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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한일 "관계악화 방치안돼" 공감에도…아베, 정상회담 답변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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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日총리 회담 ◆

매일경제

일본을 방문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가운데 왼쪽)가 24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양국 총리는 이날 예정 시간보다 2배가량 긴 21분간 대화를 나눴으며 한일 관계의 어려운 상황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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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24일 회담은 한일 외교 관계 개선에 대한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원칙에 대한 공동 인식만 있었을 뿐 구체적 합의나 진전은 이뤄내지 못했다. 특히 11월 이후 아세안+3, 한·아세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국제회의 일정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양국 정상회담 일정에 합의하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는 평가다.

이날 회담은 양국 총리가 만난 자리인 만큼 각론보다는 총론에서 논의가 이뤄졌고, 양국 관계 개선의 필요성과 대화 지속의 중요성 등에 대해 공감대가 이뤄진 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 또 양국 정부는 어려울수록 청소년 교류를 포함한 민간 교류 중요성 등에도 인식을 같이했다.

하지만 현재 양국 갈등의 근원이 되고 있는 현안에 관한 각론에서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 일본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고 일한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무너뜨렸다"며 한국 측 대응을 요구했다. 이후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아베 총리는 회담 말미에 문 대통령 친서를 전달받은 후 "양국 관계를 본격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제법 위반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 측 입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대법원 결정이 내려진 재판에 대해서는 행정부 차원에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우리 정부 입장과 차이가 크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회담 성과와 관련해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아베 총리가 한국 정치 지도자에게 명확하고 일관된 일본 측 입장을 직접 확실히 전달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 간 교류와 대화 중요성에 대한 인식 공유도 일정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들도 이날 회담 결과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놨다. 교도통신은 이날 회담이 평행선으로 끝났다고 평가했으며, NHK는 아베 총리가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대응을 요구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양국 간 상황 인식의 차이는 이르면 연내에 이뤄질 수 있는 강제징용 관련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에 대한 평가가 다른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이뤄진 대법원 판결로 현재 일본제철(포스코 합작사 PNR 주식 19만4794주), 미쓰비시중공업(상표권 등), 후지코시(대성나찌유압공업 주식 7만6500주)의 한국 내 자산이 매각 대상이다. 일본 정부에서는 자산 매각이 실행된다면 이는 자국 기업에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는 것인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비해 우리 정부는 단기간에 해결이 쉽지 않은 만큼 강제징용 관련 논의는 장기적 관점에서 해 나가자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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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후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총리께서 '양국 지혜를 모아 해결해보자'고 하셨지만 우리 입장에선 한국이 먼저 국가와 국가 간 약속을 지키고 난 후에 관계 개선을 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이 부분에서 약간 인식이 차이가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에선 그 대신 일본의 수출규제 철폐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을 제안하고 있다. 강제징용과는 별도로 지소미아와 수출규제를 논의하는 방식으로 현안을 하나씩 줄여 나가자는 접근법이다. 우리 정부가 내놓은 안에 대해 일본에서는 수출규제는 정상적인 수출 관리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며 역사 문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소미아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미국을 통한 우회적인 연장 압박에 주력하고 있다.

양국 현안에 대한 인식 차이를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연내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연말까지 아세안+3(10월 31일~11월 4일·태국), APEC 정상회의(11월 16~17일·칠레), 한·중·일 정상회의(12월 말·중국) 등 다자외교의 장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나게 된다. 이 자리에서도 양국 정상이 6월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회의 때처럼 짤막한 인사만으로 끝난다면 한일 관계는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향후 한일 간 대화는 지속될 예정이나 양국 정부 최고위급 인사 간 회담에서도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서 난항이 지속될 것으로 염려된다. 이달 말에는 한일의원연맹 회의가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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