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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해난구조대 출신 아들 강해… 섬까지 헤엄쳐 살아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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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못 떠나는 실종자 가족 “희망 놓을 수 없어”

해군 “블랙박스 추정 위치 확인”…사고원인 규명 속도
한국일보

독도 헬기사고로 실종한 아들, 사위를 기다리는 두 아버지가 묵고 있은 울릉도의 한 펜션 외부는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울릉=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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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가 헤엄을 얼마나 잘 치는데요. 분명 헤엄쳐 나와 독도 인근 어딘가 있는 섬에서 구조를 기다릴 겁니다.”

4일 오전 울릉도의 한 펜션. 지난달 31일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한 소방헬기에 탑승했던 구조대원 배모(31)씨의 아버지와 장인은 하염없이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청천병력 같은 소식에 놀라 지난 1일 들어온 울릉도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배씨의 아버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힘들다”라는 말을 반복했으나 희망의 끈은 절대 놓지 않고 있다. ‘물개’로 불리며 해군 해난구조대(SSU) 시절 세월호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아들이 강한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결혼한 아내 역시 “남편은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니 혹시 탈출했다면 독도나 주변 섬에 있을 것”이라며 수색을 부탁하고 육지행 배를 탔다.

다른 실종자 가족들도 대구 강서소방서와 경북 포항남부 소방서에 마련된 사고대책본부에서 초조하게 구조소식을 기다렸다. 그러나 사고해역에선 닷새째 수색에도 실종자 발견 소식이 들어오지 않아 가족들의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다.

동해해경 등 당국은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추락 지점 반경 55㎢에 함정 14척과 항공기 6대, 드론 2대를 투입해 해상 및 수중수색을 진행해 블랙박스와 보이스 레코더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헬기 꼬리 부분을 발견했다.

해군 관계자는 “헬기 동체가 있던 곳에서 114 떨어진 수심 78 지점에서 ‘중앙119 구조본부’라고 적힌 꼬리 부분을 확인했다”며 “헬기 꼬리 부분이 파손되지 않아 블랙박스 내 운항기록장치, 보이스 레코더 등이 안에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해군은 5일 오전 청해진함이 도착하는 대로 실종자 수습과 함께 동체 꼬리 부분 인양을 검토할 방침이다. 예정대로 블랙박스를 회수할 경우 사고원인 규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해군은 또 이날 청해진함이 인양한 사고헬기를 동체를 경북 포항신항 해군부두에서 김포공항으로 옮기는 작업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를 가동, 추락원인 규명에 착수할 계획이다. 동체가 김포공항으로 옮겨지면 추락 시 비상부유장치 작동과 조난신호장치(ELT)가 보내는 신호가 잡히지 않은 이유 등 기체결함 가능성을 정밀 조사한다.
한국일보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이 4일 대구 달성군 강서소방서에서 독도 해역 추락 소방헬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대상으로 수색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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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종후(39) 부기장과 서종용(45) 정비실장이 안치된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과 해군이 실종자 가족에게 수색관련 비공개 브리핑을 한 대구 강서소방서에는 오열과 비통함이 가득했다.

한 유족은 사고 며칠 전 아들이 올린 손자 생일 사진을 보며 울먹였다. 강원 원주시에서 올라온 이 부기장의 아버지는 장남을 데려간 하늘이 야속한 듯,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일부 실종자 가족은 수색 당국과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숱한 질문에도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오는 등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답변이 부족하다는 항의였다.

한편 이날 유가족들이 ‘펑’ 소리와 후 소방헬기가 추락하는 영상을 수색 당국이 보여줬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과 관련, 해경 대변인실은 “이 영상에는 헬기 도착과 이륙 장면만 촬영돼 추락하는 장면은 없고, 이 영상을 가족들에게 제공한 적도 없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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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북 포항신항 해군부두에 세워진 청해진함에서 해군 측이 독도에서 추락해 인양한 소방헬기 동체를 특수차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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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동해=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대구=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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