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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생생경제] 노벨상이 주목한 '빈곤의 경제학'... 이제 '신 빈곤'에 주목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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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우석훈 경제학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생경제] 노벨상이 주목한 '빈곤의 경제학'... 이제 '신 빈곤'에 주목해야 할 때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빈곤문제의 해법을 연구한 개발경제학자 3명에게 돌아갔습니다. 앞서 김윤경 기자에게 어떤 사람들인지, 또 어떤 연구를 했는지, 또 연구의 의미에 대해 들었는데요. 2부에서는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그리고 제가 아는 한 가장 따뜻한 마음을 가진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박사님?

◆ 우석훈 경제학자(이하 우석훈)>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앞서 김윤경 기자와 함께 올해 노벨경제학상 받은 빈곤퇴치 경제문제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경제학자로서 우리 우석훈 박사는 빈곤퇴치 연구자가 2019년 현재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세요?

◆ 우석훈> 기본적으로 노벨 경제학상이 주류 경제학, 그리고 표준 경제학 쪽에는 잘 안 나가요. 왜냐하면 이미 다 줬으니까. 똑같은 이야기에 또 줄 수는 없잖아요. 최근에는 노벨 위원회가 조금 이색적이지만 어려운 이야기를 한 사람들,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는 지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연장선 속에서 빈곤 얘기에 대한 일종의 발전 경제학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제3세계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노벨상이 나간 거죠.

◇ 김혜민> 개발경제학에 대해서는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는 새로운 아젠다를 연구한 사람들에게 주는 건가요?

◆ 우석훈> 비주류적이면서도 조금 이색적이고, 그렇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이것은 누군가가 챙겨야 한다는 것에 많이 나갑니다.

◇ 김혜민> 그런데 빈곤이라는 주제가 사실은 전혀 이색적이지 않고,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우리가 안고 있는 과제잖아요? 그것을 연구한 게 경제학자로서는 이색적인 겁니까?

◆ 우석훈> 가난한 사람은 그냥 가난하다고 놓고 출발하는 경향이 있어요. 맨 처음에 각자 얼마큼의 자산을 받았다고 치자고 경제학이 출발하거든요. 그러면 부자는 처음부터 걔는 많이 받은 거예요,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적게 받은 거예요. 이러니까 경제학자들은 그것을 질문을 잘 안 해요. 그런데 그 안에 빈곤도 있지만, 기아도 있고, 이런 것을 그냥 두고 갈 거냐고 하면, 사실 공동의 문제인데. 경제학의 아픔인데요. 돈을 버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런 사람은 돈을 잘 벌어요.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이야기하면 당연히 투자가 안 오겠죠. 그러니까 소외된 분야이기도 해요.

◇ 김혜민> 경제학자들을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을 당연하게 인정하고 시작하니까 가난이라는 문제가 연구할 대상이 아닌 거군요?

◆ 우석훈> 그 사람은 원래 가난해, 가난한 나라가 원래 그래, 라는 게 정말 표준적인 접근이죠.

◇ 김혜민> 박사님은 그렇게 생각 안 하시잖아요?

◆ 우석훈> 우리는 제가 어렸을 때 초등학교 때 한국이 전 세계에서 제일 못 살던 나라였어요. 아프리카의 세네갈 대통령이 오면 공항에 깃발 흔들러 갔거든요? 그러니까 아프리카 국가도 우리보다 잘살았고, 초등학교 때 제가 TV를 보면 너무 잘사는 나라로 나오던 게 필리핀이었어요. 필리핀의 무슨 여사가 화려한 구두와 화려한 옷. 우리가 할리우드 보는 것처럼 필리핀은 잘살고, 잘사는 사람들은 저렇게 잘사는구나, 하다가 중진국 단계를 거치고 지금은 1인당 3만 달러까지 왔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한국 전체 문제가 조금은 다르게 보이는 거죠. 잘사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고, 어려운 사람도 있다고 그렇게 봐요.

◇ 김혜민> 박사님도 예전에는 가난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절대 빈곤을 퇴치한 이 시점에서도 또 가난한 사람들이 생기는 것을 보면서 생각을 달리 하시게 된 거군요?

