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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박정희 경제성과 평가하자…선생님이 "일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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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이 일부 교사들에게 받은 정치 편향적 교육에 대해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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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들로부터 '사상 독재를 당했다'며 실상을 폭로했다. 일부 교사가 '사악한 검찰이 악의적으로 조국을 사퇴시켰다'거나 반일 구호를 강제로 외치도록 학생들에게 강요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사실 확인을 위해 특별장학에 나선 가운데 학교는 "특정 견해를 주입하는 교육은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서울 인헌고 학생들로 구성된 인헌고 학생수호연합(학생연합)은 23일 오후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악한 정치교사의 병폐를 도려내 학생들을 지켜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부 교사가 지난 17일 열린 교내 마라톤 행사에서 반일 구호를 외치도록 강요하고, 행사 일주일 전부터 일본 제품 불매 구호를 담은 포스터를 제작하도록 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유튜버들이 몰려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는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인헌고 재학생이 학생연합을 향해 "과장하지 말라"고 소리치면서 보수 유튜버와 한때 언쟁이 오가기도 했다.

학생연합은 "반일 구호를 외치도록 강요받은 학생 대부분이 왜 그 활동을 하는지 몰랐고, 하기 싫어하는 친구들이 대다수였다"며 "교사들이 학생들을 정치적 노리개로 이용했다"고 했다. 또 한 학생이 반일운동과 무관한 문구를 적어내자 교사가 "너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라며 혼내고, 교사의 구미에 맞는 문구를 적어내도록 위력으로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당일에는 한 교사가 "무고한 조국을 사악한 검찰이 악의적으로 사퇴시켰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학생연합은 "한 학생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자 교사가 '그런 가짜뉴스 믿지 마. 가짜뉴스 믿는 사람들 다 개돼지야'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두고 "경제 하나는 잘한 것 같다"고 학생이 평가하자 "너 일베냐" 등의 말도 했다고 밝혔다. 나승표 인헌고 교장은 "교직원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조사했지만 교사들이 특정한 편협된 생각을 지도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본교에서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문제가 제기된 교사들이 전교조 소속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인헌고 관계자는 "본교에 재직 중인 전교조 소속 교사들 중 이번 사건에 관련된 교사는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과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은 직원 20여 명을 인헌고에 보내 특별장학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구호의 강제성과 문제의 활동을 반일파시즘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특별장학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감사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국학부모단체연합과 자유대한호국단 등 5개 시민단체는 24일 인헌고 앞에서 학생연합을 지지하는 침묵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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