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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김민정의 도쿄 책갈피]섞이지 못하는 그들, 그럼에도 함께해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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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이유

경향신문

오시마 다카시

<시바조노 단지에 삽니다-

주민 절반이 외국인일 때 어떤 일이 생기는가>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시 시바조노 아파트 단지에는 약 5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그중 49.6%가 일본인, 50.4%가 외국인이며, 외국인의 대다수는 중국인이다(2017년 조사).

사이타마현은 도쿄의 북쪽에 인접한 곳으로, 우리식으로 하면 경기도쯤 될까? 고도경제성장 시절, 도쿄처럼 집세와 물가가 비싸지 않으며, 통근에 한 시간 정도를 할애하는 사이타마현은 지방에서 올라온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았다. 시바조노 단지도 1978년에 설립되었다. 도시공단이 지은, 이를테면 주공아파트와 같은 개념이다.

당시에는 도쿄에 직장이 있는 샐러리맨들이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고령자가 되었고, 출생률이 감소하면서 일본인들은 점점 사라지고, 중국에서 건너온 IT업계의 젊은 기술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저자 오시마 다카시는 아사히신문 미국 특파원을 지내며 미국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뉴욕에도 백인우월주의 바람이 횡행하며, 아시아계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에 낙서처럼 남겨진 나치의 상징을 보고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일본에 돌아온 그는 과감히 시바조노 단지를 택한다. 중국인이 많기로 유명한 아파트 단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일본인 고령자와 중국인 젊은이들이 섞이지 못하고 각자의 세계를 살아간다. 쓰레기 처리, 소음 등은 끊이지 않는 갈등 요소다.

그러나 일본인 고령자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일으키고 병원에 데려가는 일은 중국에서 온 젊은층의 몫이다. 일년에 한 번 열리는 ‘마쓰리(축제)’에선 일본인들이 모든 준비와 뒤처리를 하고, 중국인들은 그저 손님으로 놀다가 사라진다. “왜 우리만 준비를 해야 하느냐?”고 잔뜩 뿔이 난 일본인들, 그러나 그들은 중국인을 마쓰리 스태프로 쉽게 받아들일 의향도 없다. 도움을 주지 않은 것이 서운하지만, 자신들이 애써 가꿔온 것을 빼앗기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인들은 바쁘게 일하는 세대로, 아파트 단지의 각종 행사에 동원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에게 이곳은 이제 막 일궈가기 시작한 터전이다.

경향신문

결국 주민자치회는 중국인 임원을 받아들이고, 대학생으로 구성된 자원봉사팀이 일본인과 중국인의 교류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제안하고 이끄는 것 등으로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총무성에 따르면 2018년 시점에서 일본의 빈집은 8만채가 넘으며,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30년에는 무려 2000만채가 빈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디 그뿐인가. 인구 절벽이 코앞이다. 외국인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는 불가피하다. 과연, 공존은 가능할까? 공존에는 불편함이 따르지만 이미 공존은 시작되었고, 양쪽 모두 살아남으려면 공존을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자로서 진솔하게 제안한 한 권이다.

김민정 재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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