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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몸 가죽 충분히 흡수···" 한국산인 듯 한국산 아닌 ‘짝퉁 한류’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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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에 2017년 11월 입점한 위장 한류 매장 ‘무무소’에서 현지 직원들이 한복을 입고 매장 개설을 홍보하고 있다. 롯데마트 베트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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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 따라 적당한 때까지 니 몸 가죽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

한글로 쓰인 상품명에, 번역기에 돌린 그대로 옮긴 듯한 조잡한 한글 제품 설명까지. 얼핏 봐서는 한국산 화장품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해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는 ‘짝퉁 한류’ 상품들을 파는 생활용품점 여기저기엔 한글과 태극기 등 한국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한국산도, 한국계 기업의 매장도 아니다. 한류열풍을 타고 한국 상품 매장인 것처럼 꾸민 ‘위장 한류’의 현실이다.

전세계 45개국에 1499개 점포 성업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로 출장을 갔던 직장인 정모씨(39)는 시내 중심가에 밀집해 있는 쇼핑몰에 들렀다가 이해하기 힘든 경험을 했다. 5성급 호텔과 함께 있는 대형 쇼핑센터에 입점한 매장 중 한 곳에서 ‘KIODA 너귀엽다’라는 간판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한국계 기업이 낸 매장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호기심에 둘러본 매장 안에는 한국산 제품은 극히 일부였을 뿐이고 대부분의 상품들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가 붙어 있었다. 상품만 봐선 딱히 한류 유행과도 크게 상관없어 보였지만 문제는 매장 곳곳에 적혀 있는 낯선 어투의 한글 안내문구였다. 정씨는 “글자 폰트나 번역투로 봤을 때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외국인이 억지로 한국의 이미지를 갖다 붙인 걸 알 수 있을 정도였지만 손님은 물론이고 점원들까지도 이게 ‘짝퉁 한류’라는 점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KIODA’라는 상호의 뜻이 한국어로 ‘귀엽다’를 뜻한다며 ‘너귀엽다’라는 한글 문구를 나란히 붙여 내건 이 업체도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해당 매장이 ‘한류 콘셉트’ 매장이라는 점을 알리고 있다. 홈페이지 곳곳에도 한글을 뒤섞어 쓴 상품소개나 안내문구가 들어가 있지만 명확하게 한국산·한국계임을 강조하지 않는 애매한 모습도 보인다.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인도에서도 같은 형태의 매장을 운영하는 이 ‘KIODA’라는 업체는 중국계 자본이 현지에 설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업 소개나 홈페이지 관리 페이지 어디에도 이러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현지에서 인기를 끄는 한류에 편승해 한국 이미지를 가져다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미 국내에도 알려진 비슷한 위장한류 외국 업체들은 한두 곳이 아니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를 다녀온 여행객들을 통해 인터넷에도 알려진 ‘무무소(MUMUSO)’를 비롯해 ‘MINIGOOD 상우범품’ ‘ARCOVA 아캔아기’ ‘KIMSO 킴소’ 등은 해당 업체나 브랜드 상호와 함께 한글을 함께 써놓은 간판으로 홍보하는 대표적인 곳들이다. 무무소 등은 한국의 인터넷 도메인인 ‘.kr’을 포함한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한국에 기반을 둔 것처럼 위장했다. 그러나 현재 이들 업체의 한국 도메인 홈페이지 대부분은 접속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위장한류 매장이 비교적 문화적으로 친밀한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를 넘어 호주, 터키,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아제르바이잔 등 세계 곳곳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특허청의 ‘한류 편승 외국계 기업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5월 기준 전세계 위장한류 매장은 확인된 곳만도 1499점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처음으로 관련 문제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던 지난해 10월에 비해서도 7개월 만에 25.5%나 늘어난 수치다. 이들 업체가 진출한 나라만도 45개국에 달했다.

이들 위장한류 매장을 운영하는 업체의 대부분은 중국계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유명한 무무소는 지난해 10월 조사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246곳에서 영업하고 있던 매장 수가 올 5월에는 344곳으로 약 40% 늘었다. 하지만 한류를 표방한 것과는 달리 한국산 제품이 매장에서 판매되는 비율은 극히 낮았다. 베트남 정부가 나서 현지의 무무소 매장을 조사해 알려온 결과를 보면 매장에서 파는 제품 중 99.3%가 중국산이었고, 한국에서 수입한 제품은 단 1개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상품 신뢰·서비스 불신 우려

뿐만 아니라 유형의 상품이 아닌 무형의 문화 콘텐츠 시장 역시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의 콘텐츠를 무단표절하는 등 가짜 한류를 악용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피해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형편이다. 2016년 7월 국내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결정된 이후 중국 당국으로부터 한류 콘텐츠 수입을 제한하는 ‘한한령(한류금지령)’이 내려진 이후 급증했던 표절사례는 현재 실질적으로는 한류 수입 제한이 풀린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SBS <영재발굴단>, tvN <삼시세끼>, Mnet <쇼미더머니> 등 지상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한국 방송 프로그램들을 정식 판권 수입 없이 고스란히 자국 방송 포맷으로 옮긴 경우가 대표적이다.

게임 콘텐츠 역시 지식재산권 등 저작권을 침해하며 국내 업체에 피해를 입히는 일이 빈번하다. 대부분 중국 게임 제작사가 한국에서 만들어진 게임 콘텐츠를 모방해 게임 구성이나 스토리, 진행방식 등이 비슷한 콘텐츠를 내놓아 오히려 국내 원작이 해외 시장에서는 ‘짝퉁’으로 취급받는 일까지 생겼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해 넥슨 등의 국내 업체가 중국 업체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모바일 게임의 경우 개발과 마케팅 주기가 점점 짧아지면서 법적 대응을 검토할 새도 없이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는 형편이라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유·무형 한류 상품과 이미지를 도용하는 문제는 한국과 위장한류 업체가 있는 해당 국가 외의 제3국에 매장이 자리잡고 영업하는 등 복잡한 사안이 얽혀 있어 제도적 해결 역시 쉽지 않다. 게다가 ‘한류’를 단지 하나의 유행이라 주장하며 현지법에 저촉되지 않게 영업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정부는 현재 8개국에 설치된 해외지식재산센터를 통해 비슷한 사례가 있을 경우 단속기관을 안내하고 한국 기업이 디자인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하는 한편, 지식재산권 침해대응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해외 관련 법령과 단속기관 정보 등을 공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무무소 등 위장한류 매장을 운영해온 중국 기업 2곳은 국내에 설립한 위장법인이 법원의 명령으로 해산됨에 따라 현지에서도 제재가 가능해질 수 있게 됐다. 대전지검과 특허청이 현지 국가의 단속이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국내에 설립한 이들 기업의 유령법인을 법원에 해산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해외 현지 매장을 해당 국가 당국에서 단속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진 것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외국 소비자들이 한국 유명제품 외관을 모방한 상품을 한국 제품인 것으로 혼동하면서 국내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고 화장품 기업 전반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피해가 지속돼 왔다”며 “다른 외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해외에서 벌어지는 부정경쟁행위에 대해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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