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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노란 팻말만 달랑, 단속카메라 없는 스쿨존…정말 안전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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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간 스쿨존 교통사고 2000여건

지난달 9살 김군, 스쿨존 교통사고 사망

속도 제한 표지만…과속카메라도 전무

"이면도로 전체 속도 제한 입법 필요"

이데일리

서울 영등포구의 한 스쿨존의 모습. 신호등과 과속카메라가 설치돼 있지 않고, 차들이 혼잡스럽게 뒤엉켜있다. (사진=황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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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는 자동차 8대가 뒤엉켜 도로를 막고 있었다. 좁은 이면도로인데다 차들까지 밀려 있어 성인 남성 한 명이 지나가기에도 불편할 정도로 혼잡했다. 어린이 안전구역 팻말이 적혀 있지만 신호등도 과속방지 카메라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학교 주변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하는 스쿨존에서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교통안전 시설이 너무 미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속카메라 설치 확대와 함께 이면 도로 전체의 속도 제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5년 간 스쿨존 교통사고 사망 어린이 31명

지난달 11일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김민식(9)군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사고가 난 스쿨존에는 신호등도 없고 과속카메라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 이후 우울증을 겪고 있다. 김군의 아버지 김태양씨는 20일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가족은 아들 사망 후 하루 하루가 지옥”이라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저희처럼 가정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현재 김군 가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제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죽을 것만 같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스쿨존 안전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7만5000여명이 동의했다.

스쿨존 사고는 매년 빈번하게 발생했다. 교육부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스쿨존 내 교통사고 건수는 총 2458건에 달했다. 1년에 약 490명 가량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셈이다. 같은 기간 이로 인해 사망한 어린이는 총 31명이다. 연도별로는 △2014년 4명 △2015년 8명 △2016년 8명 △2017년 8명 △2018년 3명의 어린이가 스쿨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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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에서 열린 ‘도로교통공단, 스쿨존 교통사고 Zero 캠페인’에 참가한 학생들이 횡단보도 안전하게 건너기 교육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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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과속 카메라 설치율 4.7%…“이면도로 전체 속도 제한 필요”

스쿨존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정문을 기준으로 반경 300m 이내의 통학로를 말한다. 어린이 안전을 위해 주·정차를 금지하고 운행속도도 30km/h로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신호등과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는 의무가 아니다. 경찰청의 전국 스쿨존 대비 무인단속장비 설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스쿨존 1만6789곳에 설치돼 있는 무인 단속장비는 단 789대에 불과하다. 전체 스쿨존 수 대비 4.7%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학부모들은 자녀가 스쿨존에서 차량사고를 당할까 불안해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인 김민(40)씨는 “등굣길에는 교통 안전 요원이나 녹색 어머니회가 나서서 안전지도를 하지만 하굣길에는 못해주는 게 사실”이라며 “과속 차량이 키 작은 아이들을 치고 지나갈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스쿨존 안전 강화를 위해 과속 카메라를 설치하고 아예 스쿨존이 속한 이면도로 전체의 운행 속도도 30km/h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등굣길이 스쿨존 지정 구역인 300m 반경뿐만이 아니라 사실상 주변 이면도로 전체이기 때문에 학교 주변에 다니는 차량의 속도를 확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스쿨존 주변에 속도 제한 표시가 돼 있기는 하지만 과속 단속 카메라까지 설치하면 운전자들에게 더욱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가 빨리 달리다가 스쿨존에서만 속도를 늦추다보니 어린이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대다수 스쿨존이 이면도로에 있는 만큼 이면 도로 전체에 속도 제한을 높이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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