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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갈곳 잃은 돈 `남하작전`…죽쑤던 울산 집값도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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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랜드마크 단지로 불리는 울산광역시 남구 신정동 문수로2차 아이파크 전경.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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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울산광역시 남구 신정동 문수로2차 아이파크 단지 내 부동산중개소 외벽 유리창에는 한 면 가득 매물 정보가 붙어 있었다. '34평 매매 7억원'이라고 쓰인 종이를 바꿔 붙이던 A부동산중개소 대표는 "여기는 서울, 대구, 세종 사람들도 사러 오는 전국구 아파트"라며 "석 달 전부터 외부 투자자가 몰리더니 올 초 대비 최소 4000만~5000만원 올랐다"고 말했다.

이 단지 앞 D공인중개소 대표는 "서울 투자자들이 3개월 전부터 싹쓸이해서 이제 매물이 없다"며 "유튜브 방송에서 부동산 전문가들이 '울산이 저평가돼 있고 연말부터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방송하면서 전화 문의가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H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계약금 8000만원을 쏠 테니 물건이 나오면 무조건 잡아달라고 돈을 먼저 계좌로 넣은 서울 투자자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울산 남구 문수로2차 아이파크는 최근 3개월간 거래가 16건 이뤄졌다. 특히 외지인 투자금이 몰렸다는 8월에는 무려 11건이나 계약이 체결됐다. 이달 들어 전용 101㎡ 매물이 7억2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1월만 해도 6억5000만원에 팔렸던 물건이다.

지역 내 고소득자가 몰려 산다는 남구 대공원롯데인벤스가1단지에서도 최근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전용 84㎡가 5억6000만원에 거래돼 한 달 만에 8000만원 올랐고, 전용 149㎡도 7억9000만원에 팔려 6개월 만에 1500만원 상승했다. 평수와 상관없이 거래가 이뤄지면서 호가가 오르고 최근에는 매물까지 잠기는, 전형적인 상승 국면이다.

자동차·조선업 불황으로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는 울산 지역 아파트 가격 반등이 심상찮다. 수도권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속에 금리 인하까지 더해지면서 엄청난 유동성이 지방 광역시 비규제 지역으로 밀려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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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울산 아파트 값은 이번주 0.13% 올라 지난주(0.06%) 상승폭을 갑절 이상 키웠다. 5주 연속 상승세다.

대전은 이번주 0.39% 올라 지난주 상승폭을 유지했고, 인천(0.07%) 대구(0.03%) 광주(0.01%) 등 부산을 제외한 6대 광역시가 모두 올랐다. 이로써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아파트 값은 이번주 0.01% 올라 2년1개월(112주) 만에 상승 반전했다.

울산과 대전 등 지방 광역시 아파트 값이 강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한국감정원은 "비규제 지역에 외부 투자자금이 몰린 것이 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동환 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대전과 울산은 물론 충남 천안과 충북 청주 등 향후 입주 물량이 적고 수년간 하락폭이 컸던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오르고 있다"며 "규제를 피해 원정 투자에 나선 수도권 투자금이 집값 상승의 방아쇠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방은 서울과 달리 수요가 한정적이어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이 최근 급등하면서 지방과의 격차가 커졌고, 유동성이 풍부해 지방 집값 상승세가 더 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 업체 데이터노우즈의 김기원 대표는 "서울 상승 여력이 떨어지는 것을 감지한 투자자들이 올해부터 지방의 낙폭 큰 대장주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면서 "서울이 단기간 급등하면서 지방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효과가 있는데, 소득이 받쳐주는 지방에선 내년 이후에도 집값이 상승할 에너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분양가상한제 등 부동산 규제가 집중되고 있는 서울도 강남을 중심으로 다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집값은 0.08% 올랐는데, 송파(0.14%) 서초(0.12%) 강남·강동·양천(0.10%) 지역이 주도했다. 서울 강남 지역 주요 단지들이 급등하면서 거래가 뜸했는데, 지난주부터 일부 신축·재건축 단지에서 거래가 재개되며 매매가가 오르는 상황이다.

[전범주 기자 / 이선희 기자 /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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