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살신성인' 6·25 전쟁영웅, 美해군 구축함으로 '부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해군 구축함에 '명예훈장' 수훈자 존 킬머 이름 붙여 / 해군 의무병으로 6·25 전쟁 참전… '벙커힐 전투' 투입 / 중공군 박격포탄 날아오자 자기 몸 던져 부상병 보호

6·25 전쟁 당시 미 해군 일원으로 참전해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받은 전쟁 영웅이 새로 건조되는 미 해군 군함 이름으로 부활하게 됐다. 미 의회의 이름으로 대통령이 수여하는 명예훈장은 미국에서 군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무공 훈장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한·미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으나 두 나라 군사동맹은 여전히 굳건함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일보

미 해군이 앞으로 건조할 구축함 ‘USS 존 E. 킬머’의 모습(그림). 존 E. 킬머는 6·25 전쟁에 참전해 ‘명예훈장’을 받은 영웅이다. 미 해군


◆해군 의무병으로 6·25 전쟁 참전… '벙커힐 전투' 투입

17일 미 해군에 따르면 리처드 스펜서 해군장관은 앞으로 건조할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을 ‘USS 존 에드워드 킬머(John E. Kilmer)’라고 명명했다.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미 해군의 주력 수상전투함으로, 이지스함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이는 6·25 전쟁 참전용사인 해군 일병 존 E. 킬머(1930∼1952)의 이름을 딴 것이다. 스펜서 장관은 “킬머 일병은 6·25 전쟁 기간 내내 그의 영웅적 노력으로 해군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며 “자신이 속한 팀 구성원들에 대한 킬머 일병의 헌신은 우리 해군의 통합과 단결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1930년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난 킬머는 어릴 때 텍사스주 샌안토니오로 옮겨 그곳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 17살 되던 1947년 고교를 중퇴하고 해군에 입대한 그는 의무병이 되었다.

1950년 한국에서 6·25 전쟁이 터지고 해리 트루먼 당시 대통령이 미군의 참전을 결정하면서 킬머의 ‘운명’은 전환점을 맞는다. 그는 해군 의무병이었으나 육지에서 싸우는 해병 부대에 배속돼 부상병을 상대로 응급처치를 하는 교육을 받고 한국 전선에 투입됐다.

1952년 8∼9월 경기 파주 판문점 북동쪽의 한 고지에선 미 해병대 제1여단과 중공군 간에 그야말로 밀고 밀리는 접전이 벌어졌다. 당시 한국 지명에 익숙치 않은 미군들이 이 고지를 ‘벙커힐(Bunker Hill)’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오늘날 벙커힐 전투로 알려져 있다.

세계일보

6·25 전쟁에서 전사한 미 해군 일병 존 E. 킬머(1930∼1952). 미 해군


◆중공군 박격포탄 날아오자 자기 몸 던져 부상병 보호

치열한 벙커힐 전투가 한창이던 1952년 8월13일 킬머는 중공군의 극심한 박격포 공격 속에서 부상병 치료와 대피에 힘을 쏟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박격포 파편에 다쳤지만 다른 부상병들의 안전 확보에 진력했다.

킬머가 부상병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 중공군이 쏜 박격포 포탄이 또 날아왔다. 무방비로 노출된 한 부상병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킬머는 주저하지 않고 부상병 곁으로 달려가 자신의 몸으로 감싸안아 포탄 파편으로부터 보호했다. 킬머의 ‘살신성인’ 희생 덕분에 부상병은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나 정작 본인은 중상을 입고 22살 젊은 나이에 전사했다.

미 행정부와 의회는 킬머를 전쟁 영웅으로 인정, 1953년 6월18일 명예훈장을 수여했다. 6·25 전쟁을 끝내는 정전협정이 체결되기 약 1개월 전이었다. 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아들을 대신해 모친이 훈장을 받았다.

미 해군에 따르면 앞으로 건조할 구축함 USS 존 E. 킬머는 공중과 해상, 심지어 바닷속에서도 동시에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적 항공기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강력한 자체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함은 물론 바다에서 지상의 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수직발사대도 장착한다.

미국의 대표적 방산업체인 제너럴다이내믹스가 건조를 맡은 USS 존 E. 킬머는 완성되면 길이가 약 155m에 이를 전망이다. 바다 위에서 시속 약 55.6km의 빠른 속도로 기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