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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37년 만에 토요일 의회 열고도 브렉시트 표결도 못한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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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에 브렉시트 연기 요청 굴욕

요청서엔 총리 서명 빼고 전달

“내 생각 아니다” 편지 같이 보내

영국 하원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브렉시트 이행 관련 법률이 모두 제정될 때까지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을 보류하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원으로선 1982년 이후 37년 만의 토요일 개원이었다. 그만큼 급박하게 움직였다는 얘기다. 법률 제정에 시간이 걸려 아무런 합의 없이 결별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발생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보수당 출신 무소속 의원 올리버 레트윈 경이 발의한 수정안은 찬성 322표, 반대 306표, 16표 차이로 가결됐다.

곤란해진 건 “오는 31일까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단행하겠다”고 장담해온 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다. 그는 이날 EU와의 합의안을 처리할 작정이었다. 브렉시트의 향배를 3년 4개월 만에 결정지으며 ‘역사에 기록되는 총리’가 되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합의안을 표결에도 부치지 못했다.

수정안 통과의 파급 효과는 컸다. 하원이 지난 9월 이날까지 존슨 총리가 합의안을 통과시키거나 노 딜 브렉시트를 승인받지 못하면 EU 측에 브렉시트 추가 연장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도록 하는 법안을 처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레트윈 수정안’의 통과로 존슨 총리는 자동으로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존슨 총리는 이에 따라 이날 실시하려던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투표를 취소하고, EU에 브렉시트 연기 요청 서한을 전달했다. “브렉시트 연장을 요청하느니 시궁창에 빠져 죽겠다” 고 큰소리 쳤던 그는 연기 요청 서한에 서명하지 않는 대신, 개인적으론 연기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함께 보내며 여기에 서명하는 고육지책을 썼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영국 정부의 연기 요청을 27개 회원국과 논의할 예정이다. 존슨 총리와 합의안을 승인한 최근 정상회의에서 이미 EU 정상들은 영국이 또 연기를 요청하면 받아들이자는 태도를 보였다고 EU 고위 관료들을 인용해 가디언이 전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주눅 들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일단 다음 주께 합의안 표결을 재추진할 예정이다. 10석을 갖고 있는 연정 파트너,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이 존슨 합의안을 지지하면 가결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존슨 총리가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사이 관세와 규제의 국경이 일정 기간 생기는 내용으로 합의를 해왔기 때문에 DUP가 표결에서 지지할지는 불투명하다.

합의안이 결국 하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브렉시트가 내년 1월까지 3개월 추가 연장되면 혼란은 반복된다. 존슨 총리가 다시 조기 총선을 제기할 것이라고 BBC는 내다봤다. 노동당 등이 이를 받아들이면 총선이 치러져 정권 유지냐 교체냐가 결정된다. 집권 세력에 따라 브렉시트 향배는 영향을 받게 된다.

존슨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하원에서 다뤄질 수도 있다. 존슨 스스로 불신임안을 내고 이를 통과시켜 총선으로 가려 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야당이 거론해온 국민투표 실시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노동당 등 야당은 ‘존슨 합의안’을 놓고 받아들일지 말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주장한다. BBC는 “국민투표를 하려면 브렉시트가 연장돼야 할 뿐 아니라 정부가 먼저 교체될 때나 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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