◆ 우석훈> 옛날 가난한 사람이 계속 가난하고,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제 주변에 아무리 봐도 가난한 사람 중에서 잘사는 사람도 있고, 몰락해서 못 살게 된 사람도 있고, 우리는 많이 섞였거든요. 그러면서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것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이거나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 김혜민> 가난의 구조와 시스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셨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지금 저하고 한 자리에 앉아서 인터뷰하는 교수님이 우리나라가 필리핀보다 못 살았고, 지금 아프리카 대통령이 왔을 때 태극기를 흔들었고, 이 이야기를 하시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경제가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란 말이에요. 그래서 이번에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들이 한국을 빈곤퇴치의 굉장히 좋은 사례라고 꼽았어요.

◆ 우석훈> 주로 최근 경제학자들이 한국을 분석할 때는 우리가 한글 때문인지, 아니면 기본 교육 때문인지, 어쨌든 굉장히 의무교육을 일찍 정착시켰고, 국민의 대부분이 글씨를 보잖아요. 그런데 이것은 선진국도 못 했던 일이거든요. 이런 지식에 관한 인프라 같은 것들이 저개발 국가 중 한 곳이었던 한국을 뭔가 발전시키는 데 역할이 있었을 거다,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작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탔던 폴 로머는 그게 아주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거든요. 실제로 45년 전쟁 끝나고 많은 독립국 중에서 한국 정도로 온 나라가 없잖아요. 그런데 이 나라는 교육을 많이 했다드라. 그렇게 중요한 사례로 계속 분석하게 됐죠.

◇ 김혜민> 교육을 굉장히 중요한 빈곤을 탈출할 수 있는 요소로 이번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도 꼽았는데요. 그러면 우리는 더 이상 빈곤하지 않은 국가입니까?

◆ 우석훈> 평균치의 오류 같은 건데요. 평균치로 치면 우리는 잘사는 나라인데, 부자들이 더 잘살면 평균치가 사실은 아닐 거잖아요. 이를 테면 칼로리가 없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배가 고프니까 그때는 빈곤이라는 게 어떻게 하면 칼로리를 조금 더 높일 것인가. 그런데 이 단계를 지나고 나면 빈곤이 어떻게 나오냐면 빈곤한 사람들이 더 살이 쪄요. 부자고, 돈이 있는 사람들은 열심히 운동하고, 먹는 것도 좋은 것을 먹어서 날씬한데, 부자들은 정크푸드라고 하잖아요. 옛날에 봤던 칼로리 자체가 없는 가난하고는 달리 구조적으로 이런 사람들이 보건이나 이런 데도 문제가 생기고, 문화적으로도 소외가 되고, 절대적으로도 교육, 이런 것도 어려운 것 같고. 그러다 보니까 이게 어려운 데서 나오지를 못 한다. 그런 것들이 선진국에서 주로 보는 빈곤 문제죠.

◇ 김혜민> 그것을 '신(新) 빈곤'이라고 칭할 수 있습니까?

◆ 우석훈> 일본에 제가 몇 년 전에 갔더니 우리나라 대형 서점 같이 일본의 큰 서점에 사회과학 칸이 있고, 바로 그 옆에 '신 빈곤'이라고 해서 칸이 아예 따로 있더라고요. 거기만 그런지 알았는데, 몇 군데가 다 그래요. 물어보니까 일본도 예전에는 다 가난하다가 부자가 됐는데, 20대 문제라든가, 소위 프레카리아트라고 하는 단기 계약직. 이런 식으로 새로운 형태의 빈곤이 생기기 때문에 그것을 사회 현상으로 분석을 하더라고요. 우리도 사정은 다르지 않은데, 우리는 그런 분석에 조금 약하죠.

