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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팩트 체크] 내년 적자국채 60조, 세수 확 줄어드는데… 文 "재정 여력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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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시정연설]

- 文대통령 "재정 건전성 최상위 수준"이라는데…

"국가채무 40% 안돼"… 고령사회 진입때 독일 18% 덴마크 20%

"청년고용 12년만에 최고치"… 현실은 청년 5명 중 1명이 실업자

"하위 20% 소득 증가"… 562원 올라, 실제 손에 쥐는 돈은 감소세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의 재정과 경제력은 매우 건전하다"면서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셀프(self) 칭찬'에 나섰다. "국가 경쟁력 순위 13위" 등 유리한 지표만 강조하는 자화자찬도 되풀이됐다. 현재 청년 다섯 중 하나가 실업자인 상황(청년 체감실업률 21.1%)인데 문 대통령이 "청년 고용률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고 하자 야당 석에서 "에이~"라는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① 재정 건전성 최상위라고?

문 대통령은 '확장 재정'(돈 풀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재정 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출을 크게 늘려도 나라 살림은 문제없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 예산안대로 해도 내년도 국가 채무 비율은 GDP 대비 40%를 넘지 않는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는 더 나아가 "OECD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라고도 했다. 이미 오래전에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14%)에 진입해 국가 채무 비율이 급등한 OECD 주요 나라를 최근 고령사회에 갓 진입한 한국과 맞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유럽 선진국들이 고령사회에 진입할 당시엔 우리보다 국가 채무 비율이 낮은 경우가 많다. 1970년대에 고령사회에 진입한 독일은 당시 채무 비율이 18.6%였고, 덴마크(20.5 %)·스웨덴(27.9%)도 30%를 넘지 않았다. 반면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진입한 2017년 채무 비율은 36%였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각종 사회복지 지출이 늘어나 국가 채무 비율이 급등한다"면서 "재정 건전성을 따질 땐 문재인 정부 들어 재정 지출 증가의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2년간 세수 호조로 재정 여력을 비축했다며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 국채 발행 계획과 내년도 세수 감소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안에는 60조2000억원의 역대 최대 적자 국채 발행 계획이 포함돼 있다. 또 올해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의 여파로 내년도 전체 국세 수입은 올해보다 2조8000억원 줄어 292조원에 그칠 전망이다. 국세 수입이 주는 것은 10년 만이다.

② 국가 경쟁력, 노동 분야는 퇴보

문 대통령은 "세계경제포럼(WEF)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141개국 가운데 13위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인터넷 가입자 수 등 정보통신기술(ICT) 점수가 1등을 차지하는 등의 영향이 컸다. 문 대통령은 개선이 시급한 노동시장 분야(작년 48위→올해 51위), 기업 활력 분야(22위→25위) 등의 순위가 낮아진 점은 이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③ 1분위 근로소득 겨우 562원 증가

문 대통령은 또 "올 2분기 가계소득과 근로소득 모두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1분위(소득 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증가로 전환됐다"고 언급했다. 1분위 계층의 소득은 지난해 같은 분기와 견주어 달랑 562원, 0.042% 증가해 사실상 정체된 것과 다름없는데, 이를 '증가 전환'이라고 한 것이다. 더욱이 1분위 가구에서 세금·사회보험료 등을 빼고 '실제 손에 쥐는 돈'을 뜻하는 처분가능소득은 6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장 기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④ 30·40대 일자리는 24개월째 감소세

고용과 관련, 문 대통령은 "8월과 9월 취업자 수가 45만명과 34만명 넘게 증가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허리로 통하는 30·40대 일자리는 24개월째 연속 감소세고, 제조업 일자리도 줄며 고용의 질은 여전히 엄중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이 역시 눈감았다. 노인 일자리를 두고서는 "어르신들의 좋은 일자리를 위해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겠다. 일하는 복지가 더 낫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노인 일자리를 복지 차원에서 창출하는 것은 옳을 수 있지만, 고용 악화를 은폐하는 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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