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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정경심, 숨겨놓은 노트북과 뇌종양이 구속 여부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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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50분간 ‘치열한 공방’ 이어진 정경심 영장심사
檢 "아직도 증거은폐 중"vs. 鄭씨 "건강상태, 구속 힘들어"
송 부장판사, 삼성바이오 사건 때 증거인멸로만 4명 구속

조선일보

조국 전 법무장관의 아내 정경심(왼쪽 사진 오른쪽)씨가 지난달 1일 0시 1분 자신의 연구실이 있는 경북 영주 동양대 건물에서 자산관리인 김경록씨와 함께 연구실 PC를 밖으로 옮기고 있다. PC는 김씨 손에 들렸다. 오른쪽 사진은 9시간 뒤 정씨가 밖에서 서류뭉치를 들고 건물로 들어오는 모습. 두 사진 모두 건물 방범카메라에 찍힌 장면이고, 정씨 얼굴은 본지가 모자이크 처리했다. /영주=권광순·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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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조국 전 법무장관의 아내 정경심(57)씨의 구속 여부는 뇌종양 등 건강상태와 검찰이 찾고 있는 정씨의 노트북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6시간 50여분 동안 열린 이날 영장심사에서는 검찰과 정씨 측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입시 비리는 정씨와 그의 가족이 사회적 지위와 인맥을 이용해 입시 제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무너뜨렸고, 사모펀드 비리는 현직 민정수석의 배우자가 M&A세력의 불법에 가담해 이익을 도모하고 이를 은폐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씨 측은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모두에 대해 법리적으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했다"면서 "그동안 수사과정이 대단히 불공정했고, 검찰의 법리 오해와 혐의 적용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했다.

특히 ‘증거인멸’ 부분을 놓고 양측은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은 증거위조 및 인멸 교사 범죄는 죄질이 불량하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정씨가 숨겨놓은 노트북을 거론하며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불구속 할 경우 핵심 증거들이 들어있는 노트북을 없앨 수 있다는 취지였다. 정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자산관리인인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경록(37)씨에게 자신의 노트북을 맡겨놨다가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받은 사실이 포착됐다. 검찰은 호텔 CCTV를 확보해 정씨가 김씨에게 받아서 나오는 모습을 확보했고, 김씨로부터 관련 진술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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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장관의 아내 정경심씨가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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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수사에서는 증거인멸 및 교사 혐의만으로 삼성전자 임원 4명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때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가 이날 정씨 영장심사를 맡은 송 부장판사다. 또 윗선 지시를 받고 실제 삼성바이오의 회계자료 등을 공장 바닥에 묻은 이 회사 직원 1명도 구속됐다. 증거인멸에 관련된 임직원이 5명이나 구속된 것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삼성바이오 증거인멸의 경우 관련 증거를 모두 확보했는데도 그 행위가 나빠서 모두 구속됐다"면서 "정씨의 경우 아직 찾지 못한 노트북까지 숨기고 있어서 영장이 발부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씨 측은 "증거를 인멸할 고의가 없었다"며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며 사실관계를 확인해 해명하기 위한 과정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경록씨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인터뷰에서 "정 교수가 영주에 내려간 것은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 갔는데, (복사해야 할 자료의) 용량이 너무 커서 컴퓨터 본체를 들고 온 것"이라고 했었다.

법조계에서는 정씨의 노트북과 함께 건강문제가 구속 여부를 결정할 쟁점이 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씨 측은 과거 머리를 다친 후유증을 앓다가 최근 뇌종양·뇌경색 진단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측 변호인은 "정씨의 건강상태는 방어권 행사함에 있어서나 구속을 감내하는 데 있어서 충분히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씨가 제출한 진단서를 분석한 결과 수감 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 측으로부터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받아 엄밀하게 검증한 뒤 영장을 청구했다"면서 "검찰에서 파악한 정씨의 건강상태 등에 대해 효과적인 방법으로 법원에 충실히 설명했다"고 했다.

정씨는 서울구치소에서 법원의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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