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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학계로 번진 조국 사태… "진영 논리가 우리 사회 짓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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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 후 불거진 진영 갈등… 학계에서 잇따라 학술회의 열어

"자기 진영에 불리하면 가짜뉴스·상대를 타도 대상으로 보는 태도… 한국, 좌우 포퓰리즘의 대결로"

'조국 사태' 이후 첨예하게 불거진 진영 갈등에 대해 학계에서 관련 학술회의를 열고 원인 진단과 해법 모색에 나섰다. 한국정치평론학회(회장 김대영) 주최로 25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열리는 '상식과 화해의 정치, 그리고 국제 관계'는 조국 사태로 불거진 민주주의 위기를 중심 주제로 잡았다. 같은 날 한국사회과학연구(SSK) 네트워킹 지원사업단(단장 김종길 덕성여대 교수)의 합동 심포지엄에서도 '조국 이슈로 본 한국 사회 공정성 인식 격차'에 대해 주제 발표할 예정이다. 김대영 회장은 "현 상황에서도 국민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하고 목표를 벗어난 다른 말을 하는 행태들이 나타난다. 덧붙여 사회적 상식을 존중하지 않고 일반인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진영 논리를 고수하는 현상이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고 개최 이유를 밝혔다.

조선일보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서는 '조국 사태'에 대한 대통령 사과를 촉구하는 집회와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학계에서도 진영 갈등과 민주주의 위기를 우려하는 학술회의가 열린다. /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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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인 함규진 서울교대 교수는 한국정치평론학회 학술회의에서 '한국 민주주의와 상식의 정치, 그리고 촛불 정신'을 주제로 발표한다. 함 교수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가 진영 논리의 '이원적(二元的)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1980년대까지는 통치권자에 대항하는 야당·재야 세력이 줄곧 억눌려 있었기 때문에 '일원적 정치'에 가까웠다면, 민주화 이후에는 '민주와 반민주' '종북과 애국' 같은 대립이 중첩하면서 '끝없는 갈등 상태'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함 교수는 "자기 진영에 불리한 정보는 '가짜 뉴스'로 무시하는 '확증 편향', 선거에서 활용하기 쉬운 단기적 의제에만 주목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함 교수는 극심한 여론 분열과 노골적인 혐오 표현이 판치는 현 상황에 대해 "좌우 포퓰리즘의 대결 조짐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근거로는 과도한 이분법, 상대 진영을 타협보다는 타도 대상으로 규정하는 태도, 참여·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이상화, 언론 자유와 법치주의에 대한 의심 등을 들었다. 그는 "공동체가 진영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상대 진영의 핵심적 공통 정감(情感)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않으려 한다면 대화와 교류는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언론학 박사인 한수경 인천대 강사는 '상식의 왜곡과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조국 사태' 이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정부 인사들의 공세적 발언과 비판자들의 침묵 현상을 '침묵의 나선 이론'으로 설명했다. 독일 여성 언론학자 엘리자베트 뇔레 노이만이 주장한 이 이론은 '자기 의견이 다수 의견과 일치한다고 판단하면 더욱 힘을 얻어서 공개적으로 발언하지만, 반대 경우에는 침묵한다'는 내용이다. 한 박사는 "유 이사장은 친노·친문 지지층을 기반으로 '조국 지지'를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더 큰 목소리를 내며 지지층을 결집하는 역할"을 하는 반면, 비판자들은 "친문 세력의 집단적 공격을 두려워하고 결국 침묵하게 된다"고 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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