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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미사일·이지스 전투체계 ‘성능개량’ 경쟁 뜨겁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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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서애 류성룡함이 2014년 7월 하와이 근해에서 실시된 림팩훈련에 참가해 외국 함정들과 함께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창과 방패의 대결. 상대방이 휘두르는 창을 막으려는 시도와 적군의 방패를 뚫으려는 노력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천년 동안 지속된 전쟁의 핵심 특징이었다.

이같은 특징은 바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독일이 V-1 순항미사일을 개발해 영국을 폭격한 이후 미사일을 이용한 해상 공격 위협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미사일 공격을 저지하는 기능을 갖춘 전투체계도 등장하면서 바다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창과 방패의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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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3 함대공미사일이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에서 발사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먼 곳에서 정확하게 표적 타격

현대 해전에서 미사일의 위력이 입증된 것은 1967년 중동전쟁이었다.

당시 이집트 해군은 러시아가 1960년 실전배치한 스틱스 대함미사일로 무장한 80t짜리 고속정을 투입, 2500t이 넘는 이스라엘 해군 구축함을 격침시켰다. 미사일에 의해 함정이 격침된 첫 사례인 이 사건은 세계 해군에 ‘스틱스 쇼크’로 기록됐다.

1971년 인도-파키스탄 전쟁에서 인도 고속정이 쏜 스틱스 미사일에 파키스탄 구축함이 격침되자 세계 각국은 부랴부랴 대함미사일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73년 실전배치된 프랑스제 엑조세 미사일은 서방 세계에서 널리 쓰인 무기로, 전장에서 성능을 입증한 미사일이다. 사거리가 40여㎞인 엑조세 미사일은 발사 후 적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도록 수면 위 1~2m의 저고도로 날아가는 씨 스키밍(Sea-skimming) 기술을 적용해 명중률을 높였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 전투기가 쏜 엑조세 미사일에 영국 구축함이 격침되면서 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엑조세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한국도 1970년대 엑조세 미사일을 도입, 초계함에서 운용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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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이지스구축함에서 하푼 대함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1977년부터 생산된 미국제 하푼 미사일은 한국을 포함해 30여개국에서 사용중이다. 엑조세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두 배 이상 긴 하푼 미사일은 씨 스키밍 기술에 적 함정 공격 직전 갑자기 하늘로 튀어올라 적함에 돌입하는 팝업(Pop-Up) 기능을 추가해 파괴력을 극대화했다. 1986년 3월 시드라만 사태 당시 리비아 함정 2척을 격침시키는 등 실전에서 성능을 입증해 지금까지도 생산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의 선번 미사일은 수면 위 7m의 낮은 고도에서 마하 2.5의 초음속으로 비행하고 공격 직전에 적 함정의 요격시도를 회피하기 위해 급격한 기동을 한다. 5000t급 대형 함정을 한 발로 무력화할 수 있다. 러시아 외에 중국이 1990년대 러시아에서 소므레멘니급 구축함을 구입하면서 선번 미사일을 함께 도입했다. 러시아는 선번보다 작고 정확도가 향상된 신형 초음속 대함미사일인 클럽 미사일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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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브라모스 초음속 대함미사일은 러시아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게티이미지


인도는 러시아가 만든 야혼트 초음속 미사일을 기반으로 브라모스 미사일을 개발했다. 마하 3의 속도로 290㎞를 날아가는 브라모스는 베트남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도는 브라모스의 속도 마하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갖고 있어 2030년대에는 극초음속 미사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엑조세와 하푼 미사일을 운용하던 한국 해군은 2003년부터 국산 해성 미사일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 해군의 첫 이지스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을 비롯한 주요 함정에 탑재되고 있는 해성 미사일은 미국의 하푼과 대등한 성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마하 0.8의 속도로 최대 150㎞를 날아간다. 수면 가까이 낮은 고도로 비행해 적 레이더가 포착하기 힘들다.

현재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엑조세와 하푼을 능가하는 신형 미사일 개발이 한창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발로 미사일 방어기술이 강화되면서 이를 뚫을 수 있는 새로운 무기 소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르면 2020년대 등장할 신형 미사일은 △적 레이더 탐지를 회피하기 위한 스텔스 설계 및 비행속도 증가 △적외선 탐지 등을 이용한 이동표적 정밀타격 능력 △대함 및 대지 공격 능력 등을 확보해 전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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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이지스구축함이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신의 방패’ 이지스 전투체계

대함미사일이 해전의 주역으로 등장하면서 이를 저지할 방어체계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미국이 1983년 실전배치한 이지스 전투체계는 대표적인 대함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 꼽힌다. 그리스신화에서 제우스가 그의 딸 아테나에게 준 방패에서 유래한 이지스는 적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포착해 파괴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단일 시스템에 통합한 전투체계다.

이지스의 핵심은 3차원 위상배열 레이더인 스파이(SPY)-1이다. 표적 탐지와 추적은 물론 요격미사일 유도에 이르는 기능을 1개의 레이더로 수행한다. 함정 상부의 4면에 장착된 이 레이더는 동시에 200개의 목표를 탐지 및 추적하고, 그 중에서 24개의 목표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분산 전개되어 있는 단위 전력의 탐지 장비와 전투 체계 능력을 상호 효과적으로 연계한 새로운 정보 · 감시 · 정찰 체계와 기존의 C4I 체계를 연결한 새로운 통합 체계.

해상 교전 상황을 지휘하고 지휘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체계와 함정 탑재 무기를 사용하는 사격통제체계도 갖추고 있다. 위협 평가를 통해 SM-2 요격미사일이나 전자전 장비, 근접방어기관포 등을 사용해 적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격추한다.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춘 함정의 SM-2 요격미사일 발사대는 갑판 하부에 수직으로 설치된다. 미사일이 발사대기 상태로 유지될 수 있어 유사시 대응에 필요한 시간도 적게 든다.

이지스 전투체계는 개발 당시 항공기와 대함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함대를 지키는데 중점을 뒀다. 1983년에 처음 등장한 형태는 스파이-1A 레이더에 수직발사대도 없었다. 하지만 1989년 스파이-1B 레이더가 등장하면서 전자전 능력이 향상됐다. 1995년에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운용능력을 갖춰 대지 공격능력을 보강했다. 2002년에는 부품을 소형화하고 일부 능력을 보강한 스파이-1D 레이더가 등장했으며, 2012년부터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한 탐지 및 요격 임무를 추가해 방공전과 탄도미사일 요격 작전을 겸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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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해군의 프리초프 난센급 이지스함. 위키피디아


이지스 전투체계는 기존 전투체계보다 훨씬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다. 이지스 전투체계를 도입한 국가마다 세부사항이 조금씩 다른 이유다. 미국과 일본, 한국은 9000~1만t급 대형함정에 이지스 전투체계를 설치해 해상 교전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반면 노르웨이의 프리초프 난센급과 스페인 알바로 데 바산급은 경제성을 감안, 레이더 크기를 줄이는 방식으로 5000~6000t급 함정에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했다. 이들 함정은 레이더가 함교 윗부분에 장착되어 있어 식별이 용이하다.

현재 이지스 전투체계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해상 전투체계로 평가받는다. 영국 무기를 주로 사용했던 호주가 이지스 전투체계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성능이 검증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신형 미사일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어 현재의 이지스 전투체계도 교전능력 강화를 비롯한 성능개량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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