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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세계와우리] 러 군용기 KADIZ 진입 강력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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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러와 경쟁 위해 INF 탈퇴 / 중거리미사일 亞 배치 등 원인 / 강대국 간 군사전략 갈등 속에 / 韓, 유연한 대응전략 마련해야

러시아 군용기가 또다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침범했다. 올해만 벌써 세 차례다. 지난 7월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했으며, 8월에도 카디즈를 침범했다. 러시아 군용기는 카디즈뿐만 아니라 일본방공식별구역까지 침범했다. 일왕 즉위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러시아 군용기는 미국 알래스카와 캐나다의 방공식별구역까지 무단 진입한 바 있다.

왜 자꾸 침범하는 것일까. 미국은 올해 8월 중거리핵전력(INF)조약에서 탈퇴했다. 1987년에 체결된 조약은 미국과 러시아의 500~5500km 사거리를 갖는 모든 지상발사 탄도미사일 및 순항미사일의 보유·생산·시험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2014년부터 러시아가 500km 사거리를 넘어서는 지상발사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비난하기 시작했으며, 사거리 약 5500km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했다고 결론 내렸다.

세계일보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미국의 INF 탈퇴 배경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군사전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재정적자와 군사예산 축소로 인한 군사전략은 공·해군 전투개념 중심이었으며, 주로 공군력과 해군력을 중심으로 중국의 ‘반접근(A2:Anti-Access)·지역거부(AD:Area Denial)전략’에 대응하는 것이었다. 즉, 공·해군력을 중심으로 중국의 해양 팽창을 막는 것이었으며, 중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해안에 지대함미사일을 배치했다. 트럼프 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경쟁을 강조하고 있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정반대되는 세계를 만들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들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적 세계질서에 대한 수정주의 국가들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쟁을 상이한 체제 간의 경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국가와의 경쟁을 위해 트럼프 정부는 군사예산을 증강하기 시작했으며, 공·해군뿐만 아닌 육군력의 증강으로 통합군체제의 강화를 통한 전투의 효율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미 2015년 편성된 ‘국제 공역에서의 접근과 기동을 위한 합동개념(JAM-GC)전략’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상당 정도 A2·AD 능력을 발전시킨 상황에서 미국이 서태평양 지역에서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상배치 INF 사거리 미사일의 보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후 INF조약 파기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은 INF 파기 이후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전략의 일환으로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시도하고 있다. 배치지역으로는 알래스카, 괌, 호주, 일본, 한국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 침범은 미·일 정부가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협의에 착수한 상황에서 실시됐다. 미국 측 인사는 18일 일본을 방문해 고위인사들과 신형 미사일 배치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러시아는 이 같은 미국의 아시아 지역에 대한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한국 배치 요구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당시 한국은 미·중 갈등에 낀 유일한 국가였으며, 유연한 전략 마련이 힘들었다. 현 강대국 간 갈등에 끼어있는 국가는 한국만이 아니며 이슈 역시 여러 개이다. 따라서 관련 당국과의 양자적 또는 다자적 협력을 통해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중거리 미사일 배치 요구 등 러시아 중국이 민감해하는 부분에서는 미국과의 협력을 지양하되 다른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 사안을 확대·개발하는 외교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을 멋대로 침범하는 러시아 당국에 대해서는 강력히 항의할 필요가 있다.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침범행위가 정례화될 수 있다. 군용기 침범 시 우리 측 전투기 출격의 숫자를 더욱 늘리며 재발방지를 약속받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한·미동맹 차원에서 미국과의 협력도 필요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는 한 국가의 방위주권 구역을 침범한 것이며, 우리의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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