에 붙은 8자리 번호판… 불매운동 이후 산 차라고 손가락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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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차번호판 8자리로 변경 2개월

조선일보
#1. 이달 초, 서울 도심에서 일본 브랜드 렉서스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서 잠시 멈췄다. 지나가던 행인이 "어떻게 불매 운동 중에 일본 차를 살 수 있느냐"고 화를 냈다.

#2. 경기도 외곽의 한 건물 주차장. 차단기가 내려진 주차장 입구에서 차 한 대가 한참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뒤에 늘어선 차들이 빵빵거리며 경적을 울려댄다.

이 두 상황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아마 차량 번호판 숫자가 남들보다 하나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기존 사용하던 7자리 번호판(12가1234)이 포화상태라는 이유로, 8자리 번호판(123가1234)을 도입했다. 기존 2자리 숫자인 번호판 앞자리를 3자리로 늘린 것이다.

8자리 번호판에는 생각지도 못한 역할까지 추가됐다. 일본 불매 운동 참여 여부다. 기존 차량이야 어쩔 수 없지만, 8자리 번호판은 신차를 구입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또 민간 주차장의 입·출차 지연 원인이 되기도 한다. 8자리 번호판 도입 후 2개월을 '아무튼, 주말'이 들여다봤다.

7자리 번호 포화상태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가 2300만대를 넘어섰다. 인구 2.234명당 1대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앞자리 숫자가 2자리인 기존 7자리 번호로 등록 가능한 차량은 2200만대. 그동안 국토부는 차량 말소 등으로 회수된 번호까지 내주며 버텼지만, 이마저도 올 연말이면 동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토부가 지난 9월 앞자리 숫자가 3자리인 새 자동차 번호판을 도입한 이유다. 이 조합으로는 자동차 번호판을 추가로 2억1000만개까지 만들 수 있다. 반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하다고 국토부는 보고 있다. 차량 용도에 따라 119나 112 같은 특수번호 표시도 가능하다. 현행 자동차 번호에다 한글 받침을 더 하는 안도 논의됐지만, 이 경우 확보 가능한 번호가 6600만개에 그쳐 8자리 번호 안에 밀렸다.

8자리 번호판은 '일본 차 저승사자'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6)씨는 지난 7월 일본 브랜드 도요타의 '라브4' 차량을 구매했다. 차량 색상이 희귀해 오는 11월 중순쯤 차를 받을 예정이다. 8자리 번호판을 달게 된다. 김씨는 "오랜 기간 가족들이 안전하게 타야 하고, 많은 돈을 내야 하는 만큼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이 선택을 뒤집어야 할지 고민이다. 김씨는 "8자리 번호판을 단 일본 차량이 온라인에서 각종 놀림거리가 되고 길에서 위협을 받는단 얘기도 들었다"며 "여성 운전자라 더욱 무섭게 다가온다"고 했다. 8자리 번호판 도입 시기가 일본 불매 운동 시기와 겹치면서, 불매 운동 참여를 가르는 잣대가 됐다. 실제 업계에서는 8자리 번호판이 '일본 차 저승사자'로 불린다. 도요타, 렉서스 등 일본 차 판매량은 신규 번호판 도입을 앞두고 지난 7월 2674대에서 8월 1398대, 9월 1103대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본 차는 다른 수입차에 비해 할인이 없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 혜택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아직 30%는 번호 인식 못 해

8자리 번호판을 단 차량은 민간 주차장에서 애를 먹을 확률이 높다. 국토부가 최근 국회 김철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민간 시설 주차장 중 약 30%는 여전히 8자리 번호판을 인식 못 한다. 지난 9월 기준 8자리 번호판 인식이 가능한 민간시설주차장은 전국 평균 71%에 불과했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이 비율이 떨어져, 전북의 경우 절반 넘게(53.2%) 8자리 번호판을 인식 못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8자리 번호판을 발부받은 이모(38)씨는 "외출할 때마다 8자리 번호판 인식 가능한 주차장을 미리 찾아 놓고 나서는 것이 필수"라고 했다. 단, 경찰청 단속카메라와 전국 도로공사 톨게이트는 100% 인식한다.

국토부는 "민간시설까지 빠르게 업데이트가 완료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며 "아직 업데이트가 안 된 아파트의 경우 차단기 수동 개폐를 위한 경비실 인력을 상시 배치하고, 쇼핑몰 등에서도 주차요금 정산 인력을 추가로 대기시키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남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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