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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긴 머리칼 몽환적 군무..흉내낼 수 없는 독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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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렐조카쥬의 '프레스코화'

여성 무용수들의 관능적 안무 압권

세련된 조명·무대 디자인도 인상적

이데일리

프렐조카쥬의 ‘프레스코화’ 공연 장면. 하얀 옷을 입은 발레리나가 텅 빈 무대에 홀로 남아 거친 움직임으로 족쇄를 벗어던지고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발레리나의 고혹적인 매력에 관객들의 몰입도는 최대치로 상승한다.(사진=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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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역시, 앙쥴랭 프렐조카쥬(Angelin Preljocaj)다’

우아하면서도 관능적인 안무, 파격적인 해석으로 현대 무용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히는 프랑스 안무가 프렐조카쥬. 그가 이끄는 발레단이 지난 1~3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프레스코화’(La Fresque)는 프렐조카쥬 특유의 독창적인 안무를 한껏 선보인 무대였다.

‘프레스코화’는 중국판 아라비안 나이트로 불리는 ‘요재지이(聊齋志異)’에 수록된 ‘벽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요재지이’는 중국 작가 포송령(蒲松齡)이 민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귀신, 도깨비, 신선 등 기이한 이야기를 묶어 집필한 소설집. 이 가운데 ‘벽화’는 오래된 절을 방문한 남자 ‘주효렴’이 벽에 그려진 긴 머리의 여인의 모습에 반해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동화 백설공주를 각색한 ‘스노우 화이트’ 등을 통해 익숙한 이야기를 재해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던 프렐조카쥬는 이번엔 중국의 몽환적인 설화에 프렌치 감성을 덧씌어 환상적인 모던 발레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여성의 ‘머리카락’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 점이 이채롭다. 원작에서 주인공 ‘주효렴’이 꽃을 따고 있는 긴 머리의 여인에 매료되는데, 프렐조카쥬는 그녀의 ‘긴 머리’에 주목했다.

공연이 시작하면 긴 머리카락이 공중에 떠다니는 듯한 이미지가 그려진다. 그림 속 여인들로 등장하는 5명의 여성 무용수들은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전후좌우로 흔들며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특히 주인공이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가기 전, 무대 중앙에 놓인 단 위에 둘러 앉은 5명의 발레리나가 머리, 팔, 무릎 등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펼쳐내는 조화로운 군무는 인상적이다.

가장 압도적인 장면은 하얀 옷을 입은 발레리나가 텅 빈 무대에 홀로 남아 거친 움직임으로 족쇄를 벗어던지고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장면이다. 발레리나의 고혹적인 매력에 관객들의 몰입도는 최대치로 상승한다. 공연장의 정적을 뚫고 들리는 그녀의 격한 호흡 소리마저도 아름답다.

감히 흉내낼 수 없는 프렐조카쥬의 창의적인 안무에 세련된 조명과 무대 디자인, 의상 등이 더해져 현대무용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한 작품이다. 탁월한 표현력과 신체조건을 지닌 프렐조카쥬 발레단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는 80분의 공연은 지루할 틈이 없다. 예술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프렐조카쥬의 또 다른 걸작이다.

서울 공연을 끝내고 지방으로 무대를 옮겨 부산(6일, 부산문화회관)과 대전(9~10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관람료는 부산은 4만~8만원, 대전은 2만~6만원이다.

이데일리

프렐조카쥬의 ‘프레스코화’ 공연 장면. 주인공이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가기 전, 무대 중앙에 놓인 단 위에 둘러 앉은 5명의 발레리나가 머리, 팔, 무릎의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펼쳐내는 조화로운 군무가 인상적이다(사진=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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