◇ 김혜민> 그런 분석에 약한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

◆ 우석훈> 스폰서라고 표현을 할까요? 마케팅으로 보면, 돈이 나오는 쪽으로 연구도 많이 가게 돼요. 우리가 어떻게 4차 산업혁명을 할 거냐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정부에서 돈을 잘 줘요. 그런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빈곤을 어떻게 할 거냐고 하면 정부에서 과제를 안 줘요. 이게 눈에 보이고, 예쁜 것 위주로 연구가 가다 보니까 소외된 것들 중에서도 스타급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있거든요. 자살 사건이 나거나 그러면 굉장히 그 사건이 집중되잖아요. 한동안 거기로 가지만 그 외에도 문제가 되는 것들이 있거든요. 이런 것들은 사회적으로 잘 얘기를 안 하는 경우가 있어요.

◇ 김혜민> 그래서 이번에 노벨 경제학상 받은 그 분도 가난한 사람들을 연구하는 학자들조차도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몰라서 이것을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같은 문제의식이겠죠?

◆ 우석훈> 네. 도식적으로 보면 가난하다는 것은 교과서적으로는 이 사람이 게으르다고 설명하거든요.

◇ 김혜민> 가난이 개인의 문제가 더 이상 아니라는 거죠. 그것을 신 빈곤이라는 말로 우리가 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아까 일본 이야기해주셨는데, 그러면 그래서 일본은 신 빈곤이라는 것을 사회의 새로운 신 경향으로 인지했다는 거잖아요. 정책들도 거기에 맞춰서 바뀌었습니까?

◆ 우석훈> 일본에서 아베 수상에 대해서 평가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공격적으로 최저임금을 올렸던 일본 정부가 아베 정부에요. 그래서 내걸었던 게 동경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높이자고 하거든요. 최저임금도 공격적으로 높였고, 임금도 높이면서, 일본에 '춘투'라는 말이 있거든요. 봄이 되면 일본 노조들이 임금을 높이는 것을 춘투라고 하는데요. 그것을 공무원들이 한 거예요. 총리부터 장관이 돌아다니면서 최저임금도 높이고, 임금도 높이자고 해서 그것을 '공투'라고 불러요. 신조어죠. 공무원 투쟁을 한다고 해서 춘투 대신 공투를 한다고. 그런데 이게 밑의 쪽 어려운 사람들의 소득을 높이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보수 우익, 이렇게 이야기를 하지만, 아베 정부가 그것만 한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나름 괜찮은 정책 기조가 있었고, 그러다 보니 최근 몇 년 동안 일본의 20대들은 완전 고용이라는 거예요. 전체 일본 사람들이 완전 고용은 아니지만, 청년층은 완전 고용에 가까운 상태가 됐다고 하는 그런 변화가 생겼죠.

◇ 김혜민> 얘기를 듣다 보니까 그게 소득주도 성장 아니에요? 가난한 사람이 쓸 돈이 많아져야 한다.

◆ 우석훈> 일본에서 그렇게 부르지는 않았는데, 실제로 그런 것을 강조 높게 한 거예요. 우리는 보수 쪽에서 최저임금에 반대하잖아요. 그런데 이것을 일본에서는 보수 쪽에서 했으니까 반대를 할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대기업들이 반대를 했는데, 계속 대기업 가서 엔화 맞춰주고, 자금도 줄 테니까 이것 좀 올리자. 오죽하면 공투라는 말이 나왔겠어요.

◇ 김혜민> 그렇네요. 오늘 YTN 라디오 생생경제, 빈곤 문제 해법을 연구한 개발경제학자 세 명에게 노벨 경제학상이 돌아갔다는 소식과 함께 우리가 생각해야 할 거리에 대해서 지금 경제학자인 우석훈 박사와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박사님, 사실 '웰컴 투 동막골'이라는 영화에서 굉장히 유명한 대사가 있잖아요. 마을 이장이 "배 안 고프게 하는 게 마을 통치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하다," 그러니까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치 지도자로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얘기일 텐데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적용해본다면 이 신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면 이것이 정치적 영역, 제도의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는 거겠죠?

