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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책과 삶]청년이란 ‘경계인’…서로를 연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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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의 시선김민섭 지음

인물과사상사 | 252쪽 | 1만5000원

경향신문

아이와 어른의 경계, 꿈과 현실의 경계, 남과 북의 경계…. ‘경계’라는 말은 어딘가 불안하다. 이렇게 주변으로 내몰리다 소속된 곳을 끝내 이탈하게 되리라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저자 김민섭은 이 불안과 두려움을 딛고, 스스로를 기꺼이 ‘경계인’이라 규정하고 나섰다.

첫 책인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펴낸 2015년, 그는 교수도 학생도, 노동자나 사회인도 아닌 “어중간하고 어정쩡한” 시간강사, 즉 대학의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자 ‘청년’이란 이름의 다른 경계인들이, 그들을 둘러싼 시스템이 가진 균열이 눈에 들어왔다. “계속 경계인으로 존재하며 거리의 언어를 수집하고 싶다”는 마음을 눌러담은 책이다. 대학에선 여전히 많은 시간강사와 대학원생이 노동자로 바로 설 수 없는 ‘유령’으로 살아간다. 꿈, 미래, 열정 같은 모호한 단어 속을 헤매는 청년들의 정체성은 ‘취업준비생’으로 응축되고 말았다. 하지만 나락처럼 보이는 이 경계의 삶에도, 미래를 향한 움직임이 있다. 저자는 ‘연결’이란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기성세대가 감각하는 ‘연대’와는 결이 다른, ‘느슨한 연결’이다. 하나의 깃발과 구호 아래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개인 대 개인으로서 자신과 타인을 감각하면서 하나의 실체가 없어 보이는 조직을 움직여간다.

예술가 등 뚜렷한 ‘적’을 갖지 못한 경계인도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과 제도가 사회를 채워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우리가 연결돼 있다는 자각이, 모이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개인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경쟁과 변화가 가속화하는 시대, 어쩌면 우리 모두는 경계인으로 살아간다. ‘느슨한 연결’에 대한 제언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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