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7 (금)

‘군 소음법’ 통과…“보상금 줄고 부동산 규제만 강화한 악법” 반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구·평택 등 군공항 인근 주민 ‘졸속 처리’ 우려 목소리

즉각 폐지 후 의견 수렴해 보상 현실화 특별법 제정 촉구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군용 비행장·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안’(군 소음법)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군공항 인근 주민들이 소송 없이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열렸다. 하지만 보상 방식을 두고 피해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군 소음법은 군용기 소음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향후 별도의 민사소송 절차 없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법안을 발의한 자유한국당 대구지역 정종섭·김규환,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법률안 통과를 환영하는 플래카드 등을 내걸고 자신들의 치적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군 소음법 제정을 요구해왔던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도심에 군공항을 끼고 있는 대구 동구와 경기 평택, 광주 주민 등은 최근 군 소음법 통과에 따른 ‘낮은 소음피해 보상금’에 반발하고 있다. 법률안은 소음 영향도를 기준으로 소음대책지역을 1~3종으로 지정·고시하게 했다. 법률안에 소음피해 측정 방식이나 보상의 기준이 될 소음 수준은 빠져 있다.

대구지역 군공항 소음피해 시민단체인 비행공해대책위원회는 5일 “주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졸속으로 처리한 이번 법안은 보상금은 줄고 부동산 규제만 강화한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대구 군공항 소음피해 주민 7만5000여명은 연평균 30만2400원의 배상금을 받아왔다. 군용기 이착륙에 따른 소음도(WECPNL·웨클)와 거주 기간 등에 따라 월 1만1000원에서 최고 6만원까지 받았다. 하지만 군 소음법 통과로 배상금을 21.4% 줄어든 26만4000원만 지급받게 됐다.

또 군 소음법 시행으로 1종(95웨클 이상)은 군사시설만, 2종(90~95웨클 미만)은 공장, 3종은 준공업지역과 상업지역(80~90웨클 미만) 등만 설치가 가능하다. 기존 고도제한에다 건축행위마저 제한받게 된 것이다. 양승대 대책위원장은 “즉각 폐지하고 현실 보상이 가능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경기 평택 시민단체도 낮은 보상금에 우려를 표시했다. 평택평화센터는 턱없이 적은 보상금 범위는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사무국장은 “평택지역은 80웨클을 보상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하루 1000원씩 한달 3만원에 불과한 보상금 범위의 경우 하루빨리 현실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군공항 인근 주민들은 정부가 앞으로 구체적인 보상 기준을 마련할 때 소음피해 기준을 낮추고 지역별로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광주 군공항 소음피해 주민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강현 광산구의회 의원은 “대도시의 경우 자동차 소음 등 ‘배경소음’ 등을 이유로 소음피해 기준이 중소도시에 비해 높은데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만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음피해 소송 등을 맡아온 서해택 변호사는 “군 소음법 통과는 지금까지 국가가 법으로 보상해줘야 하는 것을 판결을 거쳐 배상토록 해 국가가 책임을 회피한 것을 바로잡은 사례”라면서도 “소음피해에 따른 위자료가 적절하지 않은 것은 또 다른 분쟁의 소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박태우·최인진·강현석 기자 taewoo@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