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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지팡이’의 외침…“우리도 자유롭게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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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자원봉사자들 ‘이동권·접근성 보장 촉구’ 행진

경향신문

‘흰지팡이의날’을 맞아 시각장애인과 봉사자, 시민 150여명이 18일 오후 서울 봉천역 부근에서 불법 볼라드 전면 교체, 교통약자 조례 제정, 음향신호기 설치 등을 요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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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신호기 설치 안된 횡단보도

인도에 불법으로 설치된 볼라드

무인화 계산기와 터치스크린…

“삶을 고립시키는 벽을 없애라”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시각장애인과 봉사자 150여명이 흰색 지팡이를 들고 서울 관악구 봉천역 3번 출구 옆 차도로 나왔다. 이들은 ‘시각장애인 이동권·접근성 보장’ ‘불법 볼라드(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기둥) 전면 교체’ ‘횡단보도 음향신호기 전면 설치’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걷기 시작했다.

이들은 18일 ‘흰지팡이의날’을 기념해 봉천역부터 서울대입구역까지 왕복 약 2㎞를 행진했다.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의 자립과 성취를 상징하는 도구다. 1980년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가 10월15일을 흰지팡이의날로 지정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보행권을 확보하여 자립생활 완성하라” 같은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음향신호기 미설치, 제각각 크기의 볼라드, 터치스크린 문제를 지적한다.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는 김여주씨(26)는 “버스정류장에 버스 여러 대가 올 경우가 불편하다. 어느 버스가 오는지 몰라 매번 정류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사람들이 잘 가르쳐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장익중씨(43)는 “지하철역 출구 앞 보도엔 음향신호기를 설치해야 한다. 신림역에는 음향신호기가 없다”고 했다. 시력을 잃은 지 10년이 넘은 이성훈씨(27)는 “법적으론 사유지이지만 인도로 사용되고 있는 곳에 불법 볼라드가 설치된 경우가 많다”면서 “법적으로 사유지라 규제할 수 없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최근 증가하는 키오스크(무인화 계산 기기)와 터치스크린 문제를 지적했다. 행사 중 자유발언에 나온 박재민씨(42)는 사물 형체와 색 정도를 구분하는 시력을 지녔다. 그는 “키오스크가 시각장애인의 삶을 고립시키고 있다. 장애인증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을 때 지하철에서 만나는 건 터치스크린이다.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햄버거를 먹으려 해도 터치스크린”이라며 “세상이 스마트해졌지만 시각장애인들 삶은 갈수록 고립된다”고 말했다.

시력이 없는 김영민씨는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을 찾아야 할 때 지나가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라는 말이 시각장애인의 기본 매뉴얼이 돼서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스스로 방향을 파악하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자립생활의 기초다. 시각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안전한 이동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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