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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자율주행 버스 타보니…신호 잘 지키는데 불법 주차는 못 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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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버스 2대가 11월부터 세종시에서 운행을 시작한다고 30일 밝혔다. 올해는 2대의 버스가 레벨3단계로 주 2~3회 9.8㎞ 구간을 운행하고 2021년에는 8대의 레벨4 차량이 35.6㎞ 구간에서 시민을 태우고 주 20회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레벨3은 주행 중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지역을 지나는 등 특정 상황에서는 차량의 제어권을 운전자가 넘겨받아 운전하는 수준의 기술이다. 레벨4는 제어권 전환 없이 운행할 수 있는 기술단계다.

실증 운행에 앞서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앞에서 자율주행 버스 시연 운행이 있었다. 이 버스는 한국교통연구원과 SK텔레콤·서울대학교·현대자동차 등이 2018년 4월부터 진행한 ‘자율주행기반 대중교통시스템 실증 연구’로 개발됐다. 시연에 사용된 버스는 현대자동차의 ‘솔라티’로, 15인승 중소형 버스였다. 15분 동안 3.2㎞를 움직이는 코스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앞에서 버스를 타 다솜3로, 중앙수목원로, 임난수로, 절재로, 갈매로를 지났다. 중소형 자율주행 버스가 별도의 주변 교통 통제 장치는 없이 움직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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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서 운행될 자율주행 버스/이민아 기자



버스는 ‘느릿느릿하고 조심스러운 운전자’가 운전하는 차를 탄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이 버스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시속 50㎞다. 버스 안에는 운전석과 조수석에 사람이 한명씩 앉아있었는데, 사고다발구간처럼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구간에서는 이들이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버스는 흔들림 없이 직진했다. 버스는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을 통해 교통 신호 정보를 수신해 신호에 맞춰 주행했다.

버스는 다솜3로에서 200m가량 지나 중앙수목원로로 우회전을 하기 전, 속도를 서서히 낮춰 부드럽게 움직였다. 중앙수목원로에서는 황색 점멸등과 적색 점멸등 신호가 연속으로 있었다. 황색 점멸등은 보행자가 없으면 멈추지 않고 서행할 수 있는 구간인데, 이 구간에서는 저속 주행을 했다. 보행자가 있든 없든 멈춰야 하는 적색 점멸등을 앞에서는 잠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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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 중인 자율주행 버스 내부/이민아 기자



버스에 탔던 연구원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연동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캡틴’으로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겠다는 신호를 보내자, 버스 내 모니터에 ‘하차 예정 인원: 1’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하차 정류장이 가까워지자 버스는 점차 속도를 줄였다. 운전자의 제어 없이 임시 정류장에 정확하게 정차했다. 승차도 앱으로 예약할 수 있다. 승하차 예약자가 없으면 버스는 정류장을 그냥 지나친다. 버스는 시연 구간 막바지에 위치한 임시 정류장에서 탑승을 예약한 연구원을 정확하게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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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릴 때는 휴대전화 앱으로 미리 예약을 하면 된다./이민아 기자




주행 중에는 가끔씩 ‘삐빅’하는 경고음이 들렸다. GPS 수신이 미흡하거나 예측치 못한 돌발 상황에 울리는 경고 알림음이었다. 운전 모드를 자율 주행에서 수동으로 바꿔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주행 경로에 불법 주정차된 차를 비켜가는 것은 운전자가 수동으로 운전해 해결했다. 주행 막바지에 좌회전 신호를 위해 움직이던 버스가 덜컹하고 급정지하기도 했다. 옆 차로에서 승합차가 지나치게 가깝게 접근한 것을 위험 상황으로 인식한 것이었다.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회전 교차로에서도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았다. 제어권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서 운전자로 넘어와 수동 운전이 시작됐다. 강경표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자율주행이 가능하긴 하지만, 일반 운전자도 회전 교차로의 우선 통행 순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사고 발생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이민아 기자(w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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