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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대통령 경제행보 성과 내려면 현실부터 제대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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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경제장관회의에 참석,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경제장관회의에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중심을 잡고 경제 활력과 민생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도 했다. 회의에 경제 관련 청와대 수석과 부처 장관이 총출동했으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없었다. 정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회의에 경제사령탑이 빠질 만큼 긴급히 회의를 열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불과 나흘 전 청와대가 “한국 경제는 선방하고 있다”고 강변했고, 대통령도 그동안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누차 밝혔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어제 발언도 의아스럽기 짝이 없다. 문 대통령은 “무역 갈등의 심화와 세계 제조업 경기의 급격한 위축으로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성장 둔화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기반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이 같은 흐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기 부진의 원인을 해외 탓으로 돌리고 소득주도성장 등 실패한 정책에 대해선 일언반구 말이 없다. 최근 고용 개선 효과를 들먹이면서 국회에 내년 예산안 처리를 당부했을 뿐이다.

미국 뉴욕에서 한국경제 설명회(IR)를 개최한 홍 부총리의 발언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한국 경제는 튼튼한 대외건전성과 견고한 재정, 균형 잡힌 산업구조의 3대 충격 완충장치를 바탕으로 강한 복원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국내에서 대통령이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해외에선 경제 낙관론을 펼치는 게 모순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견고한 재정 주장도 그렇다. 올 들어 8월까지 49조5000억원 적자를 낸 관리재정수지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채무 문제를 안이하게 보고 있지 않은가.

대통령이 경제 보폭을 늘리고 기업 투자환경 개선을 강조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잦은 경제 행보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주52시간제 적용 보완책 마련 등 서둘러야 할 일이 산적해 했다. 정확한 현실 인식이 먼저다. 진단이 잘못되면 엉터리 처방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반기업에 맞춰진 경제정책 코드를 친기업으로 전환하는 것도 절박한 과제다. 대통령의 경제 행보와 경제부총리의 해외 홍보에 앞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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