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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대학들, ‘고교별 진학률’ 학종 서류평가 때 활용한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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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 특별 전형을 외고·과학고 출신 쓸어담는 수단으로

수상 실적 등 편법 기재에도 검증 장치나 불이익 처분 없어

‘금수저 전형’ 비판과 달리 지역·저소득층 학생엔 학종 유리

경향신문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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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5일 13개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 ‘과학고 > 외고·국제고 > 자사고 > 일반고’ 순의 서열화된 고교체제가 학종의 지원 단계부터 합격, 등록 단계까지 전 과정에서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간 교육계에서는 이들 학교가 대입에서 일반고보다 월등하게 유리하다는 분석을 많이 내놓았지만 정부 공식 조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된 건 처음이다.

이번 조사에서 학종 자기소개서에 편법 기재된 수상실적 등에 대해 대학 측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등 곳곳에서 보완해야 할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로 농어촌 지역 및 저소득층 학생의 경우 수능보다 학종을 통해 주요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더 높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 외고·과학고 위한 ‘전용 전형’도

학종에서 고교서열화가 문제 되는 이유는 학생의 실제 학업성취도나 고교 생활 과정에 대한 평가보다는 ‘학교 유형’을 더 우선시해 학생을 선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고교등급제’로 분류해 1990년대부터 금지해왔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에서 “고교등급제를 했는지는 확인 못했다”고 밝혔지만 의심되는 정황은 여럿 발견됐다.

13개 대학 중 5개 대학은 평가자들에게 지원자의 고교 졸업생 진학 현황 및 이들의 입학 후 학점 취득 수준 자료, 학사경고 현황 및 자퇴 비율 등 추가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개 대학은 지원자의 내신등급을 출신 고교 입학생 또는 동일 유형 고교와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지원자를 해당 고교의 ‘평판’으로도 평가할 수 있게 한 셈이다. 학종 합격자 중 자사고·외고·국제고 출신 학생 비율이 30%를 넘어서는 대학도 여럿 확인됐다.

일부 대학은 ‘특별(특기자)전형’을 사실상 외고와 과학고 출신 학생들을 쓸어담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모 대학의 경우 ‘인문학·사회과학인재’ 전형임에도 4년간 합격자 1838명 중 758명(41.2%)이 외고·국제고 출신이었고, ‘과학공학인재’ 전형에선 같은 기간 합격자 819명 중 517명(63.1%)이 과학·영재고 출신이었다. ‘국제계열’이라는 특별전형에선 4년간 1615명의 합격자 중 505명(31.3%)이 외국 소재 고교 출신인 대학도 있었다.

반면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 선발을 위한 ‘고른기회 특별전형’의 경우 13개 대학 모두 선발이 적었다. 이들 대학의 정원 대비 고른기회 전형 선발 비율은 8.3%로 전국 대학 평균(11.1%)은 물론 수도권 대학 평균(8.9%)보다도 낮았다.

경향신문

■ 학종 관리 곳곳에 ‘구멍’

조사를 통해 학종의 허술한 운영실태도 확인됐다. 일부 고교의 경우 학생부에 기록이 금지된 수상실적이나 특허출원 등과 같은 경력을 고의 내지는 편법으로 기재해 제출했지만, 13개 대학 모두 학생부 기재 금지 사항을 검증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적발되더라도 별도의 불이익 처분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이 자기소개서나 추천서를 편법적이거나 변칙적인 방법으로 제출한 사례도 366건(2019학년 입시 기준) 적발됐다.

예컨대 현재 자소서에서는 수상실적 기록을 금지하고 있지만, 한 학생의 경우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전국학생통계활용대회에 도전하여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고 썼다. ‘최우수상을 탔다’ 등으로 쓰면 수상실적을 기록한 게 되므로 변칙적으로 내용을 써낸 것이다. 교과와 관련이 없는 외부 기관장 표창 수상실적을 써내거나, “어릴 적부터 기업을 하시는 아버지 밑에서…” 등의 표현으로 자신의 경제적 수준을 암시한 사례도 있었다. 자소서의 경우 일부 대학은 편법적으로 써내도 불이익을 주지 않았고, 추천서는 13개 대학 모두 불이익 처분 절차가 없었다.

입학사정관제도의 문제점도 확인됐다. 13개 대학의 사정관 1인당 평가 대상 지원자 수는 매년 143명에 달했다. 사정관이 학생의 서류를 평가하는 ‘시간’도 대학별로 9~21분 등으로 들쭉날쭉했다. 전임사정관 대비 위촉사정관 비율이 높은 것도 문제다. 교육부는 “전임사정관은 평가 기간 중 계속 평가가 가능하나, 위촉사정관은 단기간 평가에 참여하므로 평가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일부 대학에서 서류평가가 부실하게 운영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농어촌·저소득층에 학종이 유리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란 비판과는 달리 이번 조사에서 읍·면 단위에 사는 학생이나 저소득층 학생들이 수능보다는 학종 혹은 학교 내신만으로 입학하는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더 많이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13개 대학의 고교 소재지별 합격자 현황을 보면 읍·면 거주 학생의 경우 전체 합격자 중 15.0%가 학종, 10.9%가 교과전형으로 각각 합격했다. 수능(8.6%)과 논술(3.9%) 합격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갈수록 학종 합격자의 비율은 역으로 더 높아진다는 결과도 확인됐다.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종·교과 입학 비율도 수능보다 높았다. 국가장학금 수혜율 자료를 보면, 13개 대학에서 국가장학금을 받은 소득분위 하위 0~3구간 학생들의 경우 학종 입학생이 16.2%, 교과 입학생이 17.3%로 수능(10.7%) 입학생보다 많았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정부의 정시 확대 대입개편안이 적용되는 2022학년도 이후 대입에서 학종이 줄고 수능 중심의 정시 선발 비율이 늘어난다면 일차적으로 혜택을 볼 지역은 특별시”라면서 “반면에 광역시, 읍·면 지역은 불리한 결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송진식·박채영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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