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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상 강요 논란' 인헌고 교장 "사실 아닌 내용 많다…휴교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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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의 기자회견에 많은 보수단체 회원 및 보수 유튜버들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인헌고 일부 교사가 '편향적 정치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해당 학교에서 사실관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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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헌고등학교 측이 일부 교사가 한쪽으로 치우친 정치사상을 강요했다는 몇몇 학생에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다”고 해명했다.

24일 오후 4시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인헌고 앞은 보수 단체의 집회 시위로 시끌벅적했다. 단체는 "전교조 교육 폭망"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학교를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나승표 인헌고 교장은 이날 교장실에서 “학생의 주장이 다 사실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며 “특정 교사가 사상 주입하는 수업 했다면 그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인헌고 학생 20여명으로 구성된 학생수호연합은 지난 18일 몇몇 교사가 학교 행사에서 ‘반일 구호’를 외치게 하는 등 치우친 정치사상을 강요한다고 주장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페이지를 만들었다. 이들은 피해사례를 모아 23일 기자회견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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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몇몇 교사로부터 편향된 정치 사상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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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학교 측은 논란의 시작이 된 학교 마라톤 행사에 관해 설명했다. 나 교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마라톤 대회는 아주 간단한 교육활동이었다”고 했다. 대부분 중·고등학교에서 마라톤 행사를 하고 있는데 인헌고의 경우 단순한 마라톤이 아닌 매년 주제가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주제는 ‘평화’였고 올해는 ‘나라사랑’이 주제로 선정됐다고 한다.

학교 측에 따르면 당시 마라톤 시작하기 전 ‘내가 만드는 독립선언문’이라는 행사를 했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라사랑 표어, 그림 등을 가로 50cm, 세로 10cm 정도 하얀 띠에 쓰도록 했다. 이후 행사에 참여한 1, 2학년 학생 400여명 중 7~8명이 대표로 자신이 쓴 선언문을 읽었다고 한다. 학교 측은 이 과정에서 특정 문구를 강요한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띠를 소지한 학생만 결승선 통과를 인정해줬다는 내용은 “지난해에도 띠를 주고 마라톤을 했더니 길가에 그냥 버리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몸에 소지하도록 지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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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편향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하는 서울 봉천동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가 자신들을 징계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수호연합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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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수호연합 학생들이 모임을 하는데 교실에서 내쫓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해당 반 학생이 교무실로 찾아와 신고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학교 측은 “해당 모임이 있던 3학년 교실에 한 학생이 담임 교사를 찾아와 ‘낯선 학생들이 와서 소란을 피우고 있다’고 도움을 요청해 지도한 것”이라고 했다. 학생수호연합 관계 학생을 퇴학하려 했다는 주장에는 “단 한 번도 기자회견을 한 학생에 대해 징계라는 단어 쓴 적도 없고 퇴학이란 단어는 더더욱 없다”고 강조했다.

학교 측은 “예전과 달리 요즘 학생은 사회 영향 많이 받는다”며 “올해 우리나라 분열이 심했고 아이들도 그 영향 받는 상황에서 생각 없이 치우친 교육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설사 그런 일 있더라도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한 일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보수단체 시위로 학생 피해"



보수단체 집회로 인해 교사와 학생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오전 8시부터 보수단체의 집회가 이어져 수능이 한 달도 남지 않는 학생들이 고통을 받았다”고 했다. 집회참여자가 교사를 향해 “빨갱이 교사”라고 욕을 하기도 하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병가를 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나 교장은 “유튜브에 얼굴이 나갈까 봐 걱정하는 학생이 많다”며 “휴교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인데, 학생들이 안정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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