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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사설] 관계악화 방치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한 한·일 총리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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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제 회담을 열어 양국 관계 악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한다. 21분간 이어진 이번 회담에서 ‘양국 현안이 조기해결되도록 노력하자’는 취지를 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가 전달됐다. 아베 총리도 “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 국가이고, 북한 문제 등에서 일·한, 일·한·미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당국 간 의사소통을 계속하자고 했다. 이 총리는 회담 후 “간헐적으로 이어진 외교당국 간 비공개 대화가 공식화돼 이제부터 양국 대화가 속도를 더 낼 것”이라고 했다. 꽉 막힌 한·일관계에 숨통이 트였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직 갈 길은 멀고 험하다. 아베 총리는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이 국가 간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 배상문제는 끝났다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일본 주요 언론은 “한국이 청구권협정을 지키고 있다”는 이 총리의 발언을 인용해 회담이 평행선으로 끝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서로 입장에 대한 이해는 한층 깊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그 간극이 크다”고 했다. 협상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일 갈등의 진원지인 강제동원 배상 문제는 관계 복원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문제는 시간이 넉넉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 결정대로 다음달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종료되면 양국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정부는 일본이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한다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검토할 의향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아베 정부는 한국에 가한 경제보복이 자국 경제에 부메랑이 된 자충수였음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한·일관계가 보복의 악순환에 빠져들면 양국 모두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아베 총리는 식민지배 등 과거사를 직시하고 전향적인 자세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유연한 대응으로 합리적 대안을 찾으면서 적절한 시기에 정상회담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 11월 초 태국 ‘아세안+3(한·중·일)’와 11월 중순 칠레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등 정상회의들이 예정돼 있다. 이를 계기로 양국 간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 관계 복원을 위한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외교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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