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한 혐의 많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어
영장 청구 불가피했다는 게 법조계 시각
판사 흔드는 어떤 압박 여론도 옳지 않아
검찰이 파악한 혐의가 많고, 그중 상당수가 징역형이 예상되는 중한 범죄에 속한다는 점, 그리고 증거인멸 시도라고 볼 만한 행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피했다는 게 법조계 일반적 시각이다. 이 정도의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에게 검찰이 불구속 기소 방침을 세웠다면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을 게 명약관화다. 특히 증거를 없애거나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점은 검찰이 법원에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정씨 노트북과 집 컴퓨터 하드디스크 중 일부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구속영장 청구가 ‘과잉 수사’라는 조 전 장관 지지층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법원이 반드시 영장을 내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영장 심사를 맡은 판사가 검찰이 제시한 수사기록과 증거, 정씨 측의 변론을 충실하게 살핀 뒤 원칙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범죄의 중대성과 도주·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엄정한 판단, 그것이 영장 심사의 요체다. 정씨에게 뇌종양 증세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판사가 사실 여부를 확인해 심사 결과에 반영하면 될 일이다. 정치적 상황과 압박성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담당 판사의 냉철한 결정을 기대한다. 헌법 103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쓰여 있다.
영장 발부가 검찰의 승리를, 기각이 수사의 실패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유무죄 여부와 죄의 크기에 대한 판단은 정식 재판에서 이뤄진다. 구속이냐, 불구속이냐는 피고인이 어떤 상태에서 재판을 받느냐를 가를 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영장 심사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거나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갈등과 반목을 키웠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을 한 판사의 신상 정보를 캐고 위협을 가하는 게 어느덧 흔한 일이 돼버렸다. 최근 여당 싱크탱크는 검찰을 제대로 견제하지 않는다며 법원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제는 이런 후진적 행태에서 벗어날 때다.
검찰은 윤석열 총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약속한 대로 조 전 장관 일가 비리에 대한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충실히 하면 된다. 조 전 장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법원 역시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하면 된다. 그 어떤 집단도 이런 정상적 사법 절차를 흔들지 않아야 검찰과 법원이 바로 선다. 거창한 구호를 앞세운 선동이 사법 정의를 보장하는 게 아니다. 개혁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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