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시대와 함께 호흡 ‘한국 미술 100년’…뜨거웠던 ‘광장’ 주제로 꿰뚫어보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50돌 기획전, 서울 이어 덕수궁·과천관 개막

1900∼2019년까지 450여점, 사조·화풍 아닌 시대별로 전시

경향신문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가 열리고 있는 덕수궁관에 전시된 박기정의 ‘설중매 12폭 병풍’(1933년·비단에 수묵·145.5×384㎝·차강선비박물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미술관 개관 50주년을 맞아 마련한 대규모 기획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가 17일 덕수궁관·과천관에서 막을 올렸다. 서울관 전시는 앞서 지난달 개막했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회는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지닌 광장을 주제로 190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미술 100년을 조명한다고 할 수 있다. 덕수궁관에선 1900~1950년의 제1부, 과천관에선 1950~2019년의 제2부, 이미 개막한 서울관은 동시대와 미래의 광장을 열쇳말로 삼은 3부가 진행 중이다(경향신문 9월18일자 19면 보도).

전시장에 나온 작품만 1900년대 초부터 최신작까지 모두 450여점(작가 290여명)에 이른다. 평소 보기 힘들고 앞으로도 쉽게 만나기 어려운 작품들도 상당수다. 특히 이번 기획전은 흔히 접하는 사조나 화풍 중심이 아니다. 시대 구분은 하되, 미술이 당대 역사적 사건이나 치열한 사회상과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영향을 주고받았음에 초점을 맞췄다. 사조·화풍 중심의 기획 때보다 당대를 바라보는 큐레이터의 역사의식, 관련 작품의 시대적 맥락과 의미를 읽어내는 전문적 식견이 요구된다.



경향신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광장’ 출품작 중 중앙홀에 설치된 걸개그림 ‘노동해방도’와 ‘한열이를 살려내라’(왼쪽 사진),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와 그가 소장했던 조선 달항아리와 고려청자(오른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덕수궁관에는 19세기 말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 해방이라는 격동의 시대와 함께한 채용신·오세창·안중식·김용준·이쾌대·김환기 등을 중심으로 현대 작가 작품 130여점이 전시됐다. 우선 일제강점기 당시 예술로 민족혼을 강조하며 항거한 작가들 작품이 주목된다. 을사늑약 체결 후 낙향해 우국지사들의 초상을 주로 그린 채용신의 ‘전우 초상’ 등 초상화와 박기정의 ‘설중매 12폭 병풍’, 김진우의 ‘묵죽도’ 등이다. 박기정·김진우는 의병 출신 작가로 작품 속 매화와 대나무에선 예술가의 지조와 절개, 그들의 삶이 읽힌다. 3·1운동 참여 후 해외로 나가야 했던 임용련 등의 작품도 있다. 월북으로 잊혀진 작가인 최재덕의 ‘한강의 포플라 나무’ 등은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전시장에는 3·1운동 후 계몽을 위한 다양한 잡지의 창간호 등 출판물을 비롯해 영화·연극 등 시대상을 보여주는 자료 190여점도 나와 전시를 풍성하게 한다.

과천관은 시대와 함께 호흡한 한국 현대미술사를 압축해놓은 공간이다. 회화부터 조각·영상·설치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 미술의 진화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서 빌려온 7개의 소주제에 따라 변월룡·박수근·이중섭·이응노·박서보·신학철·서도호·이불·크리스티앙 볼탕스키 등 200여명 작가의 작품 300여점과 자료 200여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1950년대엔 궁핍함 속에서도 예술혼이 빛났다. 박수근·이중섭의 작품과 자료들을 모은 별도의 공간,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와 작가가 소장했던 조선 달항아리·고려 청자매병이 함께 놓인 장면 등은 눈길을 잡는다. ‘동백림사건’으로 수감된 작곡가 윤이상과 화가 이응노의 작품(윤이상의 ‘이마주(image)’ 육필 악보와 이응노의 ‘구상’)도 한 공간에 놓여 특별한 감흥을 부른다.

경향신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광장’의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민중미술 작품들은 설치 형식으로 그 뜻이 되살아났다. 중앙홀에는 가로 21m의 걸개그림 ‘노동해방도’와 ‘한열이를 살려내라’ 등이, 옆 전시장에는 ‘칼노래’ 등 오윤의 걸개그림 3점이 처음으로 내걸렸다. 김소라·김홍석의 ‘만성 역사해석 증후군’을 비롯해 신미경·장민승·함경아 등의 작품에선 이 시대를 꿰뚫는 작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11월13일 전문가 12명이 참가하는 학술 세미나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했다. 덕수궁관·서울관 전시는 내년 2월9일까지, 과천관은 3월29일까지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