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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NYT 디지털 독자 470만명 비결 “돈 내고 싶은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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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가 분석한 성공 노하우

39세 발행인 설즈버거 혁신 주도

단순 속보보다 기사 완결성 집중

기획기사 하나 위해 450명 인터뷰

“편집국의 힘이 항상 최우선 순위”

인력 삭감 때도 기자 1100명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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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 홈페이지(왼쪽)엔 증강현실부터 각종 동영상까지 디지털 아이템이 다양하다. [NYT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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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디지털 유료 구독자 수는 10월 현재 470만명이다. 종이신문이 보유한 최고 발행 부수 기록의 세 배에 달한다. NYT는 2025년까지 디지털 유료 구독자를 1000만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10월21일자)에서 “1000만 유료 독자도 달성 가능해 보인다”며 “NYT는 스스로 길을 찾았고, 그 길에 빛을 밝혔다”고 호평했다.

타임이 특정 매체를 집중 분석하는 기사를 게재한 것은 이례적이다.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발행인과 마크 톰슨 최고경영자(CEO)뿐 아니라 다양한 언론계 인사들을 인터뷰한 이 기사는 비즈니스 섹션 8개 면에 걸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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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의 디지털 혁신을 이끈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오른쪽) 발행인은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그래도 모든 것의 기본은 저널리즘“이라고 강조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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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이 NYT 성공의 열쇠로 지목한 인물은 젊은 발행인 아서 그레그(A.G.) 설즈버거(39)다. 가업을 이어 NYT의 5대 발행인이 된 그는 NYT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했다. 2013년 착수해 이듬해 펴낸 혁신보고서(Innovation Report)도 그가 이끌었다. 워싱턴포트스(WP)의 전 소유주 그레이엄 가(家)의 도널드 그레이엄은 타임에 “A.G.(설즈버거의 애칭)는 최고(aces)”라며 “(아마존에 넘어간 WP와 달리) NYT는 살아남았다. A.G.를 생각하면 기쁘다”라고 말했다. 폴리티코의 칼럼니스트 잭 셰이퍼는 “NYT의 지난 8년은 최고의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설즈버거가 NYT 디지털 혁신의 책임을 맡게 된 2010년대 초반은 NYT의 암흑기였다. 종이신문 발행부수는 NYT 전체 매출과 동반 하락했고, 인원 감축을 수차례 거치며 기자들 사기도 바닥을 쳤다. 1851년 창간 후 127개의 퓰리처상을 타낸 NYT를 침몰 위기에서 부활로 이끈 비결 세 가지를 타임에서 추렸다.

① 뉴스, 단순 콘텐트와 다르다

설즈버거는 디지털 시대에 뉴스를 ‘콘텐트’라는 말로 부르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고 밝혔다. 저널리즘의 결과물인 뉴스와 단순한 콘텐트는 다르다는게 그의 신조다. 설즈버거는 “난 사실 콘텐트란 말을 싫어한다. 콘텐트란 페이스북에 올리는 쓰레기(junk)”라며 “우리가 하는 건 저널리즘이다”라고 말했다. 타임은 “소셜 미디어라는 플랫폼으로 시민은 팔로워가 되고 뉴스는 콘텐트로 추락했다”며 “이 주간지조차도 의식 있는 억만장자에게 넘어갔지만 NYT는 달랐다”고 핵심을 저널리즘에 충실한 자세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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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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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은 최근 NYT의 뉴욕 택시기사 연쇄 자살 기획 기사를 예로 들었다. NYT는 시간·인력·재화를 들였다. “이 기사를 위해 택시 기사 450명을 인터뷰했다”는 도입부는 짧지만 묵직하다. 타임은 “NYT는 단순 속보 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기사에 집중한다”며 “거의 매일 완결성 높은 기사들이 나오는 게 힘”이라고 분석했다. 설즈버거는 “사람들이 돈을 내고 싶은 저널리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 톰슨 NYT CEO는 “앞으로 돈 내도 아깝지 않을 저널리즘을 내놓지 못하는 언론사는 망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② 돈, 쓸 땐 쓴다

NYT의 편집국 기자 수는 1100명 이하인 적이 없다. 인건비에 인색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인력 삭감 때도 NYT는 경쟁력 있는 기자들에 대한 보상 및 스카우트에 예산을 들였고, 이를 위해 자산도 매각했다. 설즈버거는 “나는 NYT에 큰 자부심과 애정을 가진 가족의 일원으로 자랐다”며 “NYT를 혁신하는 중요하고 용기있는 조치들은 편집국의 힘을 항상 최우선 순위로 놓아야한다고 믿은 사람들이 이뤄냈다”고 말했다.

③ 많이 실패하라

타임은 “NYT는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실패를 권장하는 스타트업과 같은 형태가 됐다”며 “NYT의 성공 뒤엔 수많은 실패와, 그 실패로 좌절하는 게 아닌 배우는 자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설즈버거는 디지털 혁신 책임을 맡았을 당시 페이스북 계정도 없었고 트윗도 한 두번 시험삼아 해본 게 전부였다고 한다. 대신 디지털 혁신을 위한 인재들을 초청했다.

실패엔 돈이 든다. NYT는 독자에게 SOS를 쳤다. 타임은 “NYT가 유료 구독을 요청하자 물밀듯 구독이 늘어났다”며 “미래의 혁신을 위해 과거의 독자들에게 도움을 청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언론학자인 윤영철 연세대 미래캠퍼스 부총장은 “한국에선 포털사이트가 강력한 (무료) 플랫폼으로 존재하고 있기에 NYT의 사례가 한국에 단순 적용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NYT가 다양한 실험은 한국 언론과 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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