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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장 받았는데 불합격 번복···수능 코앞 재수생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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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1주일 전 수시 합격자 14명 합격→불합격으로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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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합격 발표가 난 지난 5일 출력한 합격통지서와 등록금 예치금 영수증. 그러나 다음날 학교 측은 "실수로 합격자를 정정하게 됐다"고 밝혔고 합격은 하루만에 물거품이 됐다. [사진 A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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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합격 아니래요. 예비 △번으로 바뀌었어요......”

지난 6일 오후 아들의 전화를 받은 A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루 전날 아들과 함께 동국대학교 입학처 홈페이지에서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수시모집에서 최종 합격했다는 결과를 확인했던 터라 더욱 기가 막혔다. 전날(5일) 오후만 해도 A씨와 아들 B씨는 “재수 끝에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고 기뻐하며 합격통지서와 등록금(예치금) 영수증도 출력해 냉장고에 붙여뒀다. 몸이 좋지 않은 할머니도 장손의 합격 소식에 기뻐하며 주위에 자랑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합격의 기쁨은 채 하루를 가지 못했다. 동국대는 6일 오후 홈페이지에 “2020년도 수시 모집 합격자 발표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지해 정정했으니 확인해보라”고 밝혔다. B씨는 떨리는 마음으로 직접 수험번호와 이름을 적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화면에는 전날 봤던 ‘합격’이 아닌 ‘최종 합격자에 들지 못했다’는 내용과 함께 예비 번호가 떴다. 수능(14일)을 약 1주일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예비 번호는 최초에 합격한 수험생이 등록하지 않을 경우 순서대로 합격시키기 위해 미리 부여하는 번호다. 그러나 동국대 체육교육과 수시모집의 경우 결원이 거의 생기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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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수시 합격자 발표 화면 [사진 동국대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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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정시 준비 하나"



동국대 체육교육과 실기 전형의 경우 수능 점수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최종 합격’을 뜻하는 것이었다. 전날 까지만해도 '현역'과 '재수'의 모든 수험 생활에서 해방된 줄 알았던 B씨는 졸지에 다시 수능을 준비하게 됐다. 다른 수시 모집 결과를 기다릴 수도 없다. 보통 수헙생들이 수시 모집에서 지원 가능 최대치인 6개의 대학에 원서를 넣는 것과 달리, B씨는 동국대 한 군데 ‘올인’했기 때문이다. A씨는 “체대 입시의 경우 실기 평가 종목이 학교마다 천차만별이라 모두 준비하는 것 보다 가장 가고 싶은 학교 한 군데를 집중적으로 준비하는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능을 봐야햐는데 이런 일을 겪고 어떻게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정시 준비를 할 수 있겠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국대 "입학처 직원 실수…구제는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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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로고



동국대는 5일 오후 3시 2020학년도 수시모집 실기전형 최초합격자 161명과 예비합격자 150명을 발표했다. 이후 한 수험생의 이의 제기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최초 합격자 중 일부의 합격ㆍ불합격 여부가 뒤바뀐 사실을 확인했다. 3수 이상의 수험생에게는 비교내신(실기고사 점수를 변환해 내신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을 적용해야 하는데 산출 프로그램에서 이를 입력하지 않은 것이다. 학교는 이를 적용해 다시 채점했고, 그 결과 체육교육과와 미술학부(한국화, 서양화)ㆍ연극학부(실기) 등 총 7개 학과의 14명을 합격자에서 불합격자로 정정했다. 또 불합격자 중 12명은 합격자로 바뀌게 됐다.

불합격자 중 체육교육과 지원자가 7명으로 가장 많다. 올해 체육교육과 수시 모집 인원 정원인 28명 중 25%에 달하는 수험생이 합격→불합격으로 번복된 것이다. 학교 측은 입학처 직원의 실수가 명백함을 인정하면서도 “죄송하다는 말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입장이다. 동국대 관계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문의했는데 이런 경우 구제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수시와 정시의 입학 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것을 임의로 조정해 피해 학생을 구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잘못 했으면 사과라도 성의있게 해야"



A씨는 구제는 커녕 학교 측의 책임있는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A씨는 “홈페이지에 사과문만 달랑 올려놓고 아들이나 저에게 학교 측 그 누구도 전화나 문자 조차 없었다”며 “학교의 무책임한 대응이 가장 화가 난다. 잘못을 했으면 사과라도 성의있게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황당해 했다. 이어 “물론 최선을 다했는데도 점수가 합격권에 들지 못하면 떨어질 수 있다. 그렇게 납득시키려면 처음부터 제대로 발표했어야 하는거 아니냐”며 “농락당한 기분이다. 만약 총장 자녀나 교수 자녀면 이렇게 처리 했겠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에 동국대 측은 “입학처장이 직접 불합격으로 바뀐 수험생들과 예비 번호가 바뀐 수험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로 사과를 했다”면서도 “다만 휴대전화가 꺼져있는 경우가 있어 연락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A씨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법적 대응도 염두해두고 있다”며 “연락이 닿으면 다른 13명 학생들의 학부모들과도 얘기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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