◆ 우석훈> 길게 보면 정치 이슈가 사회에 휘발성도 높고, 막 논란이 되잖아요. 그런데 이것을 3, 4년으로 시간을 넓혀 보면 결국은 경제가 많은 것을 결정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먹고살기 편한 정권에 대해서는 사실 표를 줄 이유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것을 별로 잘 못한 정권에 대해서는 별로 표주고 싶은 마음이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단기 이슈는 정치 이슈지만, 중장기로는 빈곤 문제를 포함해서 먹고살기 편하고, 그래도 그때는 나았어. 박정희 시절을 지금 할아버지들이 생각할 때 좋았다고 하는 게 이념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고, 정말 성과가 있느냐고 따져보면 복잡한 이야기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내가 살았다고 내가 믿잖아요. 그게 신념이 된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지금 현 정권도 경제에 관해서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요.

◇ 김혜민>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 모든 것은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위기의식에서 나온 말일까요?

◆ 우석훈> 위기심은 있는데, 원래 민생경제라는 말을 제가 쓰지 말자고 사람들한테 여러 번 이야기했거든요? 민생경제라는 말이 쑨원이라는 중국 국민당의 이념이에요. 조금 불분명해요. 민족은 알겠는데, 민생의 그 민은 누구냐. 국민이냐, 시민이냐. 그래서 한국에서 민생을 얘기할 때마다 늘 나왔던 게 부동산 경기부양이 따라 나왔어요. 왜 그러냐 하면, 사람들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일용직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그런 건설이라도 띄워야 한다고. 말이 민생경제지, 정말 그 민생경제는 경제 체제를 바꾸고, 개혁을 해서 튼튼하게 만드는 것을 했냐고 하면, 그렇지 않고 단기 처방을 해서 돈 풀어서 건설로 돈을 보내겠다고 하는 것이 한국의 민생경제였거든요.

◇ 김혜민> 그런데 지금도 그렇게 하겠다고 결국 지금 나왔잖아요?

◆ 우석훈> 민생경제라는 말이 나와서 왜 토건 이야기 안 나오나 했더니 바로 나오더라고요.

◇ 김혜민> 그러게요. 문 대통령이 어제 정부가 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를 했거든요?

◆ 우석훈> 푸는 것을 가난한 사람한테 풀고, 문화에 풀고, 지식에 풀고, 동네에 풀어야 하는데, 시멘트에 풀잖아요.

◇ 김혜민> 그런데 저도 이해가 안 가는 게 우리 우석훈 박사님께서는 경제학자로 사시면서 평생을 같은 메시지를 늘 주셨잖아요. 그리고 이런 메시지의 결과물로 저는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다고 생각하는데, 왜 문재인 정권조차도 결국, 옛날 방식으로 회귀할까요?

◆ 우석훈> 그것을 알면 제가 돗자리 폈을 텐데, 이런 것은 있어요. 지지율이나 이런 것들이 경제 성과와 상당히 연동되거든요. 그러니까 단기 지수를 높이고 싶은 그런 유혹을 느끼게 되는 거예요. 그래도 지금 아직 한 가지 안 하는 것은 수출 밀어내기는 안 해요. 그러니까 이를 테면 내년 1월, 2월에 수출했던 것을 연말에 당겨서 하잖아요? 그러면 그 해에 수출이 좋아지고, 경상수지가 어떻게 됐고, 그러는데 연 평균을 내보고, 3년 평균을 내보면 똑같거든요. 그런데 정치라는 게 막상 선거가 있고 그러면 당장의 지표를 올리고 싶은 그런 유혹을 느끼죠.

◇ 김혜민> 경제학자로서 아마 정치의 매커니즘을 가장 잘 이해하는 분이 우석훈 박사가 아닐까 싶어서 제가 이런 질문을 더 드릴게요. 일본 같은 경우에, 유럽도 그렇고요. 청년들이 이념이 보수적이 되고, 거기를 넘어서서 극우적으로 변하는 경우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이게 신 빈곤하고도 관련이 있습니까?

◆ 우석훈> 유럽의 극우파, 현대적인 의미의 극우파가 동구가 붕괴하면서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왔거든요. 그러니까 청년들이 아니, 이렇게 외국인들이 들어오면 내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하는 불안함을 느꼈는데, 또 마침 그때 유럽에 실업률이 안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청년 극우파들이 형성된 거거든요. 일본 같은 경우도 일본의 20년 불황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때 일본은 군국주의로 바꾸면서 평화헌법을 바꾸고, 정상국가라고 하는 표현으로 궁극적인 흐름이 있었거든요. 넷우익이 나타난 것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나라도 청년 극우가 나올 개연성이 있는 나라가 됐는데, 지금 경제도 어렵고, 그다음에 정부가 하는 게 불만스럽고, 별로 도덕적으로 공평한 것 같지도 않고 그러면 이 흐름 일부가 극우파가 될 가능성이 높죠.

