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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레이더P] ‘통일 소`부터 "싹 들어내라" 발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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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금강산 지구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남북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금강산관광 재개가 향후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 사업의 역사를 짚어본다.


1. 통일 소와 관광 시작

금강산 관광사업은 북한 지역 '강원도 통천'이 고향이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추진으로 시작됐다. 1989년 1월 정 명예회장은 국내 기업인으로서는 최초로 북한을 방문해 최수길 북한 조선대성은행 이사장 겸 조선아시아무역촉진회 고문과 '금강산 관광 개발 및 시베리아 공동 진출에 관한 의정서'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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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소떼를 몰고 방북에 나선 정주영 전 명예회장.[사진=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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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뒤인 1998년 4월, 정부의 '남북경협 활성화 조치'가 발표됐고, 6월 16일 정 회장이 일명 '통일 소' 500마리와 함께 민간인 최초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방북해 북한 아시아태평양위원회와 '금강산개발사업 의정서'를 체결했다. 그해 10월에도 정 명예회장은 아들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과 함께 소 500마리를 끌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금강산 관광 사업에 관한 합의서 및 부속합의서' 서명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11월 2일부터 첫 관광객을 모집했고 11월 18일 실향민과 관광객 등을 태운 관광선 '현대 금강호'가 강원도 동해항을 출발하면서 역사적인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다.


2. 관광객 100만명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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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11월 18일 첫 금강산 관광객을 태운 금강호가 동해항을 떠나고 있다. [사진=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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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약 10년간 금강산 관광은 전성기를 맞는다. 1998년 '금강호'를 시작으로 2000년 부산에서 '풍악호'가, 2001년 '설봉호'가 출항을 시작하는 등 금강산으로 가는 항로가 늘어났고, 나아가 2003년에는 관광버스를 통한 육로 관광이 시작됐다.

이와 함께 다양한 관광상품이 개발돼 금강산 관광객은 점점 늘어났고 2005년 6월 누적 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관세청이 남북왕래 시 통관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금강산 관광에 더욱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각종 편의시설도 늘어났다. 2006년 아산 휴게소, 농협 금강산 지점이 개소했고, 2007년에는 콜택시가 달렸다. 2008년에는 육로 관광이 자가용으로도 가능해지는 등 금강산 관광은 황금기를 맞았다.


3. 총격 사건과 관광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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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격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잠정중단된 가운데 승용차를 이용해 마지막으로 관광에 나섰던 관광객들이 2008년 7월 13일 오후 동해선 육로를 통해 돌아오고 있다.[사진=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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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1일 오전 5시께 금강산을 관광 중이던 남측 관광객 박왕자 씨가 혼자 해수욕장 주변을 산책하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진상규명과 함께 재발방지 등을 요구하며 당국 간 책임감 있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북한은 현장조사를 거부하며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을 하지 않았고, 남북관계는 악화됐다.

북한은 8월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체류 인원을 200명 미만으로 줄이도록 했고, 11월 말에는 그의 절반인 100명 미만으로 줄이라고 통보했다. 또한 봉동~문산 사이로 오고 가던 열차 운행을 중단하고 그동안 개방했던 군사분계선도 다시 봉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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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업체관계자들이 북측의 부동산 동결조치에 입회하기 위해 2010년 4월 27일 오전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방북하고 있다.[사진=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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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이 일어나며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고 2010년 4월 북한은 금강산 내 체류 인원을 전원 추방하고 남측 시설과 재산도 몰수했다.


4. 정상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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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산책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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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색 국면에 접어들었던 남북관계는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을 기점으로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9월 '평양공동선언문'에서 남북 정상은 여건이 조성되면 금강산 관광을 우선적으로 정상화하겠다고 발표했고 11월에는 금강산 관광 20주년을 기념한 남북공동행사가 금강산 현지에서 열렸다.

이에 더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머지않은 시기에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아무 조건 없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고 말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희망은 커졌다.


5. "남측 시설 싹 들어내라"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담판'이 결렬되고, 7월에는 매년 금강산에서 열리던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추모식을 '내부 사정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며 북측이 거부하면서 상황은 비관적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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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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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23일 김정은 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고, 현대적 봉사 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 남녘 동포들이 오면 언제든 환영하겠지만, 우리 명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공통된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며 남북 경협의 상징이었던 금강산 관광은 기로에 놓였다.

[김유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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