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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0일간 원숭이’ 배아 배양…또, 실험실 속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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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학원 분자세포 연구 논문

인간 닮은 영장류 원숭이 활용

생명공학 불문율 ‘14일 규정’ 깨

척추 자라는 ‘원시선’ 나타난 상태

각계 ‘생명 시작’에 대한 인식 달라

‘다음은 인간 배아실험’ 우려 시각도

헤럴드경제

중국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원숭이 배아를 20일간 배양했다. 이는 최장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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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유전공학 실험으로 탄생한 인간이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시대가 옛이야기가 될까. 인조인간이라는 '금단'의 영역을 넘봐선 안 된다는 우려와 달리, 현실은 영화의 상상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 연구진들이 실험실에서 원숭이 배아를 20일간 배양하면서 생명공학자들 사이에서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14일 규정'이 깨지기 시작했다. 14일 규정이란 인간 배아 연구를 할 때 척추가 자라는 원시선(原始線)이 나타나기 전인 수정 후 14일까지만 배양을 허용한다는 과학 정책이자 규제다. 한 마디로 수정 후 14일 이후의 상태를 인간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어디에서부터 인간으로 보느냐에 따라 학자들이 저마다 인식을 달리하면서 인간 배아의 배양 기간을 14일보다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른 연구 윤리 논란도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中, 원숭이 배아 연구로 다시 불붙은 논쟁 = 논란은 지난 1일 사이언스지에 두 편의 논문이 게재되면서 시작됐다. 중국과학원(CAS) 연구진들이 낸 이 두 논문에는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초기 배아 발달 단계에서 발생하는 분자 세포에 관한 연구 내용이 담겼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초기 배아 발달의 핵심 단계에 관한 연구라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문제는 연구를 위해 연구진들이 실험실에서 체외 수정으로 원숭이 배아를 배양했는데, 그 배양 기간이 20일로 대폭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는 실험실에서 가장 오랜 기간 생존한 영장류 배아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초기 발달 단계를 연구하기 위해 체외 수정으로 배아를 배양해왔다. 지난 2016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미국 록펠러 대학 연구진은 13일간 인간 배아를 성공적으로 키웠다. 그러나 이들은 14일 이상 인간 배아를 키우는 것을 금지한 14일 규정 때문에 실험을 중단했다. 인간과 가장 밀접한 종인 원숭이의 배아는 실험실에서 최대 9일간만 배양됐다.

실제로 기준이 되는 14일은 쌍둥이로 분화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단계이자 개별적으로 개체화되는 시점이다. 이 단계에서는 신경계를 만드는 세포가 나타나지 않는다. '신경계를 형성하는 세포'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 배아가 고통을 느끼기 이전에 연구를 중단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근거에 따라 지난 1979년 미국 건강교육복지부의 윤리자문위원회가 14일 규정을 제안했고 이를 영국 정부 워녹위원회와 미국 국립보건원이 채택했다.

한국을 비롯한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최소 12개 국가에서 이 규정을 따르고 있다. 한국은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사람은 언제부터 인간인가… = 물론 중국 연구진들이 이번 연구에서 인간 배아를 직접 활용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과 닮은 영장류인 원숭이의 배아를 활용해 체외에서 14일 넘게 배양했다는 점에서 결국 다음 차례는 인간 배아가 아니냐는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박은호 가톨릭대학교생명윤리연구소장은 "인간의 선익을 위한 동물 연구는 존중한다"면서 "다만 계속해서 배아 기간의 배양 기간이 늘어나고, 여기에 유전적 조작까지 더해지면, 자연의 질서는 결국 교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의 기원은 난자와 정자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수정란에서 시작한다. 이에 따라 종교계는 수정란부터가 생명의 시작이라고 본다. 수정란은 한 개체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요소와 생명체로서 지녀야 할 기본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세포 하나로 보이는 배아는 실제로 생명체의 기능을 수행하는 체계를 사실상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생명공학 학계 일각에서는 인간 배아의 배양 기간을 수정 후 14일까지 허용하는 규정이 아닌, 21일이나 28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14일부터 28일까지 단계에서는 다양한 기관이 관찰되지만 신경계 연결이나 감각 시스템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게 그 근거다. 40일까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지난 3월 일본 문부과학성은 인간과 동물의 혼합 배아를 14일 이상 배양하거나 동물 자궁에 이식하는 연구를 허용하기까지 했다. 연구를 진행하는 나카우치 히로미쓰 도쿄대 교수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체외 수정으로 인간과 쥐를 합한 배아를 배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이후에는 돼지를 이용해 혼합 배아를 배양하는 실험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연구가 '당뇨병·파킨슨병·알츠하이머병 등의 치료용 배아세포를 얻기 위해서'라는 목적으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섣불리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크다. 아직까지 현대 과학기술로는 14일 이상 인간 배아를 배양하는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중요한 진보를 보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대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은 "14일 이상 배양을 하는 것 자체는 실험 기법적인 면에서도 어렵지 않다"며 "현재 기술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해당 기술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인간 배아의 배양 기간을 늘리는 것은 시기상조다. 인간 배아를 14일 이상 생존시켜서 당장 얻을 수 있는 과학적 성과가 무엇인지 누구도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은 인간 유전자 편집에 대한 국제 권고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인간 배아 관련 연구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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