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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혁신·포용·공정·평화란 키워드로 본 文 후반기 정책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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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22일 국회 시정연설은 5년 임기의 반환점(다음 달 9일)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문 대통령도 “이제 우리 정부는 남은 2년 반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혁신, 포용, 공정, 평화라는 4가지 키워드를 통해 집권 후반기 정책구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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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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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정’이란 단어만 27번 언급한 문 대통령은 특히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정시 비중 상향’을 공식 언급하면서 당장 교육계에서 ‘수시 축소, 정시 확대’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당에선 당장 “수능 선발 비중을 50% 이상 확대해야 한다”(김병욱 민주당 의원)는 주장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문제를 놓고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1일 처음 대입제도 개편을 지시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후속 논의에 착수하면서도 문제가 된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지 정시 확대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를 포함한 진보교육계가 고교 교육 내실화를 위한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주장하는 등 문재인 정부 초반 대입개편 논의를 주도해온 결과다.

문 대통령이 정시 비중 상향을 공식 언급하면서 교육부의 정책 기조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시 비중 확대는 이르면 현재 고교 1학년이 치르는 2022학년도 입시부터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정시 비율 확대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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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시정연설을 하러 국회에 도착해 문희상 국회의장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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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우리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9월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는 문 대통령의 인식은 변함이 없었다. 이날도 “소득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일자리도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사회의 ‘포용의 힘’과 ‘공정의 힘’을 더욱 키워야 한다”며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사회정책 비전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혁신’은 20번, ‘포용’은 14번 언급했다.

문 대통령 언급처럼 내년도 예산안 513조 5000억원 가운데 보건·복지·노동 부문에만 올해(160조9972억 원)보다 12.8% 증가한 181조5703억원이 편성됐다. 여기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사업인 25조8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관련 예산도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어르신들의 좋은 일자리를 위해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올해 61만 명인 노인 일자리를 내년에 74만개로 늘리는데 만1조1955억원이 투입된다. 이전보다 47% 늘어난 액수다. 문 대통령은 “재정으로 단시간 일자리를 만든다는 비판이 있지만, 일하는 복지가 더 낫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 동안 지급해 최저 생계를 보장하고 취업을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내년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내년 말까지 지원 대상은 35만명이고 예산은 5200억원이다.

문 대통령은 노동 정책과 관련해선 내년에 50~299인 규모 기업에도 근로시간 단축이 확대 시행됨에 따라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국회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의결한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촉구한 것이다. 청와대는 국회에서 보완 입법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당 사업장에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위반 시 처벌을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 대통령은 산업 정책은 기존처럼 ‘혁신’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분야에 1조7000억 원,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신성장 산업에 3조 원을 투자하고, 핵심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의 자립화에도 2조1000억 원을 배정해 올해보다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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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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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평화’란 단어는 11번 언급했다. 사상 처음으로 50조원 넘게 편성된 국방 예산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차세대 국산 잠수함, 정찰위성 등 핵심 방어체계를 보강하는 한편, 병사 월급을 병장 기준으로 41만 원에서 54만 원으로 33% 인상해 국방의무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일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더 강력하고 정확한 미사일방어체계, 신형잠수함과 경항모급 상륙함, 군사위성을 비롯한 최첨단 방위체계를 갖추겠다”고 밝힌 자주국방 기조의 연장선상이다. 문 대통령이 ‘국방의무 보상’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병사 월급 인상은 20대 여성보다 유독 지지가 낮은 20대 남성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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