◇ 김혜민> 그렇다면 지금 이 정권에 가장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 우석훈> 딱 하나만 꼽자면, 2003년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신년사였죠. 거기에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구호가 들어갔어요. 대통령도 되기 전인데 그러고 나서 그게 황교안 권한대행 시절,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되고 권한 대행을 하면서 경제 포럼 같은 곳에 가서 자기가 보는 경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설명했거든요. 그동안 한국 경제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사실은 경제 기조의 1번이었던 거예요. 그때 제가 상상을 해보면 직장 다니기 좋은 나라로 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해마다 수십 명씩 자살을 해요. 우리나라 자살자 중에 60% 정도가 직장인이더라고요. 직장 다니기 좋은 나라라고 했으면 자살도 적었고, 사람들도 회사에서 편했을 거지만, 역설적으로 회사도 지금보다 커졌을 지도 몰라요.

◇ 김혜민> 그럼요. 구성원들이 행복하면 당연히 조직이 커지죠.

◆ 우석훈>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해서 기업하기가 좋아졌느냐? 일부가 탈세하고 나쁜 짓하기만 좋아졌기 노조도 힘들지, 다니는 사람도 힘들지, 정작 오너들도 회사가 힘드니까 힘들어진 거거든요. 그런데 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직장 다니기 좋은 나라, 이 두 가지의 출발점에서 약간의 시선 차이가 몇 년 동안 커진 거 아니에요. 그러면 지금이라도 직장 다니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고 하면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거 아니에요? 다른 것 복잡한 거 말고 카톡이라도 하지 마세요, 라고 이런 거 만들고. 이런 하나 하나가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는 거지, 부동산으로 뭘 살리는 것을 민생경제라고 해서는 불투명하잖아요. 이 민생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서민경제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왜냐하면 서민은 원래 우리말이니까 그래도 조금 가난한 사람들한테 갈 돈을 먼저 줘야겠구나. 민생경제 같이 이상한 말 쓰지 말고 뭘 어떻게 할 것인지. 일하는 사람들의 조건, 어려운 사람들의 조건, 빈곤한 사람들이 지금 뭘 원하느냐, 이런 것을 철저하게 보면서 했으면 좋겠어요.

◇ 김혜민> '저녁이 있는 삶' 이후로 제 마음을 움직인 카피입니다. '직장 다니기 좋은 나라.' 정말 직장 다니기 좋은 나라가 돼서 노동자도 행복하고, 그 노동자와 함께 일하는 고용주도 행복하고, 그리고 자영업자도 줄어들고. 직장 다니기 좋은 나라여서요. 그런 나라가 온다면 이 신 빈곤의 문제도 해결될 것 같고요. 교수님이 <88만 원 세대> 쓰셨는데, 행복한 세대를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책도 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만 된다면.

◆ 우석훈> 세대라는 말은 문제가 있을 때 사실 등장하거든요. 그런데 요즘도 계속 무슨 세대라고 나오잖아요. 최근에 밀레니얼 세대라고 하죠. 미국의 2000년대 사람들을 분석한 책을 보니까 마찬가지에요. 미국도 문제가 있는 거거든요. 우리랑 이야기가 똑같더라고요. 세대라는 말을 쓸 필요가 없는 나라가 되면 되는 거예요.

◇ 김혜민> 그러네요. 세대론, 괜한 세대론이 없는, 세대론이라는 게 일단 갈등을 시작하는 거잖아요.

◆ 우석훈> 문제가 있으니까 진단이 나온 건데 안 아프면 병원 갈 이유가 없잖아요.

◇ 김혜민> 맞습니다. 오늘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놓여 있는 현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때로는 쓴 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마음이 제일 따뜻한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우석훈>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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