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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北김명길이 읽은 결렬 기자 회견문, 비건 앞에서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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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미국 측과 회담 후 북한대사관으로 돌아와 미국을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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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이뤄진 북·미 실무협상은 6시간 30분 간 북·미가 각자 원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측 협상대표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협상 말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 등 미국 협상팀 앞에서 준비해 온 문서에 적힌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김 대사는 협상이 종료된 5일 오후 6시 30분쯤 북한 대사관 앞에서도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이 내용과 거의 같은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협상에 대한 입장을 본국에서 미리 준비해왔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김 대사는 이날 기자들 앞에서 서너장 분량의 종이를 들고 “협상은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며“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것도 들고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핵 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미군유해 송환 조치 등을 나열하며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의 상응조치가 있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취지다. 김 대사는 협상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계속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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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4일(현지시간) 스웨덴 외교부 관계자들을 면담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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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시 올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 측은 '경제발전'을 포함해 싱가포르 공동선언에서 북·미 정상이 합의한 4개 항목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기본적으로 비핵화의 최종 상태(end state) 합의와 로드맵 작성 등에 관한 입장은 물러서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결과적으로 평행선을 달리면서 실무협상은 당분간 교착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협상의 판을 깔아줬던 스웨덴 측은 협상 종료 후 '2주 후 재개'를 제안했지만, 북측은 별 대답 없이 돌아갔다.

이런 가운데 켄트 해슈테트 스웨덴 한반도 특사는 22일~24일 한국을 방문해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면담할 계획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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