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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중동의 외톨이, 이스라엘은 왜 쿠르드를 지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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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적은 나의 친구'... 유대계 쿠르드 집안과 연도 맞닿아

동맹인 미국에게 버림받은 쿠르드, 남일 아니라는 여론 확산

아시아경제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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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이스라엘이 최근 터키군의 공습으로 큰 피해를 입은 시리아 내 쿠르드족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한다고 밝혀 국제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스라엘과 쿠르드족은 인종적·종교적 접점이 없어보여 양자간 관계가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이스라엘은 쿠르드족을 1960년대부터 꾸준히 지원해왔다. 이는 '적의 적은 아군'이란 단순한 외교역학의 차원을 넘어 쿠르드 내 유력세력이 유대계 쿠르드족이란 상황이 겹쳐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외무부는 6일(현지시간) 터키군의 공격을 받아 피해를 입은 시리아 내 쿠르드족을 인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피 호토벨리 이스라엘 외무부 차관은 이날 이스라엘 의회에서 "우리는 그들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며 "쿠르드족의 인도적 지원을 위해 파견된 비정부기구(NGO)가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쿠르드족은 중동에서 온건하고 친서방적"이라 덧붙였다.


쿠르드족은 대부분이 이슬람 수니파 교도고 인종적으로는 이란계 민족이기 때문에 이스라엘과 연관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이스라엘은 1960년대부터 꾸준히 쿠르드족을 지원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에는 이스라엘군 요원들이 시리아와 이라크 쿠르드 지역들로 파견돼 군사훈련 등을 돕는다고 미국 언론들이 폭로했으나 당시 이스라엘 정부가 극구부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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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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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중동전쟁으로 탄생한 이래 중동 모든 국가와 대적 중인 이스라엘이 쿠르드족은 돕는 이유는 복합적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단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쿠르드족을 돕는 것이 자신들의 적군인 중동 국가들의 배후를 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쿠르드족은 터키, 이란,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 주요국가 국경지대에 모두 걸쳐 분포하면서 해당 지역 국가들과 계속 교전 중이다.


이와함께 쿠르드족 내 유력세력 중 유대계 쿠르드족이 있어 이스라엘 정계와도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점도 이스라엘이 쿠르드족을 돕는 이유로 손꼽힌다. 이라크 지역 내 거주하는 쿠르드족 중 유력한 세력가문으로 알려진 바르자니 가문이 유대계 쿠르드족이며, 이들이 과거부터 이스라엘과의 외교적 접촉을 이끌어왔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편으로 이스라엘인들은 과거 자신들처럼 나라없는 민족 상태인 쿠르드족에 대해 상당한 연민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드족은 19세기 이후 독립국가 건설에 모두 실패했으며, 중동 각국과 계속해서 독립투쟁을 벌여왔다. 터키 정부는 쿠르드족을 반란 및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40년 넘게 대치 중이며, 이라크는 사담 후세인 집권 이후 이란과 전쟁이 벌어지면서 이란계 쿠르드족이 첩자라는 오명을 씌우며 학살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란에서는 과거 팔레비왕조 당시 왕가와 연이 깊었다는 이유로 이란혁명 이후부터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최근 미국이 동맹인 쿠르드족을 버린 것에 대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여론과 공포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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