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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이 권력과 세게 붙은 게 세번, 그때마다 윤석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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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차게 붙어본 게 세 번 정도입니다. 그 세 번 모두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있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휘관으로서 얼마나 신뢰하느냐'고 묻자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한 고위급 검사는 이런 대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항한 사건으로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시작한 당시 여권의 대선자금 수사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수사 ▶그리고 지금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관련 수사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 검사는 "윤 총장은 한번은 선수(팀원), 한번은 주장(팀장), 한번은 감독(검찰총장)으로 뛰었다"며 "조 전 장관 관련 수사에 검사들이 무한 신뢰를 보내는 배경엔,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 싸워 온 윤 총장의 이력이 한몫했다"고 말했다.



사면초가 빠진 검찰…타깃은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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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무소속 박지원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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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착수한 이후 여권과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 등에서 광범위한 공격을 받고 있다. 타깃은 바로 윤 총장이다.

석 달 전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지난 7월 25일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 주시길 바란다"는 당부를 건넸다.

상황은 한 달 만에 반전됐다. 8월 27일, 검찰은 당시 후보자 신분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관련 의혹에 대해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벌이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의 당부대로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에 손을 댔고, 이는 결과적으로 검찰이 제 발등을 찍은 격이 됐다. 당장 여권에선 윤 총장에 대한 비난과 성토가 이어졌다. 검찰개혁에도 날을 세웠다. 반대로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윤 총장에게 집중포화를 퍼붓던 야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옹호에 나섰다.



거세진 '윤석열 흔들기'…檢 '강경 대응'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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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유튜브 알릴레오 3회 방송을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차장과의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알릴레오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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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조 전 장관의 전격적인 사퇴로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는 잦아들었다. 반면 장외 공세는 한층 거세졌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2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 전 장관 지명 전 청와대에 부적격 의견을 개진하고 면담요청을 했다"며 "(조 전 장관) 지명 전인 8월 초부터 조 전 장관 일가를 내사했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는 또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선 "검찰총장이 부하들에게 속고 있다"는 말도 남겼다.

같은 날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의 임태훈 소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검찰이 입수하고도 덮어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윤석열)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판사 출신인 이탄희 법무부 검찰개혁위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검찰의 전관예우 관행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착수 이후 웬만한 의혹엔 말을 아끼던 대검찰청도 이번엔 "모두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서고 있다. 여기엔 '윤석열 흔들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검찰 지휘부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 이사장과 임 소장, 그리고 이 위원의 발언이 같은 날 나왔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날은 조 전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리기 바로 전날이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정 교수의 구속심사 전날,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물타기식의 허위 발언을 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 안팎 "윤석열 안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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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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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외부 공세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선 오히려 구성원의 결속력이 강해지는 반작용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과거 검찰 관련 비위 의혹이 나오면 자녀에게 부끄러워 집에서도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였다"며 "요즘은 외부에서 흔들수록 오히려 살아있는 권력에 제대로 맞서고 있다는 검사로서의 자신감과 보람이 생긴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윤 총장 퇴진론'에 대해서도 검찰 안팎에선 가능성이 희박한 이야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과 근무 연이 깊은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은 앞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두 번이나 직접 수행했던 사람"이라며 "당시의 경험에 따라 검찰총장의 진퇴 여부가 수사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3년 8월 'SK 비자금'으로 촉발된 대선자금 수사 당시 검찰총장이던 송광수 전 총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 내로라하는 정권 실세를 모두 구속기소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겨눈 송 전 총장은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2년 임기를 모두 채웠다.

반면 2013년 당시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밀어붙였던 채동욱 전 총장은 혼외자 논란에 휘말려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자진해서 사퇴했다. 당시 수사팀장이던 윤 총장은 이후 한직을 맴돌았다. 이 변호사는 "앞선 경험에 따라 송광수의 뒤를 따를지, 채동욱의 뒤를 따를지 윤 총장의 판단은 이미 정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사석에서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 하지만 후배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다"는 말을 